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전 피고인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발언 기회
최후진술은 형사재판의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 검사의 의견진술이 끝난 뒤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피고인이 사건에 관한 최종 입장을 밝히는 절차다.
일반적인 형사공판은 검사의 구형,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서로 진행된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하고 이후 판결을 선고한다.
형사소송법 제303조는 재판장이 검사의 의견을 들은 뒤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규정한다. 법률상 최종 의견진술권은 피고인뿐 아니라 변호인에게도 각각 보장되는 권리다.
피고인의 최후진술과 변호인의 최종변론은 달라
피고인의 최후진술과 변호인의 최종변론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동일한 절차가 아니다.
변호인은 증거관계와 법률 적용, 무죄 또는 감형 사유를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피고인은 자신의 언어로 사건에 대한 입장과 피해 인식, 범행 이후의 변화, 재범방지 계획 등을 직접 설명한다.
대법원은 최종 의견진술이 피고인과 변호인이 사실관계의 다툼이나 유리한 양형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 중 한쪽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하면 소송절차상 법령 위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인이 충분히 변론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발언 기회를 생략할 수 없고, 피고인이 직접 말했다고 변호인의 최종변론 기회까지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최후진술 한 번으로 형량이 결정되지는 않아
최후진술은 재판부의 양형 판단에 참고될 수 있지만, 발언만으로 유죄와 무죄 또는 형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생활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최후진술은 이 가운데 반성의 정도와 피해 인식, 피해회복 및 재범방지 노력을 피고인이 직접 설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피해가 중대하고 회복되지 않았거나 범행이 계획적·반복적으로 이뤄진 사건에서 최후진술을 잘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사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금 변제와 합의, 치료·상담, 직업과 주거계획 등 객관적인 행동이 이미 이뤄졌고 최후진술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때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범행을 인정한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해야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에서는 단순히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고 피해자에게 어떤 결과를 발생시켰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후진술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정리할 수 있다.
1. 인정하는 범행과 자신의 책임을 간단히 밝힌다.
2. 피해자가 겪었을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설명한다.
3. 변제와 합의, 공탁 등 피해회복을 위해 한 행동을 말한다.
4. 범행에 이르게 된 원인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 조치를 밝힌다.
5. 치료·상담·취업·가족감독 등 재범방지 계획을 설명한다.
6.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태도로 마무리한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사건이라면 술을 마시게 된 사정만 해명하기보다 금주상담과 차량 처분, 대중교통 이용 등 재범을 막기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를 설명하는 편이 적절하다.
재산범죄에서는 피해금 변제와 채무관리 계획을, 중독 관련 사건에서는 치료·재활 경과와 향후 관리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
무죄를 다툰다면 억지로 범행을 인정해서는 안 돼
모든 피고인이 최후진술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소사실 전부 또는 일부를 다투는 사건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기존의 무죄 주장이나 변호인의 최종변론과 충돌할 수 있다.
대법원도 피고인이 방어권에 따라 범죄사실을 부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평가해 형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만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진실을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 한 행동은 별도로 양형에 고려될 수 있다.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에서는 다음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공소사실과 실제 사실관계가 다른 핵심 이유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
인정하는 행동과 범죄 성립을 다투는 부분의 구분
상대방이 불편이나 피해를 겪은 상황에 대한 유감
증거를 면밀히 판단해 달라는 요청
상대방이 불편을 겪은 상황에 유감을 표시하는 것과 범죄를 인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표현을 정하기 전 변호인과 기존 방어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만 인정한다면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
여러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만 인정하거나 행동 자체는 인정하면서 범죄 성립을 다투는 사건도 있다.
이때는 인정하는 사실과 다투는 사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전이 오간 사실은 인정하지만 처음부터 갚지 않을 의사가 있었다는 사기죄의 고의를 다투는 경우라면, 거래 사실에 관한 유감과 범죄 성립에 관한 주장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최후진술에서 재판 중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갑자기 추가하면 기존 진술과 모순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요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가 있다면 최후진술에서 처음 주장하기보다 변론종결 전에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와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적절하다.
피고인이 직접 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인터넷에서 찾은 예문이나 다른 사람이 작성한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피고인의 사건과 맞지 않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정리할 수는 있지만, 피고인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과 실제 행동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표현도 구체적인 계획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누구와 어디에서 생활할 것인지, 어떤 직장에서 일할 예정인지, 가족이 치료나 생활을 어떻게 돕고 감독할 것인지 설명하면 재범방지 환경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피해회복이 일부만 이뤄졌다면 합의나 공탁 사실을 과장하기보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피해가 있다는 점까지 인식하고 있음을 밝히는 편이 적절하다.
피해야 할 최후진술 내용
최후진술은 억울한 점을 말할 수 있는 절차지만, 사건의 쟁점과 무관한 불만을 장시간 이야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기 어렵다.
특히 다음과 같은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의 인격을 공격하거나 거짓말쟁이로 단정하는 발언
경찰·검사·재판부가 자신을 일부러 처벌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
기존 진술과 명백하게 충돌하는 새로운 주장
모든 책임을 공범이나 가족, 직장 또는 술 탓으로 돌리는 태도
피해가 작다거나 피해자가 돈을 노린다는 식의 축소 표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변제·치료·취업계획
피해자의 의사와 달리 합의 또는 용서가 이뤄졌다고 단정하는 말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상대방을 비난해야만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사건기록과 증거를 기준으로 사실관계가 다른 이유를 차분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최후진술은 얼마나 길게 해야 할까
최후진술의 법정 분량이나 정해진 문장 수는 없다. 사건이 복잡하다면 설명할 내용이 많을 수 있지만, 같은 사과와 가족관계를 반복하기보다 핵심 내용을 순서대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사건에 대한 입장, 피해 인식, 피해회복, 재범방지와 마지막 요청을 중심으로 몇 분 안에 말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메모를 보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전체 문장을 빠르게 읽기보다 핵심 단어와 순서를 적어 두고 자신의 말로 설명하면 진술의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다.
서면을 냈어도 법정 진술 기회는 별개
피고인은 준비한 최후진술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긴 내용은 서면으로 제출하고 법정에서는 핵심만 말한 뒤 자세한 내용은 제출한 자료를 참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서면을 제출했다고 법정에서 최종 의견을 밝힐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면 내용은 기존 공판 진술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제출된 양형자료와 일치하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발언하지 않을 수도 있어
법원은 최후진술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피고인이 반드시 길게 발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은 추가로 말할 내용이 없다고 밝히거나 진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최후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를 인정하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회복이나 치료, 생활환경의 변화처럼 피고인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정이 있다면 발언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항소심에서도 최후진술 기회가 주어져
항소심에서 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하는 경우에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진술 기회가 보장된다. 최후진술권은 항소심에서도 적용되는 소송법상 권리다.
항소심에서는 제1심 선고 이후 발생한 합의와 추가 변제, 치료·상담, 취업 등 새로운 사정을 설명할 수 있다.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한 사건이라면 제1심 형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와 선고 이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피고인이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를 주장한 사건은 해당 항소이유와 최후진술의 내용이 서로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