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야 하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과 가족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는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피해를 회복하고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어도 피해자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모른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교정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피해자 연락처를 받아볼 수 있지 않느냐”며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어 답답하다는 고민이 나왔다.
하지만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다는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피해자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피고인 측에 곧바로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연락처는 개인정보…자동 제공되는 자료 아냐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의 연락처와 주소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특히 피해자는 범죄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 만큼 피고인이나 그 가족과 직접 접촉하는 것 자체에 상당한 부담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고인 측에 연락처가 그대로 전달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건기록에 피해자 정보가 존재한다고 해서 피고인 가족이 이를 자유롭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결국 합의를 희망한다면 ‘연락처를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보다 ‘피해자에게 합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인이 있다면 합의 의사 전달 방법부터 상담해야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이라면 우선 변호인에게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변호인은 사건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 측에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당사자가 직접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변호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돼 있다면 국선변호인에게도 현재 피해회복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과 합의 진행을 위해 어떤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해 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직접 피해자 연락처를 찾아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합의가 급하다는 생각에 가족이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찾아가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사건의 성격에 따라 피고인이나 가족의 직접적인 접촉 자체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합의를 서두른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피해회복 의사를 전달하는 것과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함께 고려돼야 한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의는 피고인 측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성립하는 절차가 아니다.
피해자가 합의 의사를 받아들여야 실제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가 연락 자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합의금이나 사과 방식 등에서 입장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합의를 거부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반대로 합의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에게 계속 응답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피고인 측에서는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정리하면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재판 준비도 함께 살펴봐야
피해자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재판 준비 전체를 멈추고 기다릴 필요는 없다.
현재까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준비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지 등을 변호인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에서는 합의 여부만 바라보기보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재판 진행 상황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사례에서 “피해자 연락처를 받아 바로 합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자신의 사건에서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는 답답함
수감된 가족을 대신해 밖에서 합의를 준비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돈을 마련했는데도 피해자에게 의사를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할 때다.
하루라도 빨리 피해회복을 하고 재판부에 그 결과를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도 커진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과 양형을 앞둔 수형자 가족들이 합의, 탄원서, 공탁, 변호인 상담 등 실제 재판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직접 물어볼 곳을 찾기 어려운 가족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복잡한 절차를 이해하는 하나의 참고가 되고 있다.
피해자 연락처를 알 수 없다면 무리하게 개인정보부터 찾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만큼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접촉을 피하고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형사절차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