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전혀 되지 않아 결국 공탁했습니다”

항소심을 앞둔 가족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는 큰 부담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합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공탁을 고민하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궁금한 것은 명확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더라도 공탁만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가 있는지,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 항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공탁금을 다시 찾아가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회수동의서 문제도 함께 걱정하고 있었다.

먼저 공탁과 합의는 같은 것이 아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와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공탁한 경우를 똑같이 평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합의는 피해자가 피고인 측과 협의해 피해회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포함된다.

반면 형사공탁은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더라도 사건번호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위한 금전을 공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따라서 공탁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했다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탁하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을까

가능성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항소심에서 1심 실형이 집행유예로 변경되는 사건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결과를 단순히 “공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공탁과 피해회복 노력은 이러한 여러 양형사정 가운데 하나로 검토될 수 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공탁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종류와 피해 규모, 범행 경위, 전과, 피해회복 정도, 반성 여부와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공탁=당연한 감경’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해금을 공탁하는 경우에도 형이 감경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양형기준에서 감경요소로 고려할 수 있는 공탁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공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인자에 해당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형기준의 피해회복 관련 표현도 정비했다.

즉 법원에 “공탁증명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유리한 양형인자가 하나 추가되는 구조는 아니다.

공탁금 액수만 보는 것도 아니다

“피해액의 몇 퍼센트를 공탁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한가요?”

형사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일정한 비율은 없다.

피해가 1,000만원인 사건과 수억원인 사건은 상황이 다르고, 같은 금액을 공탁했더라도 범죄유형과 피해 정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피해만 회복한 경우와 사실상 피해 전부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공탁을 한 경우도 동일하게 평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액의 30%면 감형”, “절반을 공탁하면 집행유예”와 같은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거부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질까

이 역시 단순하게 답하기 어렵다.

현재 양형기준에서는 공탁이 실질적인 피해회복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살피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피고인이 법적으로 공탁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지, 실제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 피해 법익의 성질과 피해 규모 및 정도 등을 함께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공탁을 강하게 거부한다면 재판부가 이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공탁 과정과 피해회복 노력이 법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구체적인 평가는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피해자의 ‘수령 거절’과 ‘처벌 의사’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어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과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공탁금을 수령했다고 해서 반드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공탁금의 수령 여부만 보고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추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회수동의서’는 무엇일까

형사공탁을 준비하다 보면 회수동의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공탁금을 넣어두고 재판에서 유리한 자료로 사용한 뒤 나중에 다시 찾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와 연결된다.

양형위원회 역시 공탁을 피해회복으로 평가할 때 피고인이 법령상 공탁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한지와 실제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실제 피해회복을 위해 돈을 내놓은 것인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회수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공탁이 무조건 불리해지는 것은 아냐

질문처럼 “회수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괜찮을까요?”라는 걱정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회수동의서라는 특정 서류 하나의 제출 여부만으로 항소심 결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양형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공탁금 회수 가능성과 피고인의 회수 의사 등을 포함해 실제 피해회복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공탁을 했다면 해당 사건에서 추가적으로 어떤 자료나 의사표시가 필요한지는 담당 변호인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2025년부터는 피해자가 ‘수령거절 의사’를 표시하는 절차도 정비됐다

형사공탁 제도에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됐다.

대법원 관련 예규 개정에 따라 2025년 1월 17일부터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수령거절의사 통고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마련됐다.

이는 형사공탁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보다 명확하게 재판절차에 반영하기 위한 변화다.

따라서 앞으로의 형사공탁에서는 단순히 피고인이 얼마를 공탁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이에 대해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도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도 중요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감형을 기대한다면 1심 판결 이후 새롭게 생긴 사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해회복이다.

1심 당시 합의하지 못했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피해금 상당 부분을 변제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합의를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피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합의를 거부해 공탁에 이르게 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있다면 단순히 공탁서 한 장만 제출하기보다 어떤 피해회복 노력을 했고 왜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지를 변호인과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공탁 전에 합의를 위해 노력한 과정도 함께 살펴봐야

공탁은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직접 연락하거나 합의를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직접 연락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변호인을 통해 적절한 합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명확하게 접촉을 거부한다면 그 의사 역시 존중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회복 노력이라는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공탁했다고 반성문·탄원서 등 다른 양형자료가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냐

공탁을 마친 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살펴보는 사정은 피해회복 하나에 한정되지 않는다.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범행에 대한 반성과 재범방지를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출소 후 생활환경은 어떠한지 등 사건에 따라 검토할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무죄를 주장하거나 일부 공소사실을 다투는 사건이라면 양형자료 제출 방식도 변론 방향과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사건에서 제출했다는 자료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의 항소이유와 변론 방향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탁하고 집행유예 받은 사람이 있다”는 경험담만 따라가면 위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제 경험담을 접할 수 있다.

“1심 실형이었는데 항소심에서 공탁하고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의 사건에도 같은 결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두 사건의 죄명과 피해액, 전과, 1심 형량, 공탁액, 피해자의 의사, 범행 가담 정도 등이 모두 같지 않다면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에서 공탁이 여러 양형사정 가운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판결 전체를 살펴봐야 알 수 있다.

결과만 놓고 “공탁 때문에 집행유예가 나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공탁을 거부하면 항소가 기각되는 것도 아냐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항소심이 자동으로 기각되는 절차는 아니다.

항소심은 제기된 항소이유와 1심 판결의 당부 등을 심리한다.

피고인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면 1심 형이 지나치게 무거운지 여부를 여러 양형사정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공탁과 피해자의 반응은 그 과정에서 검토될 수 있는 요소이지 항소심 결과를 하나로 결정하는 자동 기준은 아니다.

합의가 안 된다면 공탁의 ‘금액’보다 전체 과정을 함께 봐야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가족 입장에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결국 관심이 “얼마를 공탁해야 하나”로 집중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양형기준이 강조하는 방향은 공탁금 액수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공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 규모와 비교했을 때 실제 피해회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인지, 피고인이 공탁금을 다시 회수할 가능성이나 의사는 없는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

따라서 공탁은 단순히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한 금액 계산으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피해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항소심 공탁을 준비한다면 변호인에게 이것부터 확인해야

현재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1심 판결문이 공탁이나 피해회복 문제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유 중 피해회복 부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항소심에서 공탁이 새로운 양형사정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공탁했다면 공탁서만 제출하면 되는지, 합의를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나 피해회복 계획을 추가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지도 사건별로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공탁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상황이라면 그 부분까지 고려해 항소심 대응방향을 정해야 한다.

공탁은 ‘집행유예를 사는 돈’이 아니다

합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공탁은 피해회복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공탁했다고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했다고 무조건 항소가 기각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양형기준은 오히려 공탁 자체보다 그 공탁이 실제 피해회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탁으로 집행유예 받은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보다 자신의 사건에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1심에서 왜 실형이 선고됐는지,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사정은 무엇인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공탁이 실제 피해 규모와 비교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항소심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공탁증명서 한 장이 아니라 사건 전체의 사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