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이 너무 빨리 잡혔다는데 일부러 미룰 수 있나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소심을 앞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항소심 공판기일이 잡혔는데 구속된 피고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판이 너무 빨리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피고인은 조금 더 수감기간을 채운 뒤 항소심을 진행하는 것이 어떨지 고민하고 있었다.

반면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은 가능한 한 빨리 재판을 끝내고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세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피고인이 원하면 이미 지정된 항소심 기일을 미룰 수 있는지, 일부러 기일을 늦춰 수감기간을 더 채우는 것이 항소심 감형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항소심 공판이 끝나면 선고는 며칠 뒤 이루어지는지다.

피고인이 기일변경을 신청하는 것은 가능해

이미 지정된 공판기일이라고 해서 어떤 경우에도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이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변경하거나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공판기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구속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기일변경을 신청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신청할 수 있다’와 ‘신청하면 반드시 변경된다’는 전혀 다른 의미다.

본인이 원한다고 자동으로 미뤄지는 것은 아냐

공판기일은 법원이 지정한다.

피고인이 “이번 달보다 다음 달에 재판받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원하는 날짜까지 연기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신청 이유를 검토해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항소심 기일이 잡힌 상황에서 피고인이 단순히 날짜가 빠른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재판일을 뒤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일변경 신청에는 이유가 필요해

형사소송규칙은 공판기일 변경신청을 할 때 변경이 필요한 사유와 그 사유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진단서 등 자료를 통해 그 사유를 소명하도록 규정한다.

예를 들어 질병이나 변호인의 불가피한 일정, 추가적인 변론 준비 등 구체적인 사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단순히 “조금 더 있다가 재판받고 싶다”는 희망과 법원이 받아들이는 기일변경 사유는 구분해야 한다.

“수감기간을 조금 더 채우려고요”는 별개의 문제

사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감기간이다.

피고인은 항소심이 너무 일찍 잡힌 것 같아 조금 더 수감기간을 채우고 재판을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일정 기간 구속생활을 한 사실이 항소심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일정한 수감일수를 채우면 자동으로 형을 줄여주는 방식의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 구속돼 있었다고 자동 감형되는 것은 아냐

항소심에서 형을 다시 판단할 때는 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범행의 내용과 정도,

피해 규모,

피해회복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피고인의 범죄전력,

반성 여부,

재범방지를 위한 노력,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 등이 사건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항소심 공판을 한 달 늦춰 구속기간이 한 달 더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정한 감형 효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그 기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중요할 수 있어

시간 자체보다 그동안 새롭게 만들어진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1심 당시 이루어지지 않았던 피해회복이 항소심 전에 이루어졌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될 수 있다.

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구체적인 치료계획을 마련할 수도 있다.

재범방지 계획이나 출소 후 생활계획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항소심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사정이 만들어지는 것과 단순히 구치소에서 시간이 더 흐르는 것은 같은 의미로 보기 어렵다.

합의가 진행 중이라면 기일 문제가 달라질 수도 있어

항소심을 앞두고 피해자와 실제 합의가 진행 중이고 일정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라면 변호인과 기일 문제를 상의해볼 수 있다.

피해변제나 합의 절차가 실제 진행되고 있고 중요한 양형사정이 곧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변호인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재판부가 반드시 기일을 변경해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정은 법원이 한다.

새로운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1심 이후 새롭게 준비할 중요한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과 항소심 일정에 관해 상의할 수 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의 개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자료인지가 중요하다.

피해회복,

재범방지,

치료·상담,

직업,

주거,

가족의 보호계획 등 사건에 따라 필요한 자료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감기간을 채우기 위해 재판을 미룰까”라고 접근하기보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할 중요한 내용이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낫다.

미결구금 기간은 그냥 없어지는 시간이 아냐

구속된 상태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면 그 기간을 단순히 버리는 시간으로 볼 필요도 없다.

판결 확정 전 구금기간은 이후 형 집행과 관련해 미결구금일수 산입 문제가 연결된다.

따라서 항소심이 빨리 잡혔다고 해서 이미 구금돼 있던 기간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재판을 일부러 늦춰야만 그 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바로 끝날 수도 있을까

사건에 따라 가능하다.

