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교도소로 엄벌탄원서를 보낼 수 있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의 엄벌탄원서와 가석방의 관계를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피해자가 교도소에 “가석방시키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보낼 수 있는지, 만약 이런 서류가 전달된다면 향후 가석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지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도 “영향이 있다”와 “상관없다”는 이야기가 엇갈린다고 했다.
가족 입장에서는 가석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계속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동안의 수형생활과 관계없이 가석방에서 탈락하는 것인지 걱정될 수 있다.
가석방은 ‘형기의 일정 부분을 채우면 자동 출소’하는 제도가 아냐
먼저 가석방의 성격부터 이해해야 한다.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기간을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가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적격결정이 이루어진 뒤에도 법무부장관의 허가절차가 남는다.
따라서 가석방 가능시점이 됐다는 것과 실제 가석방이 허가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가석방심사에서는 여러 요소를 함께 본다
형집행법 제121조는 가석방 적격심사에서 고려하는 요소를 규정하고 있다.
수형자의 나이와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가석방 후 생계능력과 생활환경, 재범의 위험성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법은 ‘그 밖에 필요한 사정’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가석방은 한 가지 자료만 놓고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절차다.
피해자가 반대하면 무조건 가석방 탈락이라는 규정은 없어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현행 형집행법에는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수형자의 가석방을 반드시 불허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피해자 탄원서 한 장이 들어오면 무조건 가석방 탈락’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반대로 피해자가 아무런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석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가석방심사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해자의 의사를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없어
반대 방향의 단정도 주의해야 한다.
“판결이 끝났으니 피해자가 무슨 말을 해도 가석방에는 전혀 관계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가석방 심사에서는 범죄의 내용과 범죄동기, 재범위험성 등 여러 사정을 검토한다.
사건에 따라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수형자가 자신의 범행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출소 후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도 관련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지속적인 우려가 나타난 사건이라면 그 배경과 내용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수 있다.
‘엄벌탄원서가 있다’는 사실보다 내용과 사건의 사정이 중요
예를 들어 피해자가 단순히 “용서할 수 없다”는 감정을 표시한 경우와 출소 후 보복이나 재접촉을 구체적으로 우려하는 경우는 내용이 같지 않다.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와 이미 손해배상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처벌을 원한다고 밝히는 경우도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엄벌탄원서라는 제목만으로 가석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숫자로 계산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고 사건의 다른 사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재판 때 제출했던 엄벌탄원서와 가석방 단계의 의견은 구분해야
형사재판 중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하는 엄벌탄원서는 재판부에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청하기 위한 자료다.
반면 형이 확정되고 수형생활이 시작된 이후에는 재판에서 형량을 정하는 단계가 이미 끝난 상태다.
이후의 가석방은 남은 형기를 전부 교정시설에서 집행하기 전에 일정한 조건 아래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별도의 절차다.
따라서 재판 당시의 엄벌탄원서와 가석방 단계에서 제기되는 피해자의 의견을 완전히 같은 절차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석방 심사에서는 교정성적도 중요
가석방은 과거 범죄만 다시 평가하는 절차도 아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은 가석방 적격심사신청 대상자를 선정할 때 교정성적이 우수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하며 재범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지 등을 살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수형기간 동안 어떤 생활을 했는지도 중요하다.
징벌을 반복적으로 받았는지,
시설 내 규율을 지켰는지,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범행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등 수형생활 전반이 관련될 수 있다.
출소 후 생활환경도 심사요소
가석방 이후 어디에서 생활할지도 중요한 요소다.
형집행법은 가석방 후 생계능력과 생활환경을 명시적인 심사요소로 규정한다.
따라서 가족의 보호와 지원이 가능한지, 출소 후 안정적인 거주지가 있는지,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등도 가석방 준비 과정에서 살펴볼 부분이다.
가족들이 가석방을 준비하면서 출소 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범위험성은 법에 명시된 심사요소
가석방심사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재범의 위험성이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를 모두 마치기 전에 사회로 복귀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피해자가 수형자의 출소를 우려하는 이유가 구체적인 보복 가능성이나 재접촉 가능성과 관련돼 있다면 단순한 감정적 반대와는 구분해 살펴볼 여지가 있다.
