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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했는데 왜 재판이 계속되나요”… 처벌불원서가 사건을 끝내는 경우와 양형에만 반영되는 현실

반의사불벌죄인지에 따라 법적 효과 달라져 제1심 선고 전 제출 여부와 명확한 의사표시 중요

안기모편집부 기자입력 2026년 7월 14일조회 1
“합의했는데 왜 재판이 계속되나요”… 처벌불원서가 사건을 끝내는 경우와 양형에만 반영되는 현실

가족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 중 하나가 피해자와의 합의다.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수사나 재판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처벌불원서는 사건 처리와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형사사건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처벌불원서의 직접적인 법적 효력은 해당 범죄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처벌불원서는 무엇인가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표시하는 문서다.

합의서는 피해배상 금액과 지급 방식, 민·형사상 합의 내용 등을 기록하는 문서이고,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서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따라서 피해자와 금전적인 합의를 마쳤더라도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면, 그 문서만으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도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따라 명백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불원의 의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건을 끝낼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형법상 단순폭행과 존속폭행, 단순협박과 존속협박, 명예훼손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형법은 해당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단계에서 유효한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되면 검사는 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라도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유효하게 표시하면, 법원은 해당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 공소기각은 범죄사실이 없다고 판단하는 무죄판결과는 다르지만, 해당 공소사실에 관한 재판은 더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죄명의 정확한 구분이 중요하다.

단순폭행은 반의사불벌죄지만 상해가 발생해 상해죄가 적용되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폭행이 적용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협박과 달리 특수협박 역시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건명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불원서의 효력을 같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합의했는데도 재판이 계속되는 이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는데도 재판이 계속된다면 우선 적용 죄명이 반의사불벌죄인지 확인해야 한다.

상해, 사기, 횡령·배임, 강도, 마약류 범죄 등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공소를 중단시키는 규정이 없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계속할 수 있고, 법원도 범죄 성립 여부와 형량을 판단하게 된다.

한 사건에 여러 죄명이 함께 적용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협박과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다른 범죄가 함께 기소됐다면, 처벌불원서가 제출돼도 다른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은 계속될 수 있다.

처벌불원서가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함께 기소된 모든 범죄를 한꺼번에 없애는 문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건은 계속돼도 형량에는 반영될 수 있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사건에서 합의와 처벌불원서는 사건을 종결시키는 조건이 아니라 형량을 판단할 때 고려되는 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여러 범죄 양형기준에는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이 감경요소나 집행유예 참작사유로 제시돼 있다. 사기, 강도, 횡령·배임 등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에서도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의사는 양형 과정에서 의미 있게 평가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나 감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행의 내용과 피해 규모, 범행 가담 정도, 전과, 피해 회복 수준, 진지한 반성 여부와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처벌불원서는 여러 양형자료 가운데 중요한 하나일 뿐, 재판 결과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서류는 아니다.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제출해야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직접적인 소송상 효력을 가지려면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할 수 있는 시점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로 정하고 있다. 제1심에서 판결이 선고된 뒤 항소심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반의사불벌죄의 공소를 기각시키는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항소심의 형량 판단자료로 참작될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

피해자가 유효하게 처벌 의사를 철회한 뒤 다시 처벌해 달라고 번복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인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강요하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해서는 안 돼

처벌불원서는 피해자의 자유롭고 진실한 의사에 따라 작성돼야 한다.

가해자나 가족이 합의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을 암시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처벌불원서를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양형위원회도 강요나 기망에 의한 처벌불원은 정상적인 감경요소로 평가하지 않으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행위는 오히려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해자가 직접 연락을 원하지 않거나 접근이 제한된 사건에서는 변호사 등 적절한 대리인을 통해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

문서에는 일반적으로 사건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 피해자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관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의사, 작성일과 서명 등이 포함돼야 한다. 제출기관에서 신분증 사본이나 인감증명 등 추가 확인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므로 담당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의 안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죄명과 제출 시점부터 확인해야

처벌불원서의 효력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합의 여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현재 적용된 정확한 죄명, 반의사불벌죄 해당 여부, 기소 전인지 재판 중인지, 제1심 판결이 이미 선고됐는지, 처벌불원 의사가 명확하게 표시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재판과 양형을 앞둔 가족들에게 안기모카페는 처벌불원서와 합의서, 반성문, 탄원서 등 낯선 형사절차에 관한 경험을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다른 사건에서 효과가 있었던 문서가 자신의 사건에도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처벌불원서 한 장의 효과가 죄명과 절차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제출 전에는 공소장이나 수사기관 안내를 통해 적용 법조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변호사의 법률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목적과 내용이 다르다.
· 단순폭행·단순협박·명예훼손 등 일부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다.
· 상해·특수폭행·특수협박 등은 단순범죄와 법적 효과가 다를 수 있다.
·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은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표시해야 한다.
· 제1심 선고 후 제출하면 공소기각 효력은 없지만 양형자료로 검토될 수 있다.
·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도 합의와 피해 회복은 형량 판단에 반영될 수 있다.
· 합의가 이뤄졌다고 감형이나 집행유예가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방식의 합의 시도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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