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을 마련했는데 출소 후 나머지도 갚으라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추진하던 가족의 고민이 올라왔다.

사건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한 피해자는 한 명이었다.

가족은 가능한 범위에서 합의금을 마련해 피해자에게 제시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후 피해자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조건이 붙었다.

현재 마련한 합의금을 지급하고, 수용자가 출소한 뒤에도 나머지 금액을 계속 변제하며, 그 약속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까지 연대보증을 해야 합의서를 작성해주겠다는 취지였다.

가족이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금액은 억 단위였다.

가족은 “여러 공범이 관련된 사건인데 전체 책임을 우리에게 받으려는 것 같다”며 고민했다.

형사합의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부터 구분해야

먼저 피해자와의 형사합의와 민사상 손해배상채무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회복을 하는 것은 피고인의 범행 후 정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별도의 금전지급 의무를 약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합의서 자체가 새로운 민사상 약정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재판에 합의서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내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서명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합의금 지급’과 ‘출소 후 계속 변제’는 다른 부담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현재 3천만원을 지급하고 처벌불원 또는 합의서를 받는 것과,

3천만원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1억원을 출소 후 매월 변제한다”는 내용까지 약속하는 것은 법적·경제적 부담이 크게 다르다.

후자의 경우 형사사건이 끝난 뒤에도 약정에 따른 채무가 계속 남을 수 있다.

따라서 합의서에 총 채무액이 얼마인지, 이미 지급한 돈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향후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해야 하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족 ‘연대보증’은 특히 조심해야

사연에서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가족 연대보증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갚기로 약속하는 것과 가족이 그 채무의 연대보증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가족이 단순히 합의를 돕기 위해 연락하거나 돈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 피고인의 범죄로 인한 채무를 자동으로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이 별도의 연대보증 약정에 유효하게 서명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피고인이 출소 후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못했을 때 피해자가 보증인에게 약정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합의를 위해 이름만 적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해

가족 입장에서는 “아들을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합의서에 이름을 적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하는 것은 단순한 가족 확인이나 탄원이 아니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가족 자신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민사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족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제시했다면 합의서 초안을 받기 전에 구두로 결정하지 말고 실제 문구를 변호인에게 검토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명이 함께 범행했다면 손해배상은 어떻게 될까

공범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또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민법상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질 수 있다.

따라서 “공범이 여러 명이니까 피해액을 무조건 공범 숫자로 나누면 내 몫만 책임지면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이 인정되는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이 최종적으로 모든 부담을 떠안는다는 뜻도 아냐

피해자에 대한 외부적 책임과 공범들 사이의 최종 부담관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동불법행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의 부담부분을 넘어 피해를 배상했다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와의 관계에서 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특정 피고인에게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그 피고인이 전체 피해액을 최종적으로 혼자 부담해야 한다”고 바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구체적인 범행 가담 정도와 손해 발생과의 관계, 이미 다른 공범이 변제한 금액 등이 중요할 수 있다.

다른 공범이 이미 피해금을 지급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공범 사건에서 특히 확인해야 하는 것이 피해자의 실제 남은 손해액이다.

다른 공범이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피해액 일부를 지급했거나 민사적으로 변제한 금액이 있다면 이를 무시한 채 동일한 손해를 중복해서 계산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다른 공범들이 아직 아무런 피해회복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특정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변제를 요구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합의금 협상 전에는 가능하다면 전체 피해액, 현재까지 회복된 금액, 해당 피고인의 범행 관련 금액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배상명령 신청이 들어왔다면 더더욱 범위를 확인해야

사연에서는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했다고 했다.

배상명령은 일정한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형사재판 절차를 통해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명령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배상명령 신청서에 피해자가 얼마를 청구하고 있는지, 어떤 피해를 근거로 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합의 과정에서 요구하는 금액과 배상명령 신청금액이 같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합의금’이라는 이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피해자가 요구하는 돈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현재 지급하면 그것으로 피해회복이 끝나는 합의금인지,

일부 금액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를 채무로 인정하는 것인지,

전체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한 뒤 분할상환하는 것인지,

현재 지급액과 별도로 추가적인 위자료까지 약정하는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합의서 제목보다 실제 조항을 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전체 피해액을 인정한다’는 문구는 확인해야

합의서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총 ○억원의 채무가 있음을 인정한다’

‘잔액 ○억원을 출소 후 매월 변제한다’

‘가족 ○○○은 위 채무를 연대보증한다’

같은 내용이 들어간다면 단순히 형사재판용 처벌불원서를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금액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민사상 약정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 측에서 인정하는 손해액과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액에 차이가 있다면 더 신중해야 한다.

합의하면 무조건 항소심에서 감형되는 것도 아냐

가족들이 무리한 조건까지 받아들이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형량 때문이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해회복과 처벌불원은 많은 범죄의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감형되는 것은 아니다.

범행의 규모와 방법, 피고인의 역할, 전과, 피해 규모, 실제 피해회복 정도 등 여러 사정이 함께 고려된다.

