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자료는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서류일까?
법원이 형을 정할 때는 범행 자체뿐 아니라 범행 후의 정황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형자료는 이러한 사정을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자료를 준비하기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항소심이라면 1심 판결문부터 확인해야
항소심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볼 자료는 새로운 탄원서가 아니라 1심 판결문일 수 있다.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어떤 사정을 불리하게 평가했고 어떤 유리한 사정을 이미 고려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된 사정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판결 이후 새롭게 달라진 사정이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와 추가로 합의했거나 피해금액을 변제했다면 관련 자료를 준비할 수 있고, 재범방지를 위한 상담이나 교육을 시작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은 피해회복 자료가 중요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서는 합의와 피해회복 문제가 중요한 양형사정으로 다뤄질 수 있다.
합의가 이뤄졌다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등을 준비할 수 있고 실제 합의금을 지급했다면 이체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도 함께 정리할 수 있다.
전액 변제가 어려워 일부 금액을 변제하고 있다면 실제 변제한 내역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앞으로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보다 실제로 어떤 피해회복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보다 구체적이다.
재범방지서약서는 제출하면 도움이 될까?
재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서약서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 하나만으로 재범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여주기는 어렵다.
재범방지 계획을 준비한다면 서약 자체보다 어떻게 재범을 막을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사건이라면 차량 처분이나 음주 문제에 대한 상담·교육, 대중교통 이용계획 등이 연결될 수 있고 경제범죄라면 출소 후 직업과 소득관리 계획, 피해변제 계획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재범방지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가족이 밖에서 준비할 수 있는 자료도 있어
피고인이 구속돼 있다면 직접 준비하기 어려운 서류를 가족이 대신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관계와 실제 부양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면 가족관계 관련 서류와 부양관계를 확인할 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출소 후 취업할 곳이 정해져 있다면 고용예정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가족이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복귀를 도울 계획이라면 주거와 보호환경을 설명할 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가족이 임의로 모든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보다 변호인이 있다면 먼저 정리해 전달하고 실제 제출할 자료를 선별하는 편이 좋다.
탄원서는 많을수록 좋은 걸까?
탄원서 역시 숫자만 늘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가족과 지인이 똑같은 내용으로 “선처해 주세요”라는 탄원서를 반복해서 제출하기보다 각 사람이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지, 평소 어떤 모습을 지켜봤는지, 출소 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편이 취지를 전달하기 쉽다.
특히 가족 탄원서라면 단순한 감정적 호소에서 끝내지 않고 출소 이후의 생활과 재범방지를 가족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설명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반성문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반성문 역시 형식적인 문구를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사건과 연결돼야 한다.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자신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특히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 실제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이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장기기증 서약도 양형자료로 내는 게 좋을까?
인터넷에서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이나 헌혈증 등을 양형자료로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선처를 받기 위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는 방식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기기증은 본인의 생명·신체 및 가치관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이다. 양형을 위한 서류를 하나 더 만들 목적으로 선택할 성격의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자료를 여러 개 만드는 것보다 피해회복이나 재범방지처럼 해당 사건의 핵심적인 양형사정을 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료를 많이 내는 것보다 연결해서 정리해야
양형자료가 20개, 30개가 됐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류가 많아지면 각각 왜 제출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피해회복 자료, 반성 및 재범방지 자료, 가족·부양관계 자료, 직업·사회복귀 자료 등으로 나누고 각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간단하게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변호인이 있다면 이러한 자료를 변호인 의견서의 주장과 연결해 제출할 수도 있다.
항소심에서 새로 생긴 사정을 놓치지 않아야
항소심에서 중요한 것은 1심 자료를 그대로 한 번 더 제출하는 것만이 아니다.
1심 판결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거나 추가 변제를 했다면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
상담이나 치료를 시작했거나 가족의 보호계획이 구체화된 경우, 취업이나 주거 계획이 마련된 경우처럼 판결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항소심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는 “남들이 무엇을 냈는가”보다 “1심 이후 우리 사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가족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1심 판결문과 기존에 제출했던 양형자료 목록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다음 피해회복, 재범방지, 가족관계와 부양, 사회복귀 계획 가운데 현재 사건에서 실제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나눠보면 된다.
피고인이 안에서 작성해야 할 반성문과 재범방지 계획이 있고, 가족이 밖에서 확보해야 할 증명서와 합의·변제자료도 있다.
양형자료에는 모든 사건에 통하는 ‘정답 목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재범방지서약서 한 장이나 장기기증 희망등록 하나가 형량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보다 1심 판결에서 지적된 문제를 실제로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