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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높이려 시간을 끄는 걸까”…항소심 선고 앞두고 합의 협상에 흔들리는 가족들

높은 합의금 요구와 엄벌탄원서 제출만으로 의도 단정 어려워

형사합의 중에도 피해자는 처벌 의견 계속 제출할 수 있어

민사청구 가능성은 합의서 문구와 손해배상 범위에 따라 달라져

안기모편집부 기자입력 2026년 7월 23일조회 1
“합의금 높이려 시간을 끄는 걸까”…항소심 선고 앞두고 합의 협상에 흔들리는 가족들

선고 다가올수록 커지는 합의에 대한 불안

성범죄 사건으로 항소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선고를 약 2주 앞둔 가족이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온라인 교정 커뮤니티에 털어놨다.

피해자 측이 처음부터 예상보다 높은 합의금을 제시했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엄벌탄원서를 계속 제출하면서, 가족들은 합의금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 엄벌 의견을 제출한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의 협상 의도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피해 규모와 정신적 고통을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피해자가 처벌 의견을 유지하면서 합의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것도 법적으로 모순된 행동은 아니다.

합의 중에도 엄벌탄원서 제출할 수 있어

피해자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의 정도와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거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제출할 수 있다. 엄벌탄원서는 이러한 피해자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다만 피해자의 의견서 자체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 협상이 시작됐다고 피해자가 기존 처벌 의사를 철회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합의금과 합의서 문구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피해자가 엄벌 의사를 유지할 수 있고,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엄벌탄원서가 계속 제출됐다는 사정만으로 합의 의사가 전혀 없다거나 금액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성범죄 합의는 재판을 자동으로 끝내지 않아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받더라도 재판이 자동으로 끝나거나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은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감경과 관련된 양형 요소로 두고 있다. 실제 반영 정도는 범죄 유형과 피해 정도, 합의 과정, 피고인의 반성과 재범 위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가 판단한다.

합의가 성립했다고 반드시 집행유예나 감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심 형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선고 직전 합의도 가능하지만 일반화 어려워

선고 전날이나 선고기일 직전에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당사자들이 금액과 문구를 두고 오랫동안 조율하거나, 피고인 측이 뒤늦게 합의금을 마련하면서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고 직전 합의가 흔한 방식이라고 일반화하거나 마지막까지 기다리면 피해자가 금액을 낮출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 현재 제시할 수 있는 금액과 지급 시기, 합의서에 포함할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피해자 측의 답변을 기다려야 한다.

반복 연락이나 감정적인 설득, 가족을 통한 압박은 피해야 한다. 양형기준에서도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준 사정을 불리한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형사합의 후에도 민사청구가 남을 수 있어

피해자가 나중에 민사소송으로 추가 금액을 청구할 생각이 있어 강하게 협상하는 것인지도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형사합의가 성립했다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이 항상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의서가 형사절차에 관한 합의로 한정돼 있다면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판례가 있다.

반대로 합의서에 해당 사건과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를 모두 종결하고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되면 이후 민사청구가 제한될 수 있다. 법원은 문구뿐 아니라 합의 과정과 당사자의 의도, 작성 전후 상황을 종합해 합의 범위를 판단한다.

‘형사합의만 하고 민사책임은 제외한다’는 단서가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는 남을 수 있다. 실제 판례도 형사합의서에서 민사책임을 명시적으로 제외한 경우 해당 합의금이 민사상 손해 전체를 정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액보다 합의서 범위까지 확인해야

합의를 준비할 때는 지급할 금액만 협상해서는 안 된다.

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인지 전체인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지, 향후 추가 민사청구를 하지 않기로 하는지, 합의 내용이 언제부터 효력을 갖는지를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돈을 먼저 지급한 뒤 합의서 문구를 협의하면 추가 분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지급 시점과 서류 제출 절차도 함께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자를 직접 압박하기보다 현재까지의 피해회복 노력과 마련된 금액, 공탁 가능성, 재범방지 계획 등 항소심에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가족들이 감당하는 협상의 시간

안기모카페는 수형자의 가족과 연인, 지인들이 재판과 양형, 합의와 피해회복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는 온라인 교정커뮤니티다.

선고가 다가오는데 합의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가족들에게 하루하루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요구 금액이나 탄원서 제출만으로 숨은 의도를 추측하면 협상 과정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합의 가능성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 제시된 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합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항소심에서 어떤 피해회복 자료를 제출할 것인지 차분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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