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준비 중인데 탄원서를 몇 장이나 받아야 할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심 판결에 항소하고 2심을 준비하는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현재 주변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받고 있지만 문득 다른 사람들은 몇 장 정도를 제출했는지가 궁금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모아야 많은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고민도 덧붙였다.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인터넷에서는 “20장은 기본이다”, “50장 이상 냈다”, “100장을 제출했다”는 경험담까지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원서는 숫자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양형자료다.
탄원서, 몇 장 이상 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이 요구하는 ‘최소 탄원서 수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5장을 제출하면 부족하고 30장을 제출하면 충분하다는 식의 기준도 없다.
따라서 다른 사건에서 누군가 50장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도 반드시 50장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탄원서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 등을 요청하면서 제출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항소심에서도 제출할 수 있다.
법원이 공개한 형사항소심 안내에서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의 예로 피해자와의 합의서, 공탁서, 피고인의 성장과정·가족관계·부양가족·경제상태 등을 설명하는 자료와 함께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들고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공식도 없어
탄원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피고인의 사회적 관계나 향후 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장수가 많을수록 형량이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의 양형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양형위원회 역시 형을 정할 때 범죄의 중대성뿐 아니라 피고인의 나이와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범죄전력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탄원서는 이 가운데 피고인의 사회적 관계와 생활환경, 범행 이후의 변화와 재범방지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하나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똑같은 내용 30장을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
탄원서를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다 보면 인터넷에서 찾은 양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거의 동일하고 이름과 서명만 다른 탄원서가 여러 장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탄원서를 작성하는 목적을 생각하면 이런 방식보다는 각 작성자가 실제로 알고 있는 내용을 자신의 관점에서 작성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부모라면 성장과정과 가족생활을 설명할 수 있고,
배우자라면 가정생활과 부양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직장동료라면 평소 직장생활과 업무태도,
친구나 지인이라면 오랫동안 지켜본 생활태도와 범행 이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탄원서마다 작성자가 다른 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좋은 사람입니다’만 반복하면 부족할 수 있어
탄원서를 작성할 때 흔히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평소 성실한 사람입니다.”
“다시는 잘못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한 번만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없다면 피고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작성한 탄원서와 큰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직장동료라면 몇 년 동안 어떤 모습으로 근무했는지,
가족이라면 평소 어떤 가족관계를 유지했는지,
출소 후 함께 생활할 예정이라면 누가 거주와 취업 등을 지원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탄원인과 피고인의 관계를 분명하게
탄원서에는 작성자가 피고인을 어떻게 알게 됐고 얼마나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
‘지인’이라는 표현만 적는 것보다 실제 관계를 간단히 설명하면 탄원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인지,
10년 동안 함께 근무한 직장동료인지,
가까운 친척인지,
사업상 거래관계가 있었던 사람인지에 따라 작성자가 알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도 달라진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탄원인이 어떤 위치에서 피고인을 지켜본 사람인지를 알아야 탄원 내용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가족 탄원서도 모두 같은 내용일 필요 없어
부모, 배우자, 형제자매가 각각 탄원서를 제출한다면 똑같은 내용을 복사해 작성할 필요는 없다.
부모는 성장과정과 가족관계를,
배우자는 현재 가정상황과 부양문제를,
형제자매는 출소 이후 생활지원 계획 등을 중심으로 작성할 수 있다.
특히 실제로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도울 계획이 있다면 막연히 “가족이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쓰는 것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인지 설명하는 편이 구체적이다.
직장동료의 탄원서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직장동료나 사업관계자의 탄원서라면 실제 사회생활에서 관찰한 모습을 중심으로 작성할 수 있다.
근무기간,
업무태도,
동료와의 관계,
책임감,
출소 후 복직이나 취업 가능성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다만 실제로 복직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반드시 다시 채용하기로 했다”고 작성하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복직이나 채용계획이 확정돼 있다면 별도의 재직·채용 관련 자료로 뒷받침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탄원서에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은 피해야
선처를 요청한다는 생각에 사건 자체를 변명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피해자가 너무 많은 합의금을 요구한다.”
“상대방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아 가족이 너무 힘들다.”
이런 내용은 신중해야 한다.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기 위한 탄원서가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책임을 돌리는 내용으로 채워진다면 피고인의 반성 주장과 충돌할 수도 있다.
특히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을 항소심의 중요한 양형사정으로 주장하고 있다면 가족의 탄원서 역시 그 방향과 모순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사건 내용을 모르는 지인에게 억지로 쓰게 할 필요도 없어
탄원서를 많이 받기 위해 피고인과 관계가 거의 없는 사람에게까지 무리하게 부탁할 필요는 없다.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인터넷 예문을 그대로 복사해 작성한 탄원서 수십 장을 만드는 것보다 피고인을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는 것이 탄원서의 취지에 더 맞는다.
그렇다고 가족 몇 명의 탄원서만 제출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피고인의 사회적 관계를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족, 친척, 친구, 직장동료 등 다양한 사람이 작성할 수 있다.
