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를 따로 써야 하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형사재판에 제출할 탄원서를 준비하면서 작성 형식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궁금증은 간단했다.

탄원서 안에 ‘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라는 항목을 각각 만들어 작성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제목만 ‘탄원서’라고 적고 아래에 내용을 자연스럽게 작성하면 되는지였다.

처음 탄원서를 작성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고민할 만한 부분이다.

인터넷에서 탄원서 양식을 검색하면 작성 방법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탄원서에 하나로 정해진 문장 구조가 있는 것은 아냐

형사재판에 제출하는 일반적인 선처 탄원서를 반드시 ‘탄원 취지-탄원 이유’라는 구조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를 구분해서 작성할 수도 있고 하나의 글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서 작성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항목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탄원서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판부가 탄원서를 읽었을 때 누가 작성했는지,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왜 탄원하는지, 어떤 사정을 고려해 달라는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다.

‘탄원 취지’를 따로 쓰면 내용 파악은 쉬워질 수 있어

형식상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도 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를 나누면 글을 정리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탄원 취지에서는 피고인에게 선처의 기회를 부탁한다는 핵심 내용을 간략하게 적고, 탄원 이유에서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다만 탄원 취지를 지나치게 길게 작성할 필요는 없다.

탄원서의 핵심 내용은 결국 그 뒤에 이어지는 구체적인 이유와 사실관계이기 때문이다.

항목을 나누지 않고 편지처럼 작성해도 돼

반대로 탄원서를 하나의 글처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성자와 피고인의 관계를 밝힌 뒤 피고인을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 사건 이후 어떤 변화를 지켜봤는지, 가족이나 주변에서 앞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지 등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라는 제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탄원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면 인터넷 예문을 그대로 옮긴 듯한 글이 될 수 있다.

첫 부분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탄원서를 읽는 재판부는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첫 부분에서는 피고인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배우자인지, 부모인지, 형제자매인지, 직장동료인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인지 등을 적을 수 있다.

단순히 “피고인은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시작하기보다 어떤 관계에서 얼마 동안 피고인을 지켜봤는지를 설명하면 뒤에 이어지는 내용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선처를 구하는지’

탄원서의 중심은 탄원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착한 사람입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가족들이 너무 힘듭니다”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작성자가 직접 알고 있는 사정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평소 피고인의 생활을 직접 지켜본 경험이 있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적을 수 있다.

사건 이후 피고인이 보인 변화가 있다면 그 역시 사실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출소 또는 재판 이후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생활을 지원할 것인지, 취업이나 치료·상담 등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그 내용도 탄원 이유가 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범행 후의 정황도 양형에서 고려돼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뿐 아니라 범행 후의 정황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생활환경이나 범행 이후의 태도, 피해회복 노력, 가족의 보호와 사회복귀 계획 등은 사건에 따라 양형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된다.

탄원서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재판부에 설명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탄원인이 직접 보지 않은 사실은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아

가족 탄원서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작성자가 직접 알지 못하는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마치 직접 확인한 것처럼 적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던 가족이 “절대로 고의가 아니었습니다”라고 단정하거나 사건기록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작성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탄원인은 자신이 직접 알고 있는 피고인의 생활 모습과 사건 이후 변화, 가족의 상황 등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피고인이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피해자를 탓하는 표현도 주의해야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선처를 구하고 있는데 가족의 탄원서에서는 피해자를 비난한다면 전체적인 양형자료의 방향이 어긋날 수 있다.

“피해자가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다”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

“이 정도 일로 실형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

같은 표현은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반성 태도와 충돌할 수 있다.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적더라도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책임을 돌리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힘들다는 내용만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 좋아

가족 탄원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 생계와 부양 문제다.

피고인이 구속되면서 생계가 어려워졌거나 자녀 양육에 문제가 생겼다면 실제 가족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어렵다는 이야기에서 끝내기보다 앞으로 가족이 피고인을 어떻게 돕겠다는 것인지까지 연결하면 탄원의 취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출소 후 함께 거주할 곳이 마련돼 있는지, 직장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가족이 이를 관리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다.

탄원서가 길수록 좋은 것은 아냐

탄원서를 처음 작성하면 가능한 많은 내용을 넣어야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분량 자체가 탄원서의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사건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길게 작성하면 오히려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작성자와 피고인의 관계, 직접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정, 사건 이후 변화, 앞으로의 보호계획, 재판부에 요청하고 싶은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가족 여러 명이 탄원서를 쓴다면 내용까지 똑같을 필요 없어

부모와 배우자, 형제자매, 직장동료 등이 각각 탄원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하나의 인터넷 양식을 복사해 이름만 바꾸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배우자가 알고 있는 모습과 부모가 알고 있는 모습, 직장동료가 알고 있는 모습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각자가 실제로 경험한 내용을 자신의 말로 작성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반성문과 탄원서는 작성 주체부터 달라

반성문과 탄원서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반성문은 일반적으로 피고인 본인이 자신의 행동과 피해, 반성, 피해회복 노력과 재범방지 계획 등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한다.

반면 탄원서는 가족이나 지인, 직장동료 등 제3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피고인의 사정 등을 설명하면서 재판부에 고려를 요청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가족 탄원서를 피고인의 반성문처럼 작성할 필요는 없다.

탄원서의 기본 흐름을 잡는다면

처음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복잡한 서식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제목을 ‘탄원서’라고 적고 사건번호와 피고인, 탄원인 등 필요한 정보를 표시한 뒤 본문을 작성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먼저 피고인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어 탄원을 하게 된 이유와 작성자가 직접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정을 적는다.

그다음 사건 이후 피고인의 변화나 가족의 보호계획 등 전달할 내용이 있다면 작성하고 마지막에 재판부에 부탁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이 가운데 ‘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를 별도 항목으로 나눠도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목이 아니라 내용

안기모카페에서는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이 탄원서의 글씨체부터 분량, 제목, 서명 방법까지 세세한 부분을 걱정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탄원서에서 ‘탄원 취지’와 ‘탄원 이유’를 반드시 나눠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왜 이 사람이 선처를 탄원하는지,

피고인을 어떤 관계에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직접 확인한 변화가 무엇인지,

앞으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다.

탄원서는 정해진 문구를 잘 채워 넣는 시험지가 아니다.

형식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재판부가 읽었을 때 작성자의 관계와 탄원의 이유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자신의 경험과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