항소심에서 추가로 조사해야 할 증거나 증인이 없고 쟁점이 복잡하지 않다면 비교적 적은 횟수의 공판으로 변론이 마무리될 수 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하고 증인신문 등이 예정돼 있다면 공판이 여러 차례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항소심 기일이 한 번 잡혔다고 해서 그날 바로 모든 절차가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첫 공판이 곧 선고일이라는 의미도 아냐

항소심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공판에서 변론이 끝나면 재판부가 별도의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그날 변론이 끝나지 않으면 다음 공판기일이 먼저 지정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사건조회에서 항소심 기일을 확인했다고 해서 그 날짜에 바로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선고는 공판 며칠 뒤에 나올까

이 부분은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며칠 뒤’라는 숫자가 정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건의 내용과 심리상황, 재판부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론이 종결된 날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지정하면 그때 정확한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첫 공판 후 7일이면 선고”, “2주면 반드시 선고”와 같은 경험담을 일반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구속사건이라고 선고일을 가족이 선택할 수도 없어

피고인이 구속돼 있다는 이유로 가족이나 피고인이 원하는 날짜에 선고를 받는 것도 아니다.

재판 진행과 선고기일 지정은 재판부가 결정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이 크고 피고인은 조금이라도 더 준비하고 싶을 수 있지만, 양쪽의 희망만으로 재판일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공판에 안 나가면 미뤄질까

이런 생각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이 원칙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을 늦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에는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않아 다시 기일을 정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정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따라서 정식 기일변경 신청과 임의적인 불출석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변호인과 먼저 상의해야

항소심 기일을 변경하고 싶다면 가족끼리 경험담을 비교하기보다 변호인에게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현재 사건에서 추가로 준비할 내용이 있는지,

기일변경이 실제로 필요한 상황인지,

변경신청을 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있는지,

현재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지를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사선이나 국선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변호인이 현재 항소심 준비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어

항소심은 단순히 수감기간을 더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절차가 아니다.

1심 판결에 사실오인이나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1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일을 미룰지 결정할 때도 ‘얼마나 더 수감됐는가’보다 항소이유와 관련해 무엇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1심 이후 달라진 사정이 있다면 정리해야

항소심에서 양형을 다투고 있다면 1심 선고 이후 달라진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는지,

합의나 공탁에 변화가 있는지,

반성과 재범방지 노력이 구체화됐는지,

가족의 보호계획이나 출소 후 생활계획이 마련됐는지,

새로운 자료가 확보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있다면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어떻게 제시할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채우면 유리하다”는 경험담은 그대로 믿기 어려워

교정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몇 달 더 있다가 항소심을 받아 형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건에서 실제 감형 이유가 단순히 수감기간 때문이었는지는 판결문을 보지 않고 알기 어렵다.

그 사이 피해자와 합의했을 수도 있고 피해금을 갚았을 수도 있다.

1심에서 제출하지 못했던 중요한 양형자료가 제출됐을 수도 있다.

사건 자체의 죄명과 전력, 1심 형량도 다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재판기간만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가족은 ‘빨리 끝냈으면’, 피고인은 ‘조금 늦췄으면’

사연처럼 가족과 수용자의 생각이 다른 경우도 많다.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은 재판이 빨리 끝나야 앞으로의 생활계획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 한다.

반면 수용자는 항소심이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져 조금이라도 더 준비하고 싶어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무조건 맞다고 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재판을 늦추는 것 자체가 형량을 줄이는 전략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기일변경이 필요하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야

현재 지정된 기일을 변경하려 한다면 가장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은 “왜 미뤄야 하는가”다.

단순히 수감기간을 늘리려는 것인지,

실제로 진행 중인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지,

새로운 증거조사나 양형자료 준비가 필요한지,

변호인의 변론준비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구분해야 한다.

그 이유를 토대로 변호인과 기일변경 신청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선고 시점은 변론이 끝난 뒤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해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기도 전에 선고일이 며칠 뒤인지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날 변론이 끝날지조차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판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음 공판이 지정될 수 있고, 변론이 종결되면 별도의 선고기일이 지정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항소심 공판이 실제로 진행된 뒤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늦추느냐’가 아니라 ‘왜 늦추느냐’

항소심 기일이 예상보다 빨리 잡혔다고 해서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재판을 늦춰 수감기간을 더 채운다고 해서 자동으로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은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 변경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하며, 변경신청에는 그 필요성을 설명할 사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감일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재판을 미루는 것보다 현재 항소이유가 무엇인지, 1심 이후 새롭게 반영할 자료가 있는지, 추가 준비를 위해 실제 시간이 필요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항소심 선고 역시 첫 공판 후 며칠이라는 일률적인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첫 공판에서 변론이 끝나는지,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가족과 피고인이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조금 더 기다리면 감형될까’가 아니라 ‘현재 항소심에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