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와야 갚을 수 있는데, 나오려면 먼저 모두 갚으라고 합니다”
재산범죄 사건에서 가족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는 ‘피해회복’이다.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얼마를 갚았는지, 남은 금액을 언제 지급할 것인지가 재판 과정에서 반복해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최근 안기모카페에는 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가족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항소를 준비한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고 횡령액 일부도 변제됐다. 나머지 금액은 일정 시점까지 갚기로 합의했지만, 재판부는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했다.
담당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기대하려면 남은 금액을 모두 갚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족은 수용자가 출소해 일을 해야 잔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먼저 돈을 다 갚아야 나올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전액 변제가 집행유예의 법정 필수조건은 아냐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등을 선고할 때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피고인의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법원이 결정할 수 있다. 징역 1년 6개월은 형량만 놓고 보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에 포함되지만, 그 자체로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금고형 이상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법률상 제한도 확인해야 한다.
횡령 사건에서 피해금 전액을 갚아야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별도의 법률 규정은 없다. 양형위원회의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은 처벌불원, 실질적 또는 상당한 피해회복,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제시한다. 이는 전액 변제 여부만 단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 규모와 실제 회복 정도, 피해자의 의사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검토한다는 의미다.
합의서가 있어도 실형이 나올 수 있는 이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죄는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범죄가 아니므로 합의서가 제출됐다고 재판이 끝나거나 집행유예가 자동으로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횡령액의 규모와 범행 기간, 돈을 사용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실제 변제된 비율, 범행 이후 태도 등을 함께 살핀다. 일부 변제가 이뤄졌더라도 남은 피해액이 크거나 1심 재판부가 범행 내용을 무겁게 평가했다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따라서 항소심을 준비할 때는 “초범이고 합의했는데 왜 실형인가”라는 주장에 머물기보다 1심 판결문에 적힌 실형 선고 이유부터 확인해야 한다. 재판부가 피해회복 부족을 문제 삼았는지, 범행 경위나 금액·기간을 더 무겁게 평가했는지에 따라 항소 전략이 달라진다.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의 변화가 중요할 수 있어
항소심 재판에서도 합의서와 공탁서, 피해회복 자료, 가족관계와 경제상태, 탄원서 등 양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1심 이후 양형 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1심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항소심이 1심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이 잔금 변제를 강조한 것도 전액 변제가 법률상 필수라서라기보다, 1심 이후 항소심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변화가 추가 피해회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전액 변제가 어렵다면 추가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과 지급 시기, 자금 마련 방법을 현실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분할 변제를 계속 받아들이는지, 합의 내용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객관적인 송금내역과 서류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한 약속보다 이행 가능한 계획을 준비해야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거나 생계가 무너질 정도로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서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에게는 전액 변제가 불가능한 경우 항소심에서 어떤 자료로 보완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추가 변제금, 피해자의 현재 의사, 분할상환 합의서, 취업 및 소득 계획, 가족의 관리·지원 계획 등을 어떻게 항소이유와 연결할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 측만 항소하고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사건이라면 항소심은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다만 검사의 항소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검색이나 변호인을 통해 양측의 항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안기모카페에는 합의와 변제까지 진행했는데도 실형이 선고돼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수용자 가족에게 피해회복은 법률서류의 한 항목이 아니라 가계와 생계를 흔드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항소의 의미는 전액 변제를 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1심 판단을 바꾸려면 왜 형이 지나치게 무거운지와 함께, 1심 이후 피해회복과 생활계획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