반대로 수형자가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재범방지 계획과 안정적인 사회복귀 계획을 마련했다면 그러한 사정도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가석방이 무조건 불가능한 것도 아냐
형사재판 당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수형자 가족들은 가석방도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합의=가석방 불허’라는 자동 공식이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회복 여부는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과 함께 고려될 수 있지만 가석방은 그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절차가 아니다.
반대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가석방이 자동으로 허가되는 것도 아니다.
합의했다고 피해자의 반대 의사가 반드시 사라지는 것도 아냐
피해회복을 위해 합의금을 지급했더라도 피해자가 수형자의 조기 사회복귀에는 반대할 수 있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도 사건마다 다르다.
따라서 과거에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가석방에 관한 어떠한 의견도 표시할 수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가석방 단계에서는 현재 수형자의 교정상태와 사회복귀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여러 사정을 살펴보게 된다.
엄벌탄원서를 막기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것은 주의해야
가족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피해자가 가석방에 반대할 것 같다는 이유로 가족이나 수형자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해 탄원서를 제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건에 따라 피해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고, 오히려 수형자의 태도나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피해자가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사건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탄원서가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있나요?”도 많이 묻는 질문
가족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실제로 가석방 반대 의견을 냈는지 확인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가석방 심사는 일반적인 형사재판의 공개법정과 성격이 다르다.
심사과정에서 활용되는 모든 자료를 수형자나 가족이 원하는 시점에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과정과 심사내용 공개에도 법에서 정한 범위와 시기가 있다.
따라서 소문만 듣고 ‘피해자가 탄원서를 냈기 때문에 이번 가석방에서 떨어졌다’고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가석방에서 탈락했다고 이유가 엄벌탄원서라는 뜻도 아냐
가석방이 허가되지 않았을 때 가족들은 원인을 하나로 찾고 싶어 한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해서,
엄벌탄원서가 들어와서,
징벌을 한 번 받아서,
형기를 적게 채워서 등 여러 이유를 추측한다.
하지만 가석방심사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절차다.
특정 자료 하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불허의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외부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다음 가석방을 준비한다면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살펴야
피해자의 생각은 수형자나 가족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수형자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교정생활을 성실하게 이어가고,
징벌이나 규율위반을 피하고,
범행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고,
필요한 교육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출소 후 거주·취업·가족지원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사건에 따라 가능한 범위에서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 역시 검토할 수 있다.
가석방은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결정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위원회는 법무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판사·검사·변호사·법무부 소속 공무원과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적격결정을 하면 법무부장관에게 가석방 허가를 신청하고, 법무부장관이 그 신청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면 가석방을 허가할 수 있다.
즉 개별 교도관 한 명이나 교도소에서 임의로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피해자가 반대하면 가석방 못 나온다”는 말은 너무 단순해
수용생활 중에는 여러 경험담이 공유된다.
“피해자가 탄원서를 넣어서 가석방에서 떨어졌다”거나 “피해자가 반대하면 절대 못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별 사건의 심사자료와 판단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수형자의 경험만으로 자신의 가석방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은 피해자의 엄벌탄원서 유무 하나만을 가석방 허가 여부의 단독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반대로 ‘아무 영향도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피해야
그렇다고 피해자의 의견은 전혀 볼 필요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가석방심사는 범죄의 내용과 동기, 수형자의 교정상태, 재범위험성과 사회복귀 환경 등 폭넓은 사정을 살펴본다.
피해자의 우려가 이러한 심사요소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사건의 다른 자료들과 함께 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심은 ‘탄원서가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 기억해야 할 것은 ‘한 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
피해자가 가석방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족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석방은 피해자의 찬성·반대만으로 결정되는 절차가 아니다.
법에서 정한 가석방 가능기간을 충족한 뒤에도 수형자의 범죄동기와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출소 후 생계능력과 생활환경, 재범위험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엄벌탄원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석방은 이제 끝났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판결이 끝났으니 피해자의 의견은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수형자와 가족에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를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남은 수형생활과 사회복귀 준비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를 차근차근 갖춰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