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 모두와 합의할 돈이 없는데 한 명이라도 해야 할까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 합의를 고민하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피해자는 모두 세 명이다.

처음부터 전원과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합의를 진행하려고 보니 요구되는 금액이 생각보다 커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어차피 세 명 모두와 합의하지 못한다면 한 명과만 합의하는 것이 실제 재판에서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전원 합의가 불가능한 이상 굳이 큰돈을 들여 한 사람과 합의할 필요가 없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담당 변호인은 그중에서도 사건에서 피해가 중한 사람에게 합의의사가 있으므로 우선 한 명이라도 합의하는 방향을 권하고 있다고 한다.

전원과 합의하지 못하면 합의가 의미 없을까?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나머지 피해자의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이루어진 합의와 피해회복까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형을 정할 때 법원은 범행의 결과와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따라서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라도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고 그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라면 사건에 따라 재판부가 살펴볼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다.

한 명 합의하면 ‘3분의 1 합의’로 계산할까?

그런 계산법은 없다.

피해자가 세 명이니까 한 명과 합의하면 정확히 33%의 양형효과가 생기고, 두 명이면 66%가 된다는 식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피해자마다 피해규모와 범행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의 피해액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고 세 사람의 피해액이 비슷할 수도 있다.

범행과정에서 특정 피해자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합의한 피해자의 숫자뿐 아니라 어떤 피해가 실제로 회복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피해가 가장 큰 사람과 합의하는 것이 더 중요할까?

사건에 따라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세 피해자의 피해규모가 각각 크게 다르고 그중 한 피해자가 전체 피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해당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한 사실은 사건 전체를 평가할 때 검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다.

담당 변호사가 사건기록을 확인한 뒤 ‘가장 중한 피해자와 우선 합의를 진행하자’고 조언했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피해금액 때문인지, 범행내용 때문인지, 해당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작은 피해자는 중요하지 않은 걸까?

아니다.

피해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피해자의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회복 피해가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가장 큰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이제 다른 피해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는 사건 전체의 피해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합의와 피해회복은 왜 중요할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여러 범죄 양형기준에서는 처벌불원이나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양형요소로 두고 있다.

여기서 처벌불원은 단순히 돈을 지급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미를 이해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를 말한다.

실질적 피해회복 역시 단순히 합의를 시도했다는 것과는 구별된다.

결국 재판에서는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와 피해자가 어떤 의사를 밝혔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합의금만 지급하면 합의가 끝나는 걸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합의를 진행할 때는 합의서의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어떤 사건과 피해에 대한 합의인지, 합의금은 얼마인지, 지급이 완료됐는지 등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로 했다면 그 내용 역시 문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송금했다는 사실과 정식 합의가 성립했다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같은 걸까?

항상 동일한 문서는 아니다.

합의서는 당사자 사이에 피해배상 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내용을 담는 문서이고,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실무에서는 합의서 안에 처벌불원의사가 함께 기재되기도 한다.

따라서 합의를 진행할 때는 단순히 ‘합의서 받았습니다’에서 끝내지 말고 실제 문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사건이 끝날까?

모든 범죄가 그런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형사사건의 공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죄명에 따라 법적 효과가 달라진다.

처벌불원이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되는 것과 처벌불원의사 때문에 아예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현재 사건의 정확한 죄명을 기준으로 변호인에게 확인해야 한다.

한 명과 합의하면 형량이 얼마나 줄어들까?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지만 숫자로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피해자 한 명 합의하면 징역 두 달 감형”, “세 명 중 두 명 합의하면 집행유예”와 같은 공식은 없다.

같은 세 명의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도 피해금액과 범행방법, 전과, 피고인의 역할, 피해회복 정도 등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감형사례를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합의할 돈이 부족하면 누구부터 해야 할까?

일률적인 정답은 없다.

피해금액만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무조건 합의 의사가 가장 강한 피해자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건기록을 확인한 변호인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각 피해자의 피해규모와 범행내용, 현재 피해회복 정도, 합의 가능성, 피해자의 의사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제한된 금액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사건을 직접 파악하고 있는 변호인의 판단이 중요하다.

합의가 가능한 피해자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해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현실적으로 합의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면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같은 조건으로 기다려준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가족이 조급한 마음에 감당할 수 없는 합의금을 약속했다가 지급하지 못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마련 가능한 범위와 지급일정을 확인한 뒤 협의해야 한다.

