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1심부터 합의를 안 하겠다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피해자는 1심 때부터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변호사에게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피고인 측에 제공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결국 피고인 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약 2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 전액을 공탁한 뒤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가족의 고민은 하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전화해 다시 한번 합의를 시도할 수 있을까요?”

합의는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해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피고인 측이 일방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피고인 측에서 합의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여야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이미 명확하게 합의를 거절했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합의금액을 높이거나 변호사를 통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반드시 다시 협상에 응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변호사가 연락하면 괜찮지 않나요?”

변호인을 통한 합의 시도는 피고인이나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보다 절차를 정리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인을 통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계속 연락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가 “합의하지 않겠다”,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이미 명확하게 전달했다면 추가 접촉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개인정보 제공까지 거부했다면 그 의사는 더욱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개인정보를 알아내서 직접 연락하는 것은 피해야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고 가족이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을 통해 전화번호와 주소를 찾아내 직접 접촉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형사특례공탁 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형사사건 관련 변제공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 측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개인정보를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의 상세한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형사특례공탁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한 상황에서 합의를 위해 그 정보를 우회적으로 확보하려는 방식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한 번 정도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것도 무조건 괜찮다고 할 수 없어

피고인 가족 입장에서는 “계속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딱 한 번만 다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피해자의 기존 의사와 사건 상황을 봐야 한다.

피해자가 과거 단순히 “지금은 생각이 없다”고 답한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합의하지 않겠다. 다시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명확하게 밝힌 것인지는 다르다.

후자라면 재접촉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현재 변호인이 피해자의 의사를 직접 전달받았다면 가족이 별도로 연락을 시도하기보다 변호인에게 피해자의 정확한 의사표시가 무엇이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합의 시도 자체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될 수도 있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여러 범죄 양형기준에서는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를 별도의 불리한 사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합의를 시도하면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합의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압박하는 등의 행위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합의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합의해주지 않으면 공탁하겠다”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피해금을 받지 못한다”거나,

“우리 가족이 이렇게 힘든데 한 번만 봐달라”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부담을 주는 표현도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직접 찾아가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피해자가 전화나 변호인을 통한 합의도 거부하고 있는데 가족이 피해자의 집이나 직장을 찾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일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접촉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범죄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불안과 경제적 피해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직접 방문이나 반복적인 문자·전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면 방법이 전혀 없을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 측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피해회복 노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형사공탁이다.

형사특례공탁은 형사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를 위해 공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공탁법에 따라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공탁할 수 있다.

사연처럼 이미 피해액 상당액 또는 전액을 공탁했다면 그 사실을 항소심에서 피해회복 노력과 관련한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2억 전액을 공탁하면 합의한 것과 같을까

그렇지는 않다.

형사공탁과 피해자의 자발적인 합의는 구분해야 한다.

피고인이 피해액 전액을 공탁했다는 사실은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검토될 수 있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했다는 뜻은 아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반드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기사나 변호인 의견서에서도 ‘전액 공탁했으므로 사실상 합의가 끝났다’는 식의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공탁금이 많으면 무조건 감형될까

공탁액과 감형 사이에도 정해진 계산식은 없다.

2억 원을 공탁했다고 해서 형이 몇 개월 또는 몇 년 줄어든다고 미리 계산할 수 없다.

법원은 범행의 내용과 피고인의 역할,

피해규모,

피해자 수,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

범죄전력,

피해회복,

범행 이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형을 판단한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 범죄의 특성과 피고인의 구체적인 역할 등을 함께 살펴야 하므로 피해액 하나만으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공탁금을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까

피해자가 공탁금을 실제로 출급했는지는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공탁 자체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공탁은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금원을 제공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수령하지 않는 상황과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상황을 동일하게 평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탁 사실과 피해자의 의사를 각각 구분해서 재판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는 공탁금을 거절할 수도 있어

형사공탁을 했다고 피해자가 반드시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탁절차에서는 피해자가 공탁금을 출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탁물 수령을 거절하는 의사를 통고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

피해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공탁금 수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측에서 “전액 공탁했으니 피해자가 가져가면 된다”고 압박해서도 안 된다.

