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데 가족 탄원서도 많이 받아야 할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형사사건 피해자의 고민이 올라왔다.

재판을 앞두고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하는데 본인 것만 제출하면 되는지, 가족들의 탄원서도 많이 받아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은지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에서 사건이 구공판된 상태이고 재판까지 약 3주가 남았다는 설명도 있었다.

가족은 “구공판된다고 모두 실형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피고인 가족들이 선처탄원서와 반성문을 준비하듯 피해자 역시 재판을 앞두고 ‘내 피해를 재판부에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밝힐 수 있어

형사소송법은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상 진술권을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또는 법에서 정한 피해자 측 사람이 신청하는 경우 법원은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신문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피해자는 단순히 범죄사실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법은 피해의 정도와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그 밖에 해당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즉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달라”는 피해자의 의사는 형사재판에서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의견이다.

엄벌탄원서란 무엇일까

실무에서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 등이 피고인의 엄한 처벌을 요청하는 서면을 흔히 ‘엄벌탄원서’라고 부른다.

피해자는 탄원서를 통해 범행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피해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는지,

피고인의 범행 이후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합의 또는 사과가 있었는지,

피고인의 처벌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다만 탄원서 자체가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는 유일한 자료는 아니다.

엄벌탄원서는 몇 장을 제출해야 할까

선처탄원서와 마찬가지로 엄벌탄원서에도 ‘몇 장 이상 제출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수량 기준은 없다.

피해자 본인의 엄벌탄원서 한 장을 제출했다고 해서 부족하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 20명의 탄원서를 추가하면 그 숫자만큼 처벌이 무거워지는 것도 아니다.

형사재판은 탄원서 숫자를 합산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피해자가 “우리 사건에서는 가족 탄원서를 30장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건에서도 같은 숫자를 맞출 필요는 없다.

가족 탄원서를 함께 제출하는 것은 가능할까

가족이 범죄로 인해 실제 영향을 받았다면 가족의 입장에서 피해 이후의 상황을 설명하는 탄원서를 준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범행 이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족이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면 가족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

경제적 피해로 가족생활 전체가 어려워졌다면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가족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 가족이 실제로 알고 있는 피해와 그 영향을 자신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가족 10명이 똑같은 내용으로 쓰는 것은 어떨까

엄벌 의사를 강하게 보여주기 위해 동일한 문장을 복사해 가족 여러 명의 이름으로 제출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탄원서의 취지를 생각하면 각 작성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알고 있는 내용을 작성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배우자라면 범행 이후 피해자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부모라면 피해자의 심리와 생활 변화를,

자녀라면 가족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를 자주 만나지 않았고 사건의 영향도 직접 알지 못하는 먼 친척에게 단순히 장수를 늘리기 위해 탄원서를 부탁할 필요까지는 없다.

피해자 본인의 탄원서가 중요한 이유

범죄로 인해 무엇을 경험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 본인이다.

따라서 피해자 탄원서를 작성한다면 단순히 “엄벌에 처해주세요”라는 문장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보다 범행 전과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경제적 피해라면 실제 회복되지 않은 피해가 얼마인지,

신체적 피해라면 치료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정신적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면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을 사실에 맞게 정리할 수 있다.

‘징역 10년을 내려주세요’처럼 형량을 직접 정해야 할까

피해자가 원하는 처벌의 정도를 밝히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피해자가 반드시 구체적인 징역 연수를 계산해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 “현재까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으며 선처를 원하지 않는다” 등 자신의 실제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는 방법도 있다.

구체적인 형을 정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역할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건의 형량을 그대로 가져와 반드시 동일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회복이 안 됐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재산범죄라면 피해금액과 현재까지 반환된 금액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전체 피해액이 5천만 원이고 지금까지 1천만 원만 돌려받았다면 남은 피해액이 얼마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단순히 “아무런 피해회복도 하지 않았다”고 작성했는데 실제로 일부 변제가 이루어진 기록이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와 탄원서가 충돌할 수 있다.

피해자 탄원서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도 사실대로

피고인이 사건 이후 연락하거나 사과한 사실이 있는지도 탄원서에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연락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작성하거나, 변호사를 통해 합의 제안이 있었는데 이를 전혀 없었던 것처럼 작성할 필요는 없다.

합의 제안은 있었지만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 그 점을 피해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된다.

엄벌탄원서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는 문서이기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자료다.

합의를 거절하면 불리해지는 걸까

피해자가 반드시 합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

피고인 측에서 합의를 요청하더라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정도와 사건 이후 상황을 고려해 합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미 합의했거나 피해금액을 지급받은 사실이 있다면 탄원서를 작성할 때 그 사실 자체를 숨기기보다 현재의 처벌 의사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공탁이 들어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고인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공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공탁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피해자가 자동으로 피고인을 용서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탁과 피해자의 자발적인 합의 또는 처벌불원 의사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피해자가 공탁에도 불구하고 엄벌을 원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현재 의사를 적절한 방법으로 재판부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공탁금 수령 여부와 법률적 효과는 사건별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엄벌탄원서를 여러 번 제출할 수도 있을까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해 상황이나 피고인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매주 반복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첫 탄원서 이후 피해회복 상황이 달라졌거나 피고인 측과 새로운 연락이 있었거나 선고를 앞두고 현재의 처벌 의사를 다시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 추가 의견을 제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핵심은 횟수보다 새롭게 전달할 내용이 있는지다.