합의금에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피해액의 몇 배를 주면 합의해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인 법정 합의금표는 없다.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고 피고인 측은 이를 받아들일지 협의할 수 있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합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이 죄는 보통 얼마면 합의된다”는 경험담만 믿고 금액을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피해자가 너무 큰 금액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합의가 중요하다고 해서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까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마련 가능한 금액과 피해규모를 검토하고 변호인을 통해 협의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직접 연락해 금액을 낮춰달라고 압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양형위원회 기준에서도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불이익을 암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가족이 직접 피해자에게 연락해도 될까?

특히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선처를 받기 위해 간절하게 연락하는 것이지만 피해자에게는 반복적인 연락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미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피해자와의 연락과 합의조건 협의는 가급적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한 명 합의 후 나머지 두 명에게도 계속 노력해야 할까?

가능한 범위에서는 남은 피해에 대한 회복방안도 계속 검토할 수 있다.

첫 번째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한 피해회복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에 제출하는 양형자료에서도 ‘한 명과 합의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남은 피해를 어떻게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실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다만 보여주기식으로 무리한 약속을 만들 필요는 없다.

실제 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금액만 변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전액 합의가 어렵더라도 실제 피해금 일부를 변제하는 방식으로 피해회복을 진행할 수 있는 사건도 있다.

다만 일부 변제가 정식 합의나 처벌불원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피해회복이 양형상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범죄유형과 전체 피해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도 아무런 피해회복도 하지 않은 경우와 실제 일부라도 피해를 변제한 경우의 사정은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공탁으로 대신하면 될까?

합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형사공탁을 검토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공탁은 피해자와의 합의와 동일하지 않다.

공탁했다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되는 것도 아니다.

양형위원회 역시 공탁의 경우 피해자의 의견, 공탁금 회수 가능성과 회수의사, 피해의 규모와 정도 등을 신중하게 살펴 실질적 피해회복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면 공탁하면 똑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합의한 피해자의 자료는 언제 제출해야 할까?

합의가 완료됐다면 변호인에게 즉시 알리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지급자료 등 필요한 서류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재판부가 판결을 정할 때 검토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기록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고가 임박했다면 제출 시기와 방법을 변호인에게 바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항소 중이라면?

항소심에서 새롭게 이루어진 합의와 피해회복은 1심 판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양형부당을 주장하고 있다면 새롭게 이루어진 합의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합의했다고 자동으로 원심이 파기되거나 일정한 기간이 감형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 전체의 양형조건과 함께 판단한다.

피해자가 세 명이면 ‘전원 합의’가 가장 좋은 걸까?

피해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각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다면 의미가 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합의금 마련이 불가능하거나 일부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전원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능한 피해회복까지 포기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제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 명밖에 못 했다’보다 ‘한 명이라도 실제로 회복했다’는 관점

가족들은 흔히 세 명 중 한 명만 합의하면 ‘부분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합의를 단순한 성공·실패의 숫자로 볼 필요는 없다.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그 피해자에 대해서는 실제 피해회복이 이루어진 것이다.

동시에 나머지 피해자들의 피해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도 함께 존재한다.

재판부는 이러한 전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한 명과 합의했다는 사실을 과장해서도 안 되고, 전원 합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가할 필요도 없다.

결국 ‘몇 명과 합의했나’보다 피해회복 전체를 봐야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한정된 자금으로 어디까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모두와 합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건도 적지 않다.

이때 “전원 합의가 안 되니까 아무도 하지 말자”와 “무조건 한 명부터 하자” 중 어느 하나가 모든 사건의 정답은 아니다.

다만 일부 피해자와 이루어진 진정한 합의와 실제 피해회복이 단지 다른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건기록을 확인한 담당 변호인이 피해가 중한 피해자와 우선 합의를 권하고 있다면 그 판단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피해금액이 큰 것인지, 범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인지, 실제 처벌불원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살펴보면 가족도 판단하기 쉬워진다.

무엇보다 합의는 ‘형량을 사는 절차’가 아니다.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를 실제로 회복하고 그 과정과 결과가 양형에서 검토되는 것이다.

한 명과 합의하면 몇 개월이 줄고 두 명이면 몇 개월이 더 줄어든다는 공식도 없다.

현재 마련할 수 있는 금액과 각 피해자의 피해규모, 합의 가능성, 남은 피해에 대한 회복계획을 담당 변호인과 함께 검토해 현실적인 순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