“첫 공판 때 준비한 자료를 다 내려고 합니다”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형사재판을 앞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공판이 잡힌 뒤 탄원서와 반성문을 비롯해 재범방지 생활계획서, 재범방지교육 관련 자료, 서약서 등 준비할 수 있는 양형자료를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가족의 고민은 첫 공판 이후였다.
준비한 자료를 첫 공판 때 모두 제출하면 이후 선고까지 무엇을 더 제출해야 하는지, 반성문과 탄원서를 다시 내더라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했다.
형사재판을 준비하는 피고인과 가족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고민이다.
양형자료는 많이 내면 많이 낼수록 좋을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
양형자료는 제출한 서류의 장수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반성문을 여러 장 제출했다고 일정한 형량이 줄어들거나 가족과 지인 수십 명이 탄원했다고 자동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제도도 아니다.
법원은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 범행동기, 전과관계, 피해회복 여부, 범행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
양형자료는 이러한 판단에 필요한 개별 사정을 재판부에 설명하는 자료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첫 공판 전에 모두 제출해도 될까?
이미 준비된 자료라면 변호인과 상의해 적절한 시점에 제출할 수 있다.
반성문, 가족관계 및 부양사정을 보여주는 자료, 치료·교육자료, 재범방지계획 등 현재 존재하는 자료를 굳이 선고 직전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건마다 재판전략은 다를 수 있다.
특히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는 사건이라면 ‘반성’을 전제로 작성한 자료가 기존 변론방향과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양형자료라고 해서 무조건 먼저 많이 제출하는 것보다 담당 변호인과 내용과 제출시기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첫 공판에 냈으면 선고 전에는 아무것도 안 내도 될까?
추가할 내용이 없다면 억지로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반대로 첫 공판 이후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면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형사재판은 첫 공판 당시의 상황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판결에 이르기까지 확인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형자료 준비를 ‘첫 공판에 서류 한 묶음을 내고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 변화가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성문은 매번 다시 제출해야 할까?
반성문을 몇 회 이상 제출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은 없다.
매주 한 장씩 내야 한다거나 공판마다 반드시 새 반성문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
따라서 동일한 내용을 날짜만 바꿔 반복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 반성문을 작성한다면 이전 반성문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재판을 거치며 새롭게 깨달은 부분이 있는지, 피해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신의 범행 원인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는지, 앞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려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는 반성문은 피해야
반성문을 여러 번 작성하다 보면 내용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잘못했습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표현만 반복하면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
추가 반성문을 작성한다면 처음 제출한 반성문 이후의 변화를 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범방지 교육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됐는지, 자신의 범행 원인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석방 후 어떤 상황을 특히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등을 구체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표현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변화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탄원서도 같은 사람이 계속 써야 할까?
탄원서 역시 반복 제출이 의무는 아니다.
같은 가족이 동일한 내용의 탄원서를 계속 제출한다고 해서 그 횟수만큼 양형효과가 커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추가 탄원서를 제출한다면 새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가족이 피고인의 출소 후 거주지를 마련했다거나 취업이나 치료를 지원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면 이전 탄원서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다.
가족의 생활상황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것을 설명할 수도 있다.
단순히 “선처해 주세요”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 피고인을 실제로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이 자료의 목적에 더 맞는다.
재범방지교육을 받았다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교육을 이수했다면 단순한 신청내역과 실제 이수 결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을 완료했다면 수료증이나 확인서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있다면 실제 상담·치료가 지속되고 있다는 자료도 사건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교육 하나를 이수했다고 재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가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피고인이 범행 원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파악했고 그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다.
생활계획서는 한 번 내면 끝일까?
생활계획 역시 상황에 따라 구체화할 수 있다.
처음에는 ‘출소하면 취업하겠다’는 정도였다가 실제 취업예정 업체가 정해졌다면 새로운 자료가 생긴 것이다.
‘가족과 함께 살겠다’는 계획에서 실제 거주할 장소가 확정됐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검토할 수도 있다.
치료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어느 의료기관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 계획이 구체화될 수 있다.
생활계획서에서 중요한 것은 계획의 제목이나 분량이 아니라 실제 실행 가능성이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서는 피해회복과 관련된 상황을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 공판 당시 합의하지 못했더라도 이후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피해금 일부를 추가로 변제하거나 손해회복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형사공탁 등 새로운 피해회복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첫 공판 이후 실제 상황이 달라졌다면 관련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합의와 형사공탁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며 공탁했다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도 아니다.
