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항소심이 잡혔는데 ‘속행’한다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소심을 앞둔 가족의 긴 사연이 올라왔다.

수용 중인 가족을 보기 위해 먼 지역의 구치소까지 찾아가고, 장소변경접견까지 신청하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족이 특히 궁금해한 것은 항소심 절차였다.

재판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속행’된다고 했고, 재판부는 수사 초기 피해자가 밝힌 처벌불원 의사를 다시 확인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약 15분 동안 질문할 시간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허용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가족에게는 모든 과정이 낯설 수밖에 없다.

‘속행’은 감형 신호도, 불리한 신호도 아냐

형사재판에서 속행은 그날 심리를 모두 마치지 않고 다음 공판기일에 재판을 계속 진행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하거나 증인을 불러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거나, 피고인신문 등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한 경우 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건 진행내역에 ‘속행’이 표시됐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가 감형을 생각하고 있다거나 반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왜 속행됐는가’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왜 다시 확인할까

사연에서는 피해자가 최초 조사 당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재판부가 그 부분을 직접 확인하려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여러 범죄의 양형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여러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이나 ‘실질적 피해회복’은 감경요소로 다뤄진다.

다만 법원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순히 종이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는지 여부만은 아니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자유로운 의사로 그런 뜻을 밝혔는지도 중요하다.

처벌불원은 피해자의 진짜 의사인지가 중요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처벌불원과 관련해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피고인 측의 강요나 기망 때문에 이루어진 의사표시 등은 정상적인 처벌불원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판부가 피해자의 현재 의사를 직접 확인하려 한다면 피해자의 의사가 명확하고 자발적인 것인지 확인하려는 취지일 수 있다.

“부모님을 통하지 말고 직접 확인하라”는 말의 의미

사연에서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부모 등을 거치지 말고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한다.

이 역시 피해자의 의사를 제3자의 말로 추측하기보다 본인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실제로 피해자가 증인으로 채택된 것인지, 전화나 의견서 등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인지까지는 게시글만으로 알 수 없다.

재판부가 어떤 방식으로 확인을 지시했는지는 변호인에게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가 실제 증인으로 나오면 무엇을 묻게 될까

형사소송법은 피해자가 신청하는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고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또 법원은 필요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다면 처벌 의사나 피해회복 상황, 합의 경위 등 사건과 관련된 사항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서 실제 어떤 질문이 이뤄질지는 사건 내용과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피해자의 마음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될까

가족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이것이다.

수사 당시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더라도 항소심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경우 현재 의사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반대로 당시의 처벌불원 의사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재판부가 직접 확인하려는 것일 수 있다.

가족이나 피고인 측이 피해자에게 특정 답변을 요구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처벌불원이라고 무조건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다고 해도 그것 하나만으로 항소심에서 반드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행 내용과 피해 정도, 전과, 범행 후 태도, 피해회복, 피고인의 연령과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형을 정한다.

다만 해당 범죄의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이 감경요소로 규정돼 있다면 중요한 양형자료가 될 수 있다.

범죄 유형에 따라 처벌불원의 법률적 효과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적용 죄명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변호사가 요청한 ‘15분간 질문·답변’은 무엇일까

사연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변호인이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15분만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다.

이 설명만으로 정확한 절차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신문’ 절차가 있다.

검사나 변호인은 증거조사가 끝난 뒤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질문할 수 있고, 재판장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피고인을 직접 신문할 수 있다.

피고인신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나

사건에 따라 피고인신문에서는 범행 당시 상황뿐 아니라 피고인의 인식과 판단능력,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 현재의 반성, 피해회복 노력, 재범방지 계획 등 여러 내용이 다뤄질 수 있다.

이번 사연에서는 변호인이 경계성 지능과 심신미약을 항소심의 중요 쟁점으로 삼겠다고 한 만큼 피고인의 이해능력이나 판단 과정 등을 직접 설명하도록 질문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질문내용은 담당 변호인이 정한 전략에 달려 있다.

따라서 가족이 추측하기보다 변호인에게 “15분 동안 진행하는 절차의 정확한 명칭과 질문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15분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감형 가능성을 뜻할까

재판부가 변호인의 피고인신문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적어도 변호인에게 해당 사항을 법정에서 설명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그 자체를 “재판부가 감형해 주려 한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과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심리한 뒤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15분 동안 어떤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느냐다.

경계성 지능이 있으면 바로 심신미약이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이 부분은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들이 특히 구분해야 한다.

경계성 지능이 있다는 사실과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는 것은 동일하지 않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단순한 진단명이나 지능검사 결과가 아니다.

