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주장을 괘씸하게 생각하면 형을 더 주는 건가요?”

최근 교정·형사절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괘씸죄’가 무엇인지 묻는 짧은 질문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궁금해한 것은 단순했다. 피고인이 어떤 주장을 했는데 판사가 이를 좋지 않게 받아들이면 그것을 이유로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이 괘씸죄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피고인이나 가족들 사이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재판 결과가 예상보다 무겁거나 피고인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사건을 두고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이 표현부터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형법에 ‘괘씸죄’라는 범죄는 없다

우리 형법에 ‘괘씸죄’라는 이름의 범죄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판사가 단순히 피고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괘씸죄’를 추가해 처벌하는 구조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먼저 검사가 기소한 범죄가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고, 유죄가 인정된다면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여러 양형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하게 된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률에 없는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양형조건과 해당 범죄의 양형기준 등을 토대로 형을 결정하는 것이다.

혐의를 부인하면 형량이 무거워질까?

특히 주의해서 볼 부분이다.

피고인에게는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무죄를 주장할 수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이나 법률적 판단을 다툴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혐의를 부인했다거나 재판부와 다른 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괘씸하다’며 형을 가중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만 여기서 ‘혐의 부인’과 ‘양형에서 평가되는 범행 후 태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유죄가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범행 이후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재범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이 양형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반성 여부 등이 형량과 연결돼 보이면서 일상적으로 ‘괘씸죄’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반성하지 않으면 괘씸죄’라고 이해해서도 안 돼

법원의 양형기준에서는 범죄 유형에 따라 ‘진지한 반성’이 감경요소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지한 반성은 단순히 법정에서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는지만으로 판단하는 개념은 아니다.

양형위원회는 여러 양형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을 판단할 때 범행 인정 경위와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하지 않은 범죄까지 무조건 인정하거나 무죄 주장을 포기해야 선처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다투어야 할 사실관계가 있다면 변호인과 함께 법률적으로 다투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 회복이나 재범방지 노력 등 양형자료를 별도로 준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재판 태도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다투고 있는가’

가족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판사에게 밉보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막연히 재판부의 기분을 추측하기보다 피고인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인지, 일부 사실만 다투는 것인지, 법률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범죄는 인정하지만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입장인지에 따라 재판 전략은 달라진다.

특히 사실관계를 다투면서 동시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서로 모순돼 보이는 대응을 하는 경우에는 자료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야 형이 줄어든다”거나 “끝까지 주장하면 괘씸죄를 받는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변호인과 함께 다투는 부분과 인정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흔히 말하는 ‘괘씸죄’는 법률에 규정된 별도의 범죄가 아니다.

판사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새로운 죄가 추가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유죄가 인정된 뒤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법률이 정한 범행 후 정황과 피해 회복, 범죄 유형별 양형기준에 따른 여러 요소가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안기모카페에서도 재판과 양형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반성문, 탄원서, 피해자 합의, 항소와 형량 등 재판 과정에서 생기는 현실적인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생소한 법률용어와 주변에서 전해 들은 표현 때문에 불안해지기보다 실제 법률상 의미와 재판 절차를 하나씩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