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중요한 양형자료로 거론되지만, 정작 피고인이나 가족이 피해자에게 연락할 방법조차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한 항소심 사건에서는 법원을 통한 피해자 인적사항 확인이 이뤄지지 않자 변호인 측이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 연락 경로를 확인했고, 결국 피해자 2명 모두와 합의에 이른 사례가 전해졌다.
법무법인 시그니처가 안기모카페에 공개한 합의사례에 따르면, 의뢰인은 법정구속된 피고인의 아내였다. 피고인은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을 받았지만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고, 이후 항소심에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변호인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한 뒤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복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피해자 정보 제공은 허가되지 않았다. 게시글에는 재판부가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합의 절차가 멈추지는 않았다. 사건이 호텔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착안해 변호인 측은 내부 협의를 거쳐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실제 호텔을 방문한 사진과 함께 현장 방문 상황을 의뢰인에게 전달하며 피해자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하는 과정이 담겼다.
그 결과 피해자 2명 모두와 연락이 닿았고, 두 사람 모두 합의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에는 합의금이라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남았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금액과 피고인 측이 실제 지급할 수 있는 금액 사이에서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이어졌고, 현장을 방문한 지 이틀 만에 피해자 2명 모두와 합의가 성사됐다고 법무법인 측은 밝혔다. 합의 이후에는 합의서와 관련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보석청구도 준비한다는 내용이 함께 공개됐다.
이 사건을 수임해 항소심을 진행한 법무법인 시그니처 오창훈 변호사는 형사합의 과정에서 단순히 합의금을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적절한 연락 경로를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변호인이 언제나 피해자의 연락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자 개인정보는 보호돼야 하는 만큼 법원을 통한 접촉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사건기록과 발생 장소를 면밀히 검토하고 적법한 범위에서 피해자에게 의사를 전달할 방법을 찾는 과정도 변호인의 역할”이라며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거나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진정한 사과와 피해회복 의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항소심에서의 합의가 반드시 감형이나 석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오 변호사는 “피해회복 여부는 형사재판에서 고려될 수 있는 여러 양형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합의가 성사됐다면 그 내용뿐 아니라 피고인의 범행 인정, 반성 정도, 재범방지 노력, 가족관계, 사회복귀 계획 등 다른 양형자료와 함께 종합적으로 재판부에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과 양형을 앞둔 수형자 가족들에게 피해자 합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막막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피해자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 적정한 합의금은 어느 정도인지, 합의서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등을 놓고 가족들이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이처럼 재판과 양형, 형사합의, 보석, 항소심 등을 경험하는 수형자 가족과 지인들의 이야기가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특히 실제 절차를 겪은 가족들의 경험과 법률전문가의 설명이 함께 오가면서, 교정시설 안쪽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막막한 재판 과정을 이해하는 하나의 정보공유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형사합의가 서류 한 장으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피해회복을 위해 필요한 방법을 찾고, 때로는 사건 현장까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합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안기모카페 https://naver.me/xpj6eWc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