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볼 때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를 받는 건가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준비하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가족이 궁금했던 것은 처벌불원서의 의미였다.
피해자와 합의할 때 합의금을 지급하고 별도로 처벌불원서를 받아야 하는지, 처벌불원서 양식은 어디서 구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변호사에게 문의할 예정이었지만 처음 접하는 형사절차이다 보니 기본적인 개념부터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처벌불원서란 무엇일까
처벌불원서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보통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의 관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등이 담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서류의 제목 자체가 아니다.
‘처벌불원서’라는 제목을 붙였는지보다 피해자가 해당 사건에 대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진실하고 명확하게 표시했는지가 중요하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같은 서류일까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합의서는 피해자와 피고인 측이 피해회복이나 합의금 지급 등과 관련해 어떤 내용으로 합의했는지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데 초점이 있다.
실무에서는 합의서 안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함께 넣기도 하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별도로 작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두 장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거나 반드시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합의금을 주면 자동으로 처벌불원이 되는 것은 아냐
이 부분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자동으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피해자는 피해변제를 받으면서도 처벌을 원할 수 있다.
반대로 피해회복이 이루어진 뒤 명확하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따라서 형사합의를 진행하면서 처벌불원 의사까지 확보하려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벌불원서 양식은 어디서 받아야 할까
처벌불원서에 전국 모든 사건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하나의 통일된 서식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변호사에게 양식을 받아 사건에 맞게 작성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변호인은 현재 죄명과 사건단계, 피해자와의 합의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각각 받을지, 하나의 서류에 함께 담을지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임의의 양식을 먼저 내려받아 작성하기보다 담당 변호사에게 사용할 양식을 요청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처벌불원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
사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사건에 관한 의사표시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번호를 알고 있다면 사건번호를 기재할 수 있고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이름, 피해자와 사건의 관계 등을 통해 대상 사건을 특정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다.
작성일과 피해자 확인을 위한 서명 또는 날인 등도 함께 확인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첨부해야 하는지는 사건과 제출기관의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변호인이나 수사기관·법원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의 의사가 명확해야 하는 이유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기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 측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한 문서에 피해자의 이름만 넣는 방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실제로 어떤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사건에 따라 형사절차 자체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모든 형사사건에서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사건이 끝날까
그렇지 않다.
여기서 ‘반의사불벌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를 구분해야 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하거나 처벌할 수 없도록 법률이 정한 범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일정한 폭행죄나 협박죄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에서는 적법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형사절차에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범죄가 반의사불벌죄인 것은 아니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사건에서는 어떻게 될까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에서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나 재판이 그대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피해자의 의사와 별개로 범죄에 대해 형사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졌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사정은 사건에 따라 양형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처벌불원서만 받으면 무조건 처벌받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죄명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처벌불원서를 준비하기 전에 현재 사건의 정확한 죄명을 확인해야 한다.
같은 ‘합의’라고 하더라도 어떤 범죄인지에 따라 법적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라면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소송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범죄에서는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가 주로 피해회복과 양형 측면에서 검토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처벌불원서 받으면 끝난다”는 다른 사건의 경험담을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반의사불벌죄라면 ‘언제 받았는지’도 중요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한 시기를 제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러한 처벌불원 의사표시 또는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에서 1심 판결이 이미 선고된 뒤 항소심에서 새롭게 처벌불원 의사를 받는 경우에는 1심 선고 전과 동일한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1심 이후 합의가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냐
이 부분도 구분해야 한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제1심 판결 선고 후 받은 처벌불원 의사가 공소기각을 가져오는 소송법적 효과를 갖지 못하는 것과, 피해자와 뒤늦게 합의한 사정이 재판에서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항소심에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선처 의사를 밝힌 사정은 사건에 따라 양형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1심 선고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피해회복 노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 법적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합의서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만 적으면 충분할까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합의서에는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사건마다 합의의 범위와 피해자의 의사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문구를 기계적으로 복사해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형사절차에서 처벌불원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려는 목적이라면 피해자가 실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까지 모두 정리하려는 합의라면 그 범위 역시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합의금 지급과 서류 교부는 함께 확인하는 게 좋아
형사합의를 진행할 때는 돈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처벌불원서를 받으려고 하는 방식보다 합의조건과 서류 교부방법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합의금이 얼마인지,
언제 지급할 것인지,
합의서를 언제 작성할 것인지,
처벌불원 의사를 포함할 것인지,
작성한 서류를 누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할 것인지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담당 변호사가 있다면 피해자 측과 직접 협의하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절차를 조율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를 강요해서는 안 돼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았다고 해서 처벌불원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합의조건에 처벌불원 의사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서 명확하게 협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자가 거부하는데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압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피해자 본인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 변호인 사이에서 협의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처벌불원서와 탄원서도 달라
가족들이 자주 혼동하는 서류가 탄원서다.
피해자가 작성하는 처벌불원서와 가족이나 지인이 작성하는 탄원서는 성격이 다르다.
가족의 탄원서는 피고인의 평소 모습이나 가족관계, 재범방지를 위한 지원계획 등을 설명하며 선처를 요청하는 자료다.
반면 처벌불원서는 범죄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문서다.
가족이 아무리 많은 탄원서를 제출하더라도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합의서만 받았다면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이미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는데 처벌불원서를 별도로 받지 않았다면 합의서 내용을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합의서 안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들어 있다면 별도의 처벌불원서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지는 사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합의금 지급과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만 정리돼 있고 형사처벌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면 담당 변호사에게 별도의 처벌불원 의사 확인이 필요한지 문의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에게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사연처럼 다음 날 담당 변호사와 연락할 예정이라면 몇 가지를 한 번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재 죄명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
피해자와 합의할 때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각각 받아야 하는지,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양식이 있는지,
피해자에게 추가로 받아야 하는 확인서류가 있는지,
누가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인지,
현재 재판단계에서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합의가 진행 중이라면 합의금을 먼저 지급하기 전에 서류 작성과 교부방법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종이 한 장’보다 피해자의 명확한 의사
안기모카페에서는 형사합의를 처음 진행하는 가족들이 “처벌불원서는 어디서 받나요”, “합의하면 자동으로 받는 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처벌불원서는 특정 기관에서 발급받는 증명서가 아니다.
피해자가 해당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라고 이해하는 것이 쉽다.
합의서와 별도로 작성할 수도 있고 합의서에 처벌불원 내용을 함께 담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사건의 죄명에 따라 처벌불원 의사가 갖는 법적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반의사불벌죄라면 제1심 판결 선고 전이라는 시점도 특히 중요하고, 그 밖의 사건에서는 피해회복과 피해자의 선처 의사가 양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처벌불원서 양식을 먼저 찾기보다 담당 변호사에게 자신의 사건에 맞는 합의방식과 문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형사합의에서 중요한 것은 ‘처벌불원서라는 이름의 종이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피해자가 어떤 조건으로 합의했고 처벌에 대해 어떤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