피해자 개인정보를 몰라도 공탁할 수 있는 이유

형사특례공탁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피해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함께 고려해 도입됐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등 상세한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더라도 형사사건번호와 사건명,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활용해 공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피해자가 개인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굳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하지 않고도 피해회복을 시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연처럼 피해자가 개인정보 제공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면 이 제도의 취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항소심 선고 직전이라면 합의 연락보다 확인할 것이 있어

사연에서는 이미 항소심 선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저 현재 항소심이 변론을 종결했고 선고기일까지 지정된 상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변론이 끝나 선고를 앞둔 상황이라면 남은 기간 동안 무리하게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것보다 현재 공탁자료와 다른 양형자료가 실제 재판기록에 제대로 제출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가족이 공탁을 했다는 사실과 변호인이 그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탁자료가 실제로 제출됐는지도 확인해야

공탁을 완료했다면 공탁서와 관련 자료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됐는지를 담당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해액 전액을 공탁한 사실,

공탁 시점,

공탁금액,

피해자별 공탁내역 등이 사건기록에 정확하게 반영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이라면 누구에 대해 어느 정도의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는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1심 이후 새롭게 달라진 사정도 정리해야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중요한 양형자료가 될 수 있다.

1심 이후 공탁이 이루어졌다면 그 자체가 새로운 사정일 수 있다.

그 밖에도 피고인의 반성,

재범방지 노력,

범죄수익 반환,

가족의 사회복귀 지원계획,

교육이나 치료,

취업·주거 계획 등 사건에 맞는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항소심 준비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반성문을 합의 실패에 대한 변명으로 쓰지 않아야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한 사건에서 피고인의 반성문이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흘러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반성문에서는 피해자의 합의 거부를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범행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전액 공탁했는데도 피해자가 합의해주지 않는다”는 표현 역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읽힐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가족 탄원서에서도 피해자를 탓하지 말아야

가족 역시 답답한 마음에 탄원서에서 피해자의 합의 거부를 언급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너무 완강하다”,

“돈을 전액 마련했는데도 합의해주지 않는다”,

“가족이 이렇게 힘든데 용서해주지 않는다”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 탄원서는 피해자를 설득하는 문서가 아니다.

피고인의 가족관계와 사회복귀 지원계획 등 가족이 직접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편이 적절하다.

피해자가 나중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있어

피해자가 처음에는 합의를 거절했다가 이후 스스로 의사를 바꾸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 측이 계속 연락해서 마음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의 의사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거나 피해자 측에서 합의 의사를 전달해오는 경우에는 변호인을 통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피해자 측 변호사가 있다면 그 창구를 이용해야

피해자가 별도의 변호인을 선임해 피고인 측과의 연락을 대리하고 있다면 피고인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 변호인 간의 공식적인 창구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피해자 측 변호인이 “추가 합의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전달했다면 그 의사 역시 존중해야 한다.

변호사 대 변호사의 연락이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의금 제안을 계속 높이면 언젠가는 합의할까

피고인 측에서는 합의금액을 높이면 피해자가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 이유가 금액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범죄를 당했다는 충격과 불안, 가족관계의 변화 등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돈의 액수와 관계없이 합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 의사가 확인됐다면 금액을 계속 높여 반복적으로 제안하는 방식도 신중해야 한다.

합의가 없으면 항소심 감형은 불가능할까

그렇지도 않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감형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에서 어떤 이유로 형이 정해졌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리고 1심 이후 실제로 달라진 사정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

피해액 전액 공탁,

진지한 반성,

범죄수익 반환,

재범방지 노력,

가족과 사회의 지원계획 등 사건에 따라 다양한 사정이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자료가 존재한다고 감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된다는 사실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형사사건에서 피고인 측은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어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합의할 수 없다.

이때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 의사까지 넘어서는 것이 피고인 측의 의무는 아니다.

오히려 일정한 시점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피해자를 추가로 압박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양형자료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변호사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

사연처럼 이미 전액공탁까지 마쳤고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담당 변호인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가 정확히 어떤 표현으로 합의를 거절했는지,

추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까지 명확히 밝혔는지,

현재 다시 연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지,

전액공탁 자료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됐는지,

공탁 이후 피해자의 의사가 확인된 것이 있는지,

1심 이후 새롭게 제출된 양형자료는 무엇인지,

선고 전 추가로 제출할 필요가 있는 자료가 남아 있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다른 합의 방법이 없나요?”에 대한 답

안기모카페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가족들이 다른 연락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다면 가족이 연락하거나,

가족도 안 된다면 변호사가 전화하거나,

연락처를 모른다면 지인을 통해 알아보는 식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이미 합의를 거부하고 개인정보까지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면 ‘어떻게든 연락할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형사특례공탁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피고인에게 피해회복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사연처럼 피해액 전액을 공탁했다면 이제는 공탁 사실이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1심 이후의 다른 양형사정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인을 통한 합의 시도도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우회수단은 아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고인과 가족에게 답답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합의를 받아들일 의무 역시 없다.

결국 항소심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를 무리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피해회복을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했는지, 그리고 범행 이후 피고인이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사건기록을 통해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