범행 당시 실제로 판단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를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IQ가 낮다’는 자료 하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

경계성 지능과 관련된 심리검사 결과나 진료기록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심신미약을 주장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의 발달상황,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의 적응 정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 심리검사, 범행 당시의 상태, 피고인이 범행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정신감정이나 전문가 의견이 쟁점이 되기도 한다.

심신미약은 ‘어리다’거나 ‘초범이다’와도 다른 문제

사연에서는 피고인이 젊고 초범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이런 사정은 양형에서 고려될 가능성이 있지만 심신미약과는 별개의 문제다.

초범이라는 사정은 범죄전력과 관련된 양형요소이고, 나이 역시 피고인의 환경과 성숙도 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심신미약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실제로 미약했는지를 판단하는 법률상 개념이다.

따라서 여러 사정을 하나로 묶어서 주장하기보다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구분해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1심 판결문에 안 적혀 있다고 ‘전혀 반영 안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가족은 1심에서 경계성 지능과 공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특정 자료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그 자료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

판결문에는 모든 양형자료를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1심에서 중요한 양형사정이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거나 재판부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면 항소심에서 해당 자료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공탁 역시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형되는 것은 아냐

형사공탁도 마찬가지다.

공탁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피해가 회복됐다고 자동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공탁 경위와 금액, 실제 피해 규모, 피해자의 의사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공탁에도 불구하고 엄벌을 요구하는지, 반대로 피해회복을 받아들이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에 따라 사건의 양형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피해자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려 한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새 변호사로 바뀌었다고 항소심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냐

항소심 진행 중 변호인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사임하고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다.

새 변호사가 사건을 맡는다고 해서 기존 항소심 절차가 처음부터 새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록과 제출된 서면, 진행된 공판 내용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기존 변호사가 새 변호사에게 사건의 쟁점과 기존 전략, 제출자료 등을 충분히 인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 새롭게 생긴 사정도 중요할 수 있어

항소심을 단순히 1심 재판을 똑같이 한 번 더 하는 절차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의 잘못을 다투는 절차이면서 사건에 따라 추가 증거와 1심 이후 발생한 양형사정도 심리될 수 있다.

1심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거나 피해회복이 추가됐다면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

치료와 교육을 시작했거나 가족의 보호계획이 구체화된 경우도 사건에 따라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를 다시 확인하고 피고인신문까지 한다면

사연에 나타난 내용만 놓고 보면 재판부가 단순히 서류만 보고 바로 선고하기보다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실제로 유지되고 있는지,

피고인의 경계성 지능과 범행 당시 상태가 어떤지,

피고인 본인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법정에서 좀 더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감형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가족이 지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변호인에게 다섯 가지를 정확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첫째, 다음 기일이 속행된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둘째, 피해자를 실제 증인으로 신청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확인하는 것인지.

셋째,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되면 현재 적용되는 죄명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넷째, 15분 동안 예정된 절차가 피고인신문인지,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질문할 계획인지.

다섯째, 경계성 지능 자료를 단순 양형자료로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형법상 심신미약을 정식으로 주장하는 것인지다.

이 다섯 가지가 정리되면 가족도 항소심의 방향을 훨씬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좋은 거죠?”라고 묻기 전에 무엇을 확인하려는 재판인지 봐야

가족에게는 재판부가 추가 확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재판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속행 자체에는 좋고 나쁨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번처럼 피해자의 의사와 피고인의 상태를 추가로 확인하려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변호인에게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필요한 증거를 제시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기회가 실제 감형으로 연결될지는 제출되는 자료와 피해자의 진술, 사건의 내용, 1심 판결의 이유 등을 종합해 항소심 재판부가 결정한다.

항소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대보다 ‘쟁점 정리’

안기모카페에는 항소심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라는 가족들의 질문이 반복된다.

그 마음은 자연스럽다.

특히 1심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정이 있고,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운 증거조사까지 진행한다면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항소심은 희망적인 신호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1심 판결에서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그리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고려해야 할 사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절차다.

피해자가 실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의사가 자유롭고 명확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경계성 지능을 주장한다면 단순 진단명을 넘어 범행 당시 판단능력과의 관계를 설명해야 한다.

공탁이나 피해회복 역시 실제 피해와 피해자의 의사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15분의 신문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시간은 단순히 “잘못했습니다”를 반복하는 시간이 아니라 재판부가 궁금해하는 핵심 쟁점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속행됐다는 사실 하나로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재판부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항소심 준비에서 중요한 부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