따라서 억대 채무와 가족의 연대보증까지 떠안으면 반드시 몇 년이 감형된다는 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감형 가능성’과 ‘가족이 떠안을 평생 채무’를 비교해야

예를 들어 가족이 현재 마련할 수 있는 범위의 돈으로 피해회복을 시도하는 것과 가족 자신의 재산까지 장기간 위험에 노출시키는 연대보증은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형사재판의 결과는 법원이 결정한다.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예상했던 만큼 형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유효하게 체결된 민사상 채무나 보증책임은 형사재판이 끝난 뒤에도 남을 수 있다.

그래서 형사합의 과정에서는 ‘재판에 도움이 될까’뿐 아니라 ‘이 계약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지킬 수 없는 출소 후 변제약속도 신중해야

수용자가 출소하면 곧바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장기간 수용생활을 했다면 취업과 사회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억대 금액을 일정 기간 내에 변제하기로 약속하면 출소 직후부터 새로운 채무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합의서를 받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도 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어

반대로 피해자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제시한 금액에 반드시 합의해야 할 의무가 없다.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손해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합의를 거절하거나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측이 “이 정도면 충분하니 합의해줘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합의는 양측이 조건에 동의해야 성립한다.

피해자의 요구가 과하다고 느껴진다면 합의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냐

형사합의는 중요한 양형자료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는 없다.

피고인이나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합의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경우 실제로 어느 정도의 피해회복 노력을 했는지, 합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변호인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건에 따라 형사공탁 등 다른 피해회복 방법을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합의가 안 되면 공탁하면 똑같을까

이 역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하는 형사공탁은 양형에서 같은 의미로 평가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합의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지만 피해자가 거절하거나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는 형사공탁을 포함해 가능한 피해회복 방법을 변호인과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으로 돈을 맡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실제 피해회복 노력과 그 과정이다.

가족 명의 재산까지 걸려 있다면 합의서 초안을 먼저 받아야

피해자가 가족 연대보증을 요구한다면 구두로 “알겠다”고 답하기 전에 합의서 초안을 먼저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적어도 다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총 채무액이 얼마인지, 현재 지급액을 제외한 잔액은 얼마인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변제하는지, 이자는 있는지, 지급이 늦어졌을 때 어떤 책임이 생기는지, 가족이 정확히 어느 범위까지 보증하는지, 다른 공범이 변제하면 채무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다른 공범의 변제와 관계없이 가족에게 처음 정한 전체 금액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처벌불원’의 범위도 명확하게 해야

돈을 지급하고 합의를 하는데 정작 합의서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없거나 표현이 모호한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합의의 목적이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확인받는 것이라면 실제 합의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과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합의서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배상명령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합의서에서 확인해야

피해자가 이미 배상명령을 신청했다면 합의가 성립할 경우 기존 배상명령 신청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합의금 지급 이후에도 배상명령 신청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취하하기로 하는지, 일부 금액만 남겨두는지 등이 불분명하면 추가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형사합의서에는 현재 진행 중인 배상명령과의 관계도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공범 사건이라면 ‘내가 어디까지 책임지는 합의인지’가 핵심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범행에서는 피해액이 크고 여러 피고인이 얽혀 있어 합의가 더 복잡해진다.

피해자는 자신의 손해를 최대한 회복하려 하고 피고인 측은 자신의 역할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합의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피고인이 큰 금액을 지급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까지 보증인으로 들어가는 순간 문제는 형사사건을 넘어 가족 개인의 민사책임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래서 공범 사건의 합의는 금액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도 과하다고 한다면” 서명을 서두를 이유는 없어

사연에서는 담당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제시한 조건이 과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실제 합의서 문구를 확인하기 전에 가족이 독자적으로 약속하거나 서명할 이유는 없다.

담당 변호사는 사건의 전체 피해액과 피고인의 가담 정도, 배상명령 내용, 다른 공범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 제안을 그대로 받을지, 조건을 조정할지, 합의를 계속 시도할지, 다른 피해회복 방법을 선택할지는 그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합의는 ‘할까 말까’보다 ‘무엇에 동의하는가’를 봐야

안기모카페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앞두고 “이 정도 조건이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특히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는 가족에게 합의서는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합의를 위해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채무까지 떠안는다면 형사재판이 끝난 뒤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현재 지급할 합의금, 출소 후 변제할 금액, 피해자가 주장하는 전체 손해액, 다른 공범의 책임, 배상명령, 가족의 연대보증은 각각 따로 검토해야 한다.

공범이 여러 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책임이 자동으로 공범 수만큼 나뉘는 것도 아니지만, 피해자가 요구하는 금액 전부를 아무 검토 없이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가족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합의라면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서류’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합의서 한 장이 형사재판에 제출되는 양형자료인 동시에 출소 이후 피고인과 가족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계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를 무조건 성사시키는 것이 아니다.

피해회복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계속하되, 자신과 가족이 정확히 어떤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되는지를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