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자료는 다 냈는데 합의만 못 했습니다”
구속된 가족의 선고가 가까워질수록 바깥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하루는 더 길어진다. 반성문과 탄원서를 준비하고 일부 피해금도 변제했지만 피해자와 최종 합의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재판에서 인정될 수 있을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한 수형자 가족도 횡령 사건에서 부분변제를 마치고 가능한 양형자료를 제출했으며, 당사자 역시 수용시설 안에서 꾸준히 반성문을 냈다고 전했다. 가족은 집행유예를 기대하면서도 “합의 없이는 어려운 것인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인지” 걱정했다.
합의가 없다고 집행유예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냐
피해자와의 합의는 횡령 사건에서 중요한 양형자료지만, 합의가 집행유예의 필수 법정요건은 아니다. 법원은 선고할 징역형의 범위와 범행 경위, 피해 정도, 피고인의 전력과 범행 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의 집행을 유예할지를 판단한다.
일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경우 성립하며, 업무상 임무를 이용한 횡령은 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된다. 게시글만으로는 일반 횡령인지 업무상 횡령인지, 피해액이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인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합의하지 못했으니 무조건 실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일부 변제와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부분변제는 ‘얼마를 갚았는지’보다 피해액 대비 비율 중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회복을 특별 감경요소로, 상당한 피해회복과 진지한 반성을 일반 감경요소로 제시한다. 반면 미합의, 피해회복 노력 부족, 반복 범행이나 관련 전과 등은 집행유예 판단에서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
양형기준상 ‘실질적 피해회복’은 재산 피해만 발생한 사건에서 통상 손해액의 약 3분의 2 이상을 회복시키거나 그 정도의 회복이 확실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부분변제를 했더라도 전체 피해액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남은 금액의 변제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미 변제한 금액과 날짜, 피해자가 실제로 받은 사실을 확인할 자료를 정리하고, 남은 금액을 어떤 재원과 일정으로 갚을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성문은 많이 내는 것보다 실제 행동과 연결돼야
반성문을 꾸준히 제출한 사실도 재판부가 피고인의 태도를 살펴보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반성문을 반복해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양형기준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인 경위와 피해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확인될 때 진지한 반성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반성문에는 단순한 선처 호소보다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마련했는지가 담기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탄원서 역시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내용에만 머물기보다 출소 또는 석방 이후의 거주지, 경제활동, 채무 변제와 가족의 관리·지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집행유예 사례만으로 결과 예상하기 어려워
같은 횡령죄로 재판받았더라도 피해액과 변제 비율, 범행 기간, 돈의 사용처, 피해자에게 미친 결과, 전과와 범행 후 태도가 모두 다르다. 온라인에서 “합의 없이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례를 발견해도 현재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선고를 앞두고 있다면 변호인을 통해 검사의 구형 내용과 공소사실, 현재까지 제출된 변제자료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는 무엇인지도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야 한다.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합의를 압박하는 행동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안기모카페에서는 선고를 기다리는 수형자 가족들이 합의와 변제, 반성문, 탄원서에 관한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불안을 견디고 있다.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희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집행유예 여부는 남은 구금기간이 아니라 사건기록에 나타난 피해와 회복 노력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