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가 끝난 뒤 다음 재판 전까지 합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재판을 받고 있는 가족이 피해자와 언제까지 합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올라왔다.
수용된 가족 역시 합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계속 궁금해하고 있지만 변호인에게 문의하자 “재판 후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합의할 생각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다음 재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이미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피해자 합의에는 모든 사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다음 재판 전까지’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합의에 정해진 마감일이 있을까?
우선 합의와 법정 제출기한을 구분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피해자와의 합의는 첫 공판 전까지 해야 한다’거나 ‘두 번째 재판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식의 일반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사단계에서 합의할 수도 있고 기소 이후 재판을 받으면서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1심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 합의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늦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합의의 목적이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 피해회복 등의 사정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언제까지나 상관없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양형에 반영받으려면 결국 선고 전에 자료가 들어가야
피해자와 합의한 사실을 1심 양형에 반영받으려는 경우라면 재판부가 판결을 하기 전에 합의 사실과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가 성립하면 사건에 따라 합의서, 피해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서류 등이 제출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다음 재판 전이냐 아니냐”보다 현재 재판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고 선고가 언제 예정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변론이 계속되는 사건과 이미 변론이 종결돼 선고를 앞둔 사건은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다르다.
‘재판 후에 합의를 진행한다’는 말도 이상한 것은 아냐
변호인이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측과 합의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해서 반드시 대응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재판 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해당 공판기일이 끝난 뒤 피해자 측과 접촉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재판에서 확인된 내용이나 검사의 의견 등을 살펴본 뒤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건에 따라서는 재판 진행상황을 확인한 뒤 합의방향이나 금액을 조율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족이 “왜 지금 당장 합의를 안 하느냐”고 판단하기보다 변호인에게 현재 합의 진행계획과 예상 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더 빨리 해결될까?
합의가 늦어진다고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피고인이나 가족과 직접 접촉하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반복적인 전화나 문자, 방문 등이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
피해자에게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표현도 피해야 한다.
“합의해주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큰일 난다”, “처벌불원서를 꼭 써달라”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변호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달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방법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같은 것일까?
두 개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합의서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피고인 측이 피해회복이나 분쟁해결 등에 관해 합의한 내용을 확인하는 문서다.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실제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합의가 당연히 처벌불원 의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돈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작성된 문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재판이 끝날까?
범죄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반의사불벌죄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형사절차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범죄가 있다.
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그대로 진행되는 범죄도 많다.
이 경우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회복이나 양형과 관련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공소가 없어지거나 재판이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사건이 어떤 죄명으로 기소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합의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피해자 합의에서 가족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되는 공식적인 합의금표는 없다.
같은 죄명이라도 피해의 정도와 실제 손해액, 범행내용, 치료기간, 피해자의 의사,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협의내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이 죄명은 보통 얼마에 합의한다”는 경험담만 보고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일부 피해자와만 합의되는 경우도 있어 전체적인 피해회복 정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전액 합의가 안 되면 아무 의미가 없을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 모든 피해자와 동시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금액 가운데 일부를 실제로 변제하는 경우도 있다.
양형에서는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는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이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완벽한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회복 노력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일부 변제나 일부 피해자와의 합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사건별로 달라 일률적인 감형 폭을 예상할 수는 없다.
합의가 안 되면 형사공탁을 하면 될까?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연락 자체를 원하지 않는 사건에서는 형사공탁을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 공탁제도에는 형사사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기 어려운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사건번호 등을 이용해 공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공탁과 합의는 같은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 일정 금액을 공탁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합의한 것으로 바뀌거나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공탁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면 공탁만 하면 똑같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선고 직전에 합의가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판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뒤늦게 합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관련 자료를 신속하게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변론이 종결된 뒤 새로운 중요한 양형자료가 생겼다면 변호인이 해당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제출하고 재판부에 알릴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변론재개를 요청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도 있지만 요청했다고 반드시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 선고 직전까지 아무런 준비 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1심에서 합의를 못 하면 항소심에서는 늦을까?
1심에서 합의하지 못했다고 이후 피해회복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추가적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는 사건도 있다.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양형사정을 주장할 수 있다.
피해자와 새롭게 합의했다거나 피해를 추가로 회복했다는 사정도 사건에 따라 제출할 수 있다.
다만 이것 역시 “항소심에서 합의하면 반드시 감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처음부터 합의 가능성이 있는데 일부러 1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항소심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항상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수용된 피고인은 합의 진행상황을 알기 어려울 수 있어
구치소에 수용된 피고인에게는 외부에서 합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체가 큰 걱정이 될 수 있다.
직접 자유롭게 전화하거나 피해자와 협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은 변호사에게 합의가 실제로 시작됐는지, 피해자 측에 의사가 전달됐는지, 상대방의 답변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 수용된 피고인에게 접견이나 편지를 통해 알려줄 수 있다.
다만 가족이 협상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곧 합의된다”거나 “피해자가 받아줄 것 같다”고 단정해서 전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될까?
“합의 언제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만 하기보다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피해자 측과 이미 접촉했는지, 아직 접촉하지 않았다면 어느 단계에서 접촉할 계획인지, 다음 공판 전에 진행할 것인지, 합의가 되면 어떤 서류를 받을 계획인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또 합의가 어려울 경우 일부 변제나 형사공탁을 검토할 것인지, 현재 재판일정상 언제까지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질문하면 가족도 현재 합의가 단순히 방치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변호인이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쉬워진다.
‘다음 재판 전까지’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재판 단계
피해자 합의에 모든 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두 번째 공판 전까지”, “심리 끝난 뒤 다음 재판 전까지”와 같은 공식은 없다.
수사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사건도 있고 1심 공판 중에 성립하는 사건도 있으며 항소심에서 뒤늦게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합의를 1심 양형에 반영받으려 한다면 재판부가 판결하기 전에 관련 사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합의를 준비하는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은 “몇 번째 재판 전까지 해야 하나요?”가 아니다.
“현재 재판은 어느 단계이고, 피해자 측과 합의는 어디까지 진행됐으며, 재판부에 언제 어떤 자료를 제출할 계획인가요?”라고 묻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피해자 합의는 단순히 형을 줄이기 위해 서류 한 장을 받는 과정으로만 볼 문제도 아니다.
실제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를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