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여러 번? 여러 사람이 한 번씩?”
가족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면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찾게 된다.
그중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탄원서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에서도 “탄원서를 한 사람이 여러 번 작성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한 번씩 작성하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나왔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탄원서 한 장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항소심이나 선고를 앞두고 있다면 ‘많이 제출할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탄원서를 준비할 때는 단순히 몇 장을 제출할 것인지보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탄원서는 ‘많을수록 좋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탄원서는 가족이나 지인 등이 피고인에 관한 사정과 선처를 바라는 이유를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같은 사람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여러 차례 반복해 제출한다고 해서 그 횟수에 비례해 효과가 커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이 탄원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작성자가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각각의 사람이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평소 어떤 모습을 지켜봤는지, 앞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
여러 명이 쓴다면 똑같은 문장 복사하지 않는 게 좋아
가족과 친척, 직장동료, 친구 등이 탄원서를 작성할 때 인터넷에서 찾은 하나의 양식을 그대로 복사해 이름만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탄원인마다 피고인과의 관계와 알고 있는 사정은 다르다.
가족이라면 가정에서의 역할과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적을 수 있고, 직장 관계자라면 평소 근무 모습이나 복귀 가능성 등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할 수 있다.
친구나 지인 역시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범위에서 작성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대신 주장하거나 과장된 내용을 넣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 사람이 다시 작성한다면 달라진 사정이 있는지 살펴봐야
이미 탄원서를 한 차례 제출했다고 해서 다시는 작성할 수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탄원서를 제출한 이후 가족의 보호계획이나 사회복귀 준비 등 새롭게 설명할 사정이 생겼다면 추가 자료를 준비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내용 없이 같은 사람이 동일한 취지의 문장을 반복해 제출한다면 추가 제출의 필요성을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몇 번까지 가능하느냐’보다 ‘이번에 새롭게 전달할 내용이 있는가’가 더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탄원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까
탄원서를 처음 쓰는 가족들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우선 탄원인이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밝히고,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과 현재 상황을 사실에 맞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선처를 바라는 이유가 있다면 막연히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반복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향후 가족이 피고인을 어떻게 돕고 관리할 것인지 등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이를 설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거나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사건 자체를 축소·왜곡해서는 안 된다.
탄원서만으로 형량이 결정되는 것은 아냐
가족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탄원서는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는 자료 가운데 하나이지, 특정 숫자의 탄원서를 제출하면 형량이 줄어드는 방식의 제도는 아니다.
재판에서는 범죄사실과 사건 내용, 피해회복 여부 등 개별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사정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탄원서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다 정작 사건에서 필요한 다른 준비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현재 사건에서 어떤 양형자료가 필요한지,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할 필요가 있는지 함께 상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탄원서
수감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탄원서는 단순한 서류 이상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안에 있는 당사자를 대신해 밖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족들은 탄원서를 쓰고, 지인들에게 조심스럽게 작성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만큼 “몇 장을 내야 하는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번 작성했는지, 여러 사람이 한 번씩 작성했는지만으로 탄원서의 의미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재판과 양형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모인 안기모카페에서도 탄원서와 반성문, 합의, 피해회복 등 가족이 밖에서 준비할 수 있는 자료에 관한 경험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탄원서를 준비한다면 장수를 늘리는 것에 앞서 작성자가 직접 알고 있는 사실과 선처를 바라는 이유를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러 사람이 작성하더라도 각자의 관계와 경험이 담기고, 다시 제출한다면 새롭게 달라진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준비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