구공판됐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사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구공판이라고 해서 모두 실형이 나오는 것은 아니죠?”라는 부분이다.

구공판은 검사가 사건을 법원의 정식 형사재판에 넘겼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즉 피고인에 대해 정식 공판절차를 통해 재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이다.

하지만 구공판 자체가 ‘실형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공판이면 무조건 감옥에 가는 것은 아냐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후 법원은 공소사실과 증거를 심리하고 피고인의 주장 등을 확인한 뒤 판결한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어떤 형을 선고할지는 별도의 문제다.

사건에 따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도 있고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구공판 = 실형’이라는 공식은 없다.

반대로 구공판됐으니 처벌이 가볍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

검사가 구형한 형량이 그대로 선고되는 것도 아냐

재판이 진행되면 검사가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해달라는 구형을 할 수 있다.

피해자는 검사의 구형을 듣고 “이제 저 형량으로 확정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사의 구형은 법원에 대한 의견이다.

재판부가 반드시 검사의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형량은 재판부가 사건기록과 여러 사정을 검토해 결정한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말할 수도 있어

엄벌탄원서가 피해자의 유일한 의사표시 방법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 등의 진술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피해자 등을 신문하는 경우에는 피해의 정도와 결과뿐 아니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과 그 밖의 사건에 관한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재판에서 직접 피해와 처벌 의견을 밝히고 싶다면 해당 절차를 확인해볼 수 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모두 법정에서 말할 수 있을까

동일한 범죄사실에 피해자 등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법원이 진술할 사람의 수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나 피해자가 많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법정에서 각각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피해자의 의견을 어떻게 정확하게 전달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도 재판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

현재 형사소송법은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 등이 일정한 요건 아래 공판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의 권리구제나 피해자 진술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판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기록이 아무 조건 없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재판상황이나 법에서 정한 사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 재판 진행상황과 기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재판까지 3주 남았다면 무엇부터 준비할까

사연처럼 재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가족 탄원서의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피해자 본인의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다.

사건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피해,

현재 남아 있는 피해,

치료나 상담을 받았다면 관련 자료,

재산피해가 있다면 피해액과 회복액,

피고인 측의 사과·합의 요청 여부,

현재 피해자가 원하는 처벌에 관한 의견 등을 정리해볼 수 있다.

사건에 따라 어떤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담당 검사실이나 피해자 지원창구, 피해자 측 변호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탄원서에는 사건번호를 정확하게

재판이 시작됐다면 탄원서를 어느 사건에 제출하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법원과 사건번호,

피고인,

탄원인의 기본적인 관계,

탄원 취지와 이유 등을 확인하고 제출하는 방식이다.

사건번호를 정확하게 적으면 해당 재판기록에 편철되는 과정에서도 사건을 특정하기 쉽다.

구체적인 제출방법은 해당 법원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피해자의 엄벌탄원서는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와는 구분돼

한 가지 중요한 법적 구분도 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 등 처벌에 관한 의견을 담은 서면을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피해자의 탄원서는 피해 정도와 처벌 의견 등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자료이지, 탄원서에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유죄 여부는 적법하게 조사된 증거를 토대로 판단한다.

엄벌탄원서의 숫자보다 ‘피해가 지금도 어떻게 남아 있는지’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 측이 반성문과 선처탄원서를 여러 장 제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더 많은 엄벌탄원서를 제출해야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선처탄원서와 엄벌탄원서의 숫자를 세어 더 많은 쪽의 의견을 따르는 절차가 아니다.

피고인 가족이 선처탄원서 30장을 냈다고 피해자도 엄벌탄원서 30장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지금까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범행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피고인의 사과와 피해회복 노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현재 어떤 처벌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공판됐으니 실형 나오겠죠?”에도 확답할 수 없어

피해자는 재판이 다가올수록 결과를 빨리 알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랫동안 수사절차를 거친 뒤 검찰이 구공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실형 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공판은 정식재판이 시작된다는 의미이지 실형을 예약하는 절차가 아니다.

법원은 공소사실과 증거를 심리하고 유무죄를 판단한 뒤 유죄라면 법정형과 양형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

따라서 재판을 앞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상 형량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해와 현재의 처벌 의사가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도 재판은 기다림의 과정

안기모카페에는 피고인이나 수형자의 가족뿐 아니라 사건 피해자의 고민도 올라온다.

피고인 가족이 형량을 걱정하며 선처탄원서를 준비하는 동안 피해자는 정반대편에서 “내 피해가 제대로 전달될까”, “가벼운 처벌로 끝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을 겪을 수 있다.

엄벌탄원서는 이러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가족 탄원서를 많이 받아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피해자 본인의 피해와 범행 이후의 상황, 피해회복 여부, 피고인에 대한 현재의 처벌 의사를 사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구공판됐다는 사실만으로 실형 여부를 미리 확정할 수도 없다.

결국 피해자가 재판 전 확인해야 할 것은 “탄원서가 몇 장인가”보다 “내 피해와 처벌 의사가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는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