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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해야 할까요”… 수억 원 피해금액 앞에서 감형 기대와 가족의 생존 사이 무너지는 사람들

피해 회복은 중요한 양형 요소지만 결과 보장 못 해 무리한 대출보다 가담 정도·공탁 가능성 함께 검토해야

안기모편집부 기자입력 2026년 7월 14일조회 1
“합의해야 할까요”… 수억 원 피해금액 앞에서 감형 기대와 가족의 생존 사이 무너지는 사람들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마련할 돈이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재판받는 가족들이 피해 회복 문제 앞에서 자주 털어놓는 고민이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손해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소장에 적힌 피해금액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면 가족들은 깊은 갈등에 빠진다.

생활비와 변호사 비용을 이미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금까지 마련하려면 집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노후자금과 자녀를 위한 돈을 꺼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해자 합의를 두고 가족들의 질문과 경험담이 이어졌다. 피해자가 한 명인 사건도 있고 여러 명인 사건도 있지만, “합의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금액이 없다”는 고민은 비슷했다.

합의하면 형이 얼마나 줄어들까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합의를 통해 실제 형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현행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 모두에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요소로 두고 있다. 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피해 회복’은 일반감경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단의 범행은 역할 분담과 계획성 등에 따라 조직적 사기로 평가될 수 있다.

피해 회복이 양형에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합의 여부만으로 선고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피해액뿐 아니라 범행을 계획하거나 지휘했는지, 단순한 역할만 맡았는지, 피해자가 여러 명인지, 범행이 반복됐는지, 실제 취득한 수익과 전과, 반성 및 수사 협조 여부 등을 함께 살핀다. 현행 기준에는 단순 가담이나 소극 가담이 감경요소로, 주도적 계획·지휘와 다수 피해자 대상 범행, 심각한 피해와 범죄수익 은닉 등은 가중요소로 제시돼 있다.

같은 피해금액의 사건이라도 피고인의 역할과 범행 경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얼마를 합의하면 징역이 몇 개월 줄어든다”는 방식으로 효과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양형기준 역시 법관이 참고하고 존중해야 할 권고적 기준으로, 개별 사건의 모든 결과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공식은 아니다.

합의와 공탁은 같은 의미가 아냐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거나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직접 협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다.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제도에 따라 피고인이 법령상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 이름이나 주소 대신 형사사건 번호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공탁할 수 있다.

다만 공탁했다고 피해자와 합의한 것과 똑같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양형위원회는 완전한 피해 회복이나 처벌불원에 이르지 못한 공탁이라도 피해 회복 정도가 유의미하다면 ‘상당한 피해 회복’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공탁액과 전체 피해액의 관계, 공탁 시점, 피해자의 의사와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이 함께 고려된다.

특히 2025년 1월 17일부터는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원칙적으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듣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 선고 직전에 일방적으로 돈을 공탁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감경되는 문제를 줄이려는 취지다.

공탁은 합의를 대신해 자동으로 감형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

무리한 빚까지 내야 할까

가족들은 피고인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에 대출이나 가족 간 차용을 고민한다.

그러나 피해금액이 크다고 해서 가족이 모든 재산을 처분하거나 생활이 무너질 정도의 빚을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합의금 마련을 위해 주거를 잃거나 자녀의 생활과 교육이 위협받는다면, 피고인이 출소한 이후 가족 전체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합의 가능성과 예상되는 법적 효과뿐 아니라 현재 가정의 소득과 채무, 주거 안정성과 향후 생계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법무법인 시그니처 오창훈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해 회복 노력은 중요한 양형 요소 중 하나지만, 합의 여부만으로 형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담 정도와 전과, 범행 기간, 수익 규모, 반성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이 무리한 대출이나 생계 위협까지 감수하면서 합의금을 마련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와 예상 양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압박하는 합의 시도는 피해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빠른 답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현행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합의 과정에서 피해를 야기한 행위를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불안이나 압박을 주는 방식은 진정한 피해 회복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건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피해자가 직접 연락을 원하지 않거나 여러 명인 경우에는 변호인을 통해 합의 가능성과 연락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하다.

합의가 어렵다면 현재 마련할 수 있는 변제금, 형사공탁의 가능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과정과 피고인의 실제 가담 정도를 정리해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합의를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 감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피해 회복의 정도가 중요하다.

가족의 생존도 함께 고려해야

보이스피싱 사건의 합의 문제는 단순한 법률 서류나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손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와 동시에, 밖에 있는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배우자와 부모는 피고인을 돕지 않으면 형이 무거워질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고, 무리해서 돈을 마련하면 남은 가족의 생활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겪는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과 양형, 합의와 공탁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있다. 다른 사건의 경험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피해금액과 가담 역할, 적용 죄명과 재판 단계가 다른 만큼 결과까지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합의를 할 것인지 판단할 때는 단순히 감형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합의 가능한 금액, 공탁의 실익, 피고인의 가담 정도와 예상되는 양형, 가족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피해 회복은 외면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피고인을 돕는다는 이유로 바깥 가족의 삶까지 완전히 무너뜨리는 선택이 유일한 답이 돼서도 안 된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 피해자와의 합의 및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사기범죄의 중요한 양형요소다.
· 합의했다고 감형이나 집행유예가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 피해금액 외에도 가담 역할, 범행 기간, 피해자 수, 전과와 범죄수익 등이 함께 고려된다.
· 피해자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면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
· 공탁은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나 직접 합의와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 법원은 형사공탁이 이뤄진 경우 선고 전 피해자 의견을 원칙적으로 확인한다.
·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합의를 압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 가족의 주거와 생계를 위협하는 대출 전에는 예상 양형과 실제 합의 효과를 변호인과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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