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도 안 해주는데 엄벌탄원서까지 제출했습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엄벌탄원서까지 제출됐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아 이미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까지 제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피해회복을 위해 형사공탁은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가족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엄벌탄원서가 들어온 사건에서도 감형되는 경우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엄벌탄원서가 제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재판 결과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벌탄원서의 의미와 실제 양형판단은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엄벌탄원서가 들어오면 무조건 형량이 늘어날까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엄벌탄원서는 피해자 등이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제출하는 자료다.
피해자가 현재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았고 강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는 의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엄벌탄원서 1장이 제출되면 징역 몇 개월이 늘어난다’는 식의 계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범행내용과 피해 정도, 피고인의 전력과 범행 후 태도, 피해회복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살펴 양형을 판단한다.
그렇다고 엄벌탄원서를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돼
엄벌탄원서가 형량을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료라는 뜻도 아니다.
특히 피해자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은 상태라면 피해자의 현재 의사가 재판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엄벌탄원서는 그냥 감정적인 문서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거나 “공탁했으니 엄벌탄원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현재 피해자가 왜 엄벌을 요청하고 있는지까지 사건기록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엄벌탄원서를 받았어도 감형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냐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법원이 반드시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형이 낮아질 수 있는지는 해당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엄벌탄원서를 받았는데도 감형됐다”는 사례를 찾는 것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1심이 어떤 이유로 형을 정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죄명이라도 범행내용과 피해규모, 전과, 합의 여부, 피해회복 정도 등이 다르면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탁을 했다면 합의한 것과 같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형사공탁과 피해자와의 합의는 구분해야 한다.
합의는 피해자와 피고인 측이 피해회복 조건 등에 대해 의사를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반면 공탁은 피해자가 직접 합의에 응하지 않는 등의 상황에서 피고인 측이 피해회복을 위해 일정한 금전을 공탁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탁했다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공탁했는데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를 냈다면
이 경우에는 두 가지 사실이 함께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피고인 측에서는 피해회복을 위해 금전을 공탁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여전히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사실이 다른 쪽을 자동으로 없애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탁했으니 피해자의 엄벌 의사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반대로 “엄벌탄원서가 있으니 공탁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재판부가 두 사정을 포함해 사건 전체를 판단하게 된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찾아가면 합의가 된 걸까
이 역시 합의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했다는 사실과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서로 다른 문제다.
공탁금을 받았더라도 여전히 엄벌을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공탁금 수령 여부만으로 “피해자가 용서했다”거나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현재 의사는 합의서나 처벌불원서, 의견서 등 실제 제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공탁금 액수가 크면 무조건 감형에 유리할까
공탁 역시 액수 하나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전체 피해액이 얼마인지,
실제로 어느 정도 피해가 회복됐는지,
이미 반환한 돈이 있는지,
공탁이 어떤 경위에서 이루어졌는지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피해액의 몇 퍼센트를 공탁하면 감형된다”는 식의 정보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사건마다 피해의 성격과 양형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엄벌탄원서가 몇 장인지도 형량 계산법은 아냐
한 명의 피해자가 여러 차례 엄벌탄원서를 제출하거나 피해자의 가족 등이 함께 탄원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엄벌탄원서의 숫자에 비례해 형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 측에서도 가족과 지인들의 선처탄원서를 수십 장 제출하면 서로 상쇄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탄원서는 숫자 경쟁이 아니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의 내용과 사건과의 관련성을 살펴 판단한다.
피고인 측 탄원서를 많이 제출하면 대응이 될까
엄벌탄원서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급하게 선처탄원서를 받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의 엄벌탄원서 한 장에 피고인 측 탄원서 몇 장을 제출해야 한다는 식의 기준은 없다.
가족 탄원서라면 피고인의 평소 모습만 강조하기보다 현재 사건을 가족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출소 후 생활을 어떻게 지원하고 재범을 막을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낫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탄원서는 특히 주의해야
엄벌탄원서를 받은 가족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합의 요청을 거절하고 엄벌탄원서까지 제출한 피해자에게 서운함이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반성문이나 가족 탄원서에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충분히 돈을 제시했는데 합의를 안 해준다”,
“공탁까지 했는데 계속 엄벌을 요구한다”,
“피해자가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식의 표현은 피해자의 책임을 강조하거나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읽힐 수 있다.
엄벌탄원서를 취하해 달라고 요구해도 될까
피해자가 엄벌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상황이라면 이를 철회하도록 압박해서는 안 된다.
