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심리라는데, 그날 항소 기각 여부가 나오나요?”

형사사건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심리’라는 단어는 낯설게 다가온다.

최근 교정·형사절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항소심 심리를 앞두고 절차를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수용 중인 가족으로부터 심리를 여러 차례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때도 기각인지 아닌지 결정이 나나요?”, “심리를 하고 선고날이 또 잡히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항소심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이다. 특히 ‘항소심리’라는 말을 항소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별도의 심사 절차로 생각하기 쉽지만, 형사 항소심에서 말하는 심리는 재판부가 항소이유와 사건의 쟁점을 살펴보고 필요한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항소심에서는 무엇을 살펴볼까?

형사사건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왜 1심 판결에 불복하는가’다.

사실을 잘못 판단했다는 주장인지, 법률 적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선고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주장인지 등 항소인이 제기한 항소이유와 사건의 쟁점을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따라서 항소심이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1심 판결을 유지할지 뒤집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기록과 항소이유를 검토하고 필요한 심리를 진행한 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남아 있다.

심리는 한 번만 하는 걸까?

항소심 재판이 반드시 한 차례의 기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건에 따라 첫 기일에서 필요한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변론이 종결될 수도 있지만,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다음 기일이 지정될 수 있다.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거나 증인신문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심리를 여러 번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재판 결과가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반대로 첫 기일에서 변론이 종결된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항소가 기각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해당 기일에서 어떤 내용이 심리되고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했는지 여부다.

심리하는 날 바로 ‘항소 기각’이 결정될까?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심리를 마쳤다면 최종적으로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판결 결과에 따라 항소가 이유 없다고 판단되면 항소를 기각해 1심 판결을 유지할 수 있고, 항소가 이유 있다고 판단되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도 있다.

여기서 ‘기각’이라는 말 때문에 혼동이 생기기 쉽다.

심리기일 자체를 단순히 ‘항소를 받아줄지 기각할지를 결정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심리가 마무리돼 변론이 종결되면 이후 판결을 선고할 기일이 정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나온 뒤에는 “기각됐느냐”만 확인하기보다 ‘변론이 종결됐는지’, ‘다음 기일이 지정됐는지’, ‘다음 기일이 선고기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앞으로의 절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항소심 결과는 ‘기각’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항소심을 앞둔 가족들은 흔히 결과를 ‘항소가 받아들여지느냐, 기각되느냐’ 두 가지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원심을 파기하고 항소심 법원이 다시 판결할 수도 있다.

특히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이라면 가족 입장에서는 단순히 ‘항소 기각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1심 형량이 항소심에서 유지되는지 또는 변경되는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때문에 항소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항소이유서에 어떤 주장이 담겼는지,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어떤 부분을 다투고 있는지, 추가로 제출한 양형자료가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기모카페에서도 1심 이후 항소심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들이 항소이유서, 재판부 배정, 첫 공판기일, 심리와 선고 등 생소한 형사절차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법률용어 하나가 가족들에게는 결과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불안으로 다가오는 만큼, 현재 재판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막연한 걱정을 줄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