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자료를 냈는데 없다고 했습니다”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한 수형자 가족이 재판부의 설명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연이 교정생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일정 금액을 변제한 사실이 언급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변제했다고 주장하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전에도 변제자료를 다시 검토해 제출했다고 생각했던 가족들은 자료가 법원에 제대로 들어간 것인지, 국선변호인이 확인하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항소기각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
형사소송법은 항소심이 피고인이나 검사의 항소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판결로 항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한다. 항소기각이 확정되면 1심에서 선고한 유·무죄와 형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항소심이 기각을 선고했다면 1심의 징역기간이나 벌금 등 주문을 더 무겁거나 가볍게 변경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 적힌 모든 표현과 판단을 항소심이 문장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니다. 항소심은 항소이유와 제출자료를 다시 검토한 뒤 자체적인 이유를 들어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할 수 있다.
변제 사실 전체를 부정한 것인지는 판결문으로 확인
선고 법정에서 들은 짧은 설명만으로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 범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인정한 변제까지 부정한 것인지, 항소심에서 새롭게 주장한 추가 변제에 관한 자료가 없다는 뜻인지, 제출된 자료와 해당 피해가 연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인지는 서면으로 작성된 항소심 판결문을 확인해야 한다.
1심 판결문에 적힌 내용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변제했다고 주장한다”는 취지인지, 재판부가 실제 변제 사실을 인정한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변제한 날짜가 범행 전인지 이후인지, 어느 피해자와 어떤 피해금에 대한 지급인지, 반환·압류·합의금 가운데 어떤 성격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제출했다고 생각한 자료가 기록에 없을 수도 있어
가족이 변호인에게 자료를 전달한 것과 해당 자료가 재판부에 정식으로 제출된 것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변호인에게 자료가 전달됐지만 의견서에 첨부되지 않았거나, 접수 과정에서 일부 첨부파일이 빠졌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자료가 제출됐더라도 다른 사건이나 피해자에 관한 변제자료로 분류됐거나 날짜·금액·수취인이 명확하지 않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우선 항소심 사건의 서류접수 내역에서 변호인의견서와 양형자료가 언제 접수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후 제출서면 원본과 첨부목록, 계좌이체확인증·영수증·합의서가 실제 기록에 포함됐는지 담당 변호인을 통해 대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선변호인 여부보다 기록 확인이 먼저
결과가 기대와 다르면 국선변호인이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출이 누락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피고인이 변호인에게 어떤 자료를 언제 전달했는지, 변호인이 법원에 어떤 제목의 서면과 첨부자료를 제출했는지를 객관적인 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실제 누락이 있었다면 그 경위와 판결에 미친 영향을 검토할 수 있고, 자료는 제출됐지만 재판부가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대응 방향도 달라진다.
상고는 선고일부터 7일 이내 결정해야
항소기각 판결에 불복하려면 원칙적으로 선고일부터 7일 이내에 상고장을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판결문을 받은 날이 아니라 법정에서 판결이 선고된 날부터 기간이 시작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사실관계와 양형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는 세 번째 사실심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상 단순히 형이 무겁다는 양형부당 주장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상고이유로 인정될 수 있다.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양형자료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 상고하기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제출된 변제자료를 법원이 놓쳤다는 사정이 단순한 양형 판단의 문제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이나 절차상 잘못으로 볼 수 있는지는 판결문과 공판기록을 토대로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
접견에서는 결과보다 확인할 순서를 전해야
항소기각 직후 피고인은 감형에 대한 기대가 무너져 크게 낙담할 수 있다.
가족이 접견에서 섣불리 “변호사가 자료를 안 냈다”거나 “재판부가 잘못 봤다”고 단정하기보다, 판결문을 확보해 변제 관련 문구와 제출기록을 확인하겠다고 설명하는 편이 안전하다.
상고기간이 짧은 만큼 현재 변호인에게 상고장 제출 여부와 판결문 확보, 제출자료 목록 확인을 먼저 요청해야 한다.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하기 어렵더라도 국선변호인이나 법률구조기관 등을 통해 상고이유가 성립할 가능성을 상담할 수 있다.
재판과 양형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안기모카페는 판결문과 제출자료, 국선변호인 상담 경험을 나누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선고 법정에서 들은 한 문장이 가족에게는 큰 절망으로 남을 수 있지만, 정확한 대응은 판결문과 기록을 차분히 확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