합의하려고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해도 될까?
양형자료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데 계속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찾아가는 행동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 접근이나 연락 자체가 민감한 사건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합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인을 통한 연락 등 적절한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형사공탁을 했다면 추가로 할 일이 없을까?
공탁을 했다는 사실도 사건에 따라 양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공탁금액 하나만으로 형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했는지,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피해자의 의사는 어떠한지 등 구체적인 상황이 함께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공탁을 했다는 이유로 이후 피해회복과 관련된 상황을 전혀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재판 중 취업처가 정해졌다면 제출할 수 있을까?
사건에 따라 의미 있는 새로운 사정이 될 수 있다.
취업예정확인서나 복직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가 생겼다면 변호인과 제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재범방지 생활계획을 제출하면서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하겠다고 주장했다면 실제 취업계획이 구체화됐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서류만 만들어 제출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고용할 의사가 있는지, 근무할 장소와 업무가 무엇인지 등 내용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치료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치료자료도 달라질 수 있어
알코올이나 약물, 정신건강, 충동조절 등 치료와 재범방지가 관련된 사건이라면 치료 과정 자체가 계속될 수 있다.
첫 공판 때 치료계획서를 제출했다면 이후에는 실제 치료를 시작했다는 자료가 생길 수 있다.
상담 횟수가 늘어나거나 전문적인 소견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자료는 첫 번째 자료와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
가족부양 사정도 객관적인 자료가 중요
피고인이 미성년 자녀나 고령의 부모, 장애가 있는 가족 등을 실질적으로 부양해왔다면 관련 사정을 양형자료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단순히 가족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가족관계와 경제상황, 돌봄 필요성 등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첫 공판 이후 가족의 경제상황이나 건강상태 등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면 새로운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가족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고 직전에 자료를 몰아서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판사가 마지막에 본 자료를 더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중요한 자료를 일부러 선고 직전까지 미뤄야 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자료가 있다면 재판부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제출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첫 공판에 모든 자료를 억지로 만들어 제출할 이유도 없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긴 자료는 그때그때 변호인과 제출시기를 검토하면 된다.
선고기일 당일에 자료를 내도 될까?
선고 직전에 새로운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뒤늦게 합의가 성립하거나 중요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변호인에게 알리고 재판부에 전달할 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선고 직전이나 선고 당일 제출한 자료가 언제나 충분히 검토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양형자료 제출 여부는 변호인에게 공유해야
피고인 가족이 직접 여러 자료를 준비하는 경우에도 담당 변호인이 있다면 무엇을 제출했는지 공유하는 것이 좋다.
변호인은 사건의 전체 변론방향을 기준으로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같은 자료가 제출돼 있는지, 새로운 자료가 기존 주장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혐의를 일부 또는 전부 다투고 있는 사건에서는 반성문이나 서약서의 표현 하나가 기존 주장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첫 공판 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자료는?
이미 반성문과 탄원서, 재범방지계획 등을 제출했다면 이후에는 ‘새로 생긴 것’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추가 피해회복이 있었는지, 교육을 실제로 수료했는지, 상담이나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취업이나 복직계획이 구체화됐는지, 석방 이후 거주지가 확정됐는지, 가족의 보호계획이 실제로 마련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서류의 이름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 제출한 계획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무엇을 내야 하나요?”보다 중요한 질문
형사재판을 기다리는 가족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첫 공판에 서류를 한꺼번에 제출한 뒤에도 반성문을 또 써야 하는지, 탄원서를 몇 장 더 받아야 하는지 걱정한다.
하지만 양형자료 준비는 서류의 숫자를 늘리는 경쟁이 아니다.
이미 충분한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했다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첫 제출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피해가 추가로 회복됐는지, 재범방지 교육을 실제로 마쳤는지, 치료와 상담을 계속하고 있는지, 취업과 주거계획이 구체화됐는지가 새로운 자료가 될 수 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억지로 서류를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따라서 선고를 기다리면서 가족이 던져야 할 질문은 “이번에는 어떤 서류를 또 내야 할까?”가 아니다.
“첫 공판 때 제출했던 계획과 약속 가운데 실제로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변화가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해 변호인과 제출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