합의 조건으로 엄벌탄원서 취하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가족이 반복적으로 연락해 처벌 의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뜻을 표시했다면 직접적인 연락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변호인이 있다면 추가적인 합의 의사 전달이 적절한지부터 변호인을 통해 검토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합의하면 기존 엄벌탄원서는 없어질까
이미 법원에 제출된 엄벌탄원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 합의했다고 과거 제출된 문서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이후 이루어진 피해회복과 합의, 피해자의 현재 처벌 의사 등이 새로운 자료로 제출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현재 의사가 무엇인지다.
피해자가 이후 처벌불원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면 그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해 현재 상황을 알릴 수 있다.
합의 가능성이 없다면 계속 합의만 기다려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합의가 중요한 양형요소가 될 수 있지만 항소심 준비 전체를 합의 하나에 걸어두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피해자가 합의를 명확하게 거부하고 있다면 다른 준비까지 중단한 채 합의 가능성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변호인과 1심 판결문을 다시 확인하면서 원심이 어떤 사정을 불리하게 판단했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1심 판결문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면 1심이 형을 정하면서 언급한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고려됐는지,
피해자가 엄벌을 요청했다는 점이 언급됐는지,
피고인의 전과나 범행수법이 불리하게 평가됐는지,
반성과 재범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는 1심이 이미 고려한 자료를 단순히 다시 제출하는 것보다 1심 이후 어떤 사정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심 이후 공탁했다면 그 사실을 정확히 정리해야
1심에서는 아무런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선고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공탁을 했다면 이는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될 수 있다.
공탁일과 공탁금액, 기존에 반환한 피해금액 등이 있다면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공탁했으니 피해회복이 모두 끝났다”고 과장해서는 안 된다.
실제 피해액과 회복 정도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성문도 ‘엄벌탄원서 반박문’이 되어서는 안 돼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피고인의 반성문에서 그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성문은 피해자의 탄원서를 공격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다.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의 감정이나 처벌 의사를 평가하는 내용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재범방지를 위한 실제 변화가 있는지도 중요해
범죄유형에 따라 재범방지를 위한 상담이나 치료, 교육, 중독치료, 채무·금융관리, 직업·생활계획 등 준비할 수 있는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형을 위해 수료증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고 그 원인을 줄이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의 사건에 어떤 재범방지 자료가 의미가 있을지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가족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가족이 제출하는 자료에서는 단순히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라고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출소 후 거주할 장소가 있는지,
취업이나 생계계획이 있는지,
가족이 경제적·생활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재범방지를 위해 가족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가족의 어려움을 피해자의 피해보다 앞세우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피고인만 항소했는지도 확인해야
항소심이라면 검사의 항소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돼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반면 검사도 항소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엄벌탄원서가 제출됐다는 사실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현재 피고인과 검사가 각각 어떤 이유로 항소했는지도 변호인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엄벌탄원서 받고 감형된 사람 있나요?”보다 중요한 질문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의 사례를 찾게 된다.
실제로 엄벌탄원서가 제출된 사건에서 원심보다 형이 낮아진 사례가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공탁까지 했지만 원심이 유지된 사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결과만으로 자신의 사건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죄명만 같아도 피해규모와 범행내용, 전과, 피해회복 정도, 1심 형량과 항소이유가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벌탄원서를 받고도 감형된 사람이 있는가”보다 “우리 사건에서 1심 형량을 다시 판단할 만한 사정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합의 실패와 엄벌탄원서만 보고 항소심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고 엄벌탄원서까지 제출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피해자가 여전히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항소심 결과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공탁을 했다면 공탁의 시기와 금액, 전체 피해액 가운데 실제 회복된 정도를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동시에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어떤 부분이 불리하게 평가됐는지 확인하고 1심 이후 새롭게 달라진 사정과 재범방지 노력, 반성, 사회복귀 계획 등을 준비할 수 있다.
가장 피해야 할 대응은 엄벌탄원서를 제출한 피해자를 탓하거나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
엄벌탄원서와 공탁은 서로를 지워버리는 자료가 아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현재 처벌 의사를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 측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취한 조치를 보여줄 수 있다.
결국 재판부가 사건 전체를 놓고 어떤 판단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엄벌탄원서가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형 가능성을 단정하기보다 현재 사건에서 실제로 달라진 사정이 무엇인지부터 변호인과 점검하는 것이 항소심 준비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