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도 법정 항소이유
형사재판에서 양형부당은 1심이 선고한 형이 사건 내용과 피고인의 사정에 비춰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는 주장이다.
형사소송법은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정식 항소이유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검사는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할 수 있다.
다만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1심 형량을 처음부터 새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1심 판결과 항소이유, 공판기록 및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1심의 양형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부당한지를 심사한다.
항소심이 1심 양형을 존중하는 이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심과 비교해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항소심이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형량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비슷한 형을 다시 선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증인을 직접 보고 진술을 들으며 범행의 경위와 태도, 피해 정도와 사건 이후의 상황을 심리한다. 이에 따라 양형 판단에도 1심 재판부가 직접 심리한 영역이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이미 1심에서 고려된 사정만 반복하면 부족
항소이유서에는 초범이라는 점,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과 부양가족이 있다는 사정이 자주 제출된다.
이러한 내용도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1심에서 같은 내용이 이미 주장됐고 재판부가 이를 반영해 형을 정했다면 항소심에서 단순히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형량을 변경하기는 어렵다.
실제 항소심 판결에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사정을 1심이 이미 고려했고, 이후 양형을 변경할 새로운 사정도 없다면 1심 형을 유지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반성문을 여러 장 제출했다는 사실보다 반성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1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사정이 없으면 반드시 기각될까
그렇지는 않다.
항소심에서 감형받으려면 반드시 1심 이후 새로운 사정이 발생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1심 당시 확인된 자료만 보더라도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대법원도 1심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거나,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자료를 종합할 때 1심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항소심의 핵심은 단순히 새로운 자료가 있는지만이 아니다. 1심이 중요한 양형사유를 빠뜨렸는지, 특정 불리한 사정을 지나치게 크게 평가했는지, 유사 사건과 비교해 형이 과도한지도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항소심에서 중요하게 보는 ‘사정변경’
실무상 항소심에서 양형을 다시 판단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정은 1심 이후 이루어진 합의와 피해회복이다.
1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항소심에서 합의하거나 상당한 피해액을 변제했다면 양형조건이 달라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 항소심 판결에서도 추가 합의가 이뤄진 피고인에게 사정변경을 인정해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범죄 유형에 따라 양형기준은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인 피해회복, 진지한 반성,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사회적 유대관계와 건강상태 등을 양형 요소로 제시한다. 다만 해당 요소의 적용 여부와 비중은 범죄의 종류와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항소심에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피해자와 체결한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실제 변제내역과 공탁자료, 치료·상담과 중독치료 프로그램 이수자료, 재범방지 교육과 생활관리 계획, 취업·주거계획 및 가족의 보호·감독계획 등이다.
합의했다고 반드시 감형되는 것은 아냐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형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합의와 피해변제는 중요한 양형사유가 될 수 있지만 범행의 중대성, 피해 규모, 범행 수법과 기간, 전과와 재범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한다.
이미 1심에서 일부 피해가 회복됐거나, 항소심 합의가 전체 피해 가운데 일부에 그친 경우에는 감형 폭이 제한될 수 있다.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합의를 압박했다면 오히려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항소심은 합의서 한 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급 여부와 합의 과정, 피해자의 처벌 의사, 범행 이후 피고인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진정성 있는 반성’은 행동으로 확인
반성은 단순히 잘못을 인정한다는 문장을 반복하는 것과 구별된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게 된 경위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같은 범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치료나 교육을 받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범행을 계속 부인하면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형식적인 반성문만 제출한다고 평가되면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고 무조건 반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나 법률적 책임은 다투더라도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한 유감과 재발방지 노력, 생활개선 자료를 구분해 제출할 수 있다.
가족 탄원서도 구체적인 계획 담아야
가족이 힘들다는 사정만으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족 탄원서에는 피고인의 빈자리가 어렵다는 내용뿐 아니라 출소 또는 석방 이후 어디에서 생활할지, 누가 감독할지, 치료와 취업은 어떻게 이어갈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재범 위험을 낮출 현실적인 보호환경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단순한 선처 호소보다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같은 문구를 여러 사람이 반복하기보다 각자가 직접 알고 있는 피고인의 생활과 변화, 앞으로 맡을 역할을 사실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형이 더 무거워지지는 않아
피고인만 항소했거나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서는 항소심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고 한다.
다만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함께 항소했다면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1심보다 형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있다.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한 사건이라면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만 볼 것이 아니라 검사의 항소이유가 무엇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항소이유서에는 변화와 근거를 연결해야
항소이유서에 “초범이므로 선처해 달라”,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만 나열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
1심이 어떤 사정을 고려했고 무엇을 빠뜨렸는지, 1심 이후 새롭게 달라진 내용이 무엇인지, 그 변화가 형량 판단에 왜 영향을 줘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합의했다면 합의서와 지급자료를, 치료받았다면 진료·상담기록과 향후 계획을, 취업처가 마련됐다면 실제 채용 예정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방식이다.
항소심에서 양형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재판부가 감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1심 형이 합리적인 범위에 있고,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사정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과 양형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모인 안기모카페에서도 항소하면 형이 줄어드는지,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항소심은 같은 선처 사유를 한 번 더 제출하는 절차라기보다 1심 판결의 문제점과 이후의 실질적인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 가깝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양형부당은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정식 항소이유다.
1심과 비교해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 형이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면 항소심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1심에서 이미 고려된 초범·반성·가족사정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감형되기 어려울 수 있다.
새로운 사정이 없더라도 1심 형량이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면 항소심이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합의와 피해변제, 치료·교육 및 구체적인 재범방지 계획은 범죄 유형과 사건에 따라 양형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
피고인만 항소했다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검사도 항소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