항소심이라면 1심 때 냈던 탄원서를 그대로 다시 내야 할까
항소심에서는 1심 이후 달라진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1심에서 제출했던 탄원서를 그대로 복사해 다시 제출하는 것보다 항소심 시점에서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반영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구속 이후 가족이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피고인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출소 이후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등을 새롭게 설명할 수 있다.
탄원서만 많이 내면 항소심에서 감형될까
그렇게 볼 수 없다.
항소심에서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면 탄원서 외에도 사건에 따라 여러 자료가 검토될 수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회복,
형사공탁,
반성문,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치료,
가족의 부양상황,
취업이나 사회복귀 계획 등이다.
어떤 자료가 중요한지는 범죄유형과 1심 판결에서 형을 정한 이유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탄원서 100장을 만드는 데 모든 시간을 쓰기보다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가 어떤 사정을 불리하게 평가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심 판결문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항소심을 준비한다면 1심에서 왜 그 형이 선고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게 언급됐는지,
범행수법이나 피해규모가 문제였는지,
동종전력이 불리하게 작용했는지,
반성이나 사회적 유대관계가 어느 정도 고려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탄원서 역시 이러한 전체 양형전략 가운데 하나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탄원서와 반성문은 역할이 달라
탄원서와 반성문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반성문은 원칙적으로 피고인 자신이 자신의 범행과 피해, 책임을 돌아보고 현재의 태도를 설명하는 자료다.
반면 탄원서는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이나 가족상황, 사회적 관계, 향후 지원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하는 자료다.
따라서 가족 탄원서가 피고인의 반성문처럼 작성될 필요는 없다.
작성자가 직접 알고 있는 사실을 중심으로 쓰는 편이 자연스럽다.
탄원서에 꼭 들어가야 하는 ‘마법의 문장’도 없어
인터넷에는 탄원서 예문이 많다.
하지만 특정 문장을 넣으면 감형에 유리해진다는 공식은 없다.
오히려 사건과 관계없는 과장된 표현을 반복하는 것보다 작성자의 관계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대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번호와 피고인 등 해당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기본정보를 정확하게 적고 작성자의 관계와 탄원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준비할 수 있다.
서명만 받아 한 사람이 내용을 대신 작성하는 방식도 주의
많은 탄원서를 빠르게 모으려고 한 사람이 같은 내용을 작성한 뒤 여러 사람에게 서명만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탄원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탄원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자료다.
따라서 작성자가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름과 서명만 빌려주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작성자가 실제로 동의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탄원서 제출 시기도 생각해야
탄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양형을 판단할 수 있는 시점에 기록에 들어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26년 7월 공개한 한 민사판결에서는 형사사건 변호인이 피고인 부친의 탄원서와 피고인의 반성문 등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고, 형사공탁 사실 역시 선고 이후에 제출된 사정이 문제됐다.
해당 민사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양형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례는 탄원서가 몇 장이냐는 문제 못지않게 준비한 양형자료가 실제 재판부에 적절한 시기에 제출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곧바로 제출된 것은 아닐 수 있어
가족이 변호사 사무실에 탄원서를 전달했다고 해서 그날 바로 법원 기록에 들어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변호인은 여러 양형자료를 정리해 의견서와 함께 제출할 수도 있고 제출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자료라면 변호사에게 전달한 뒤 언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선고기일이 가까워졌다면 남은 자료를 언제까지 전달해야 하는지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10장보다 50장이 더 유리한가요?”에 정답이 없는 이유
탄원서 숫자와 형량 사이에는 ‘10장 제출하면 몇 개월 감형, 50장이면 더 감형’과 같은 계산식이 없다.
탄원서는 형을 결정하는 수많은 자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같은 20장의 탄원서라도 피고인과 실제로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향후 지원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한 경우와 거의 동일한 예문을 복사한 경우는 내용 자체가 다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수 자체가 아니라 탄원서가 어떤 사정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있는지다.
탄원서를 많이 받았다면 정리해서 제출하는 방법도
탄원인이 많다면 가족이 먼저 명단을 정리해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배우자 등 가족,
친척,
직장 관계자,
친구와 지인 등으로 구분하고 피고인과의 관계를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중복된 탄원서가 있는지, 빠진 서명이나 날짜는 없는지, 사건번호나 피고인 정보가 잘못 적힌 것은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제출형식과 정리방식은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소심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도 중요
1심 판결 이후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합의서는 매우 중요한 새로운 자료가 될 수 있다.
피해회복이나 공탁이 이루어졌다면 관련 자료도 검토할 수 있다.
피고인이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치료를 시작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출소 이후 가족이 거주와 취업을 지원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이를 설명할 수도 있다.
탄원서는 이런 사정을 제3자의 시각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원서 숫자를 세기 전에 확인할 것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이라면 ‘지금 17장인데 30장까지 채울까’를 고민하기 전에 현재 가지고 있는 양형자료 전체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1심 판결문에서 불리하게 판단된 사정은 무엇인지,
1심 이후 새롭게 달라진 사정은 무엇인지,
합의나 피해회복 상황은 어떤지,
반성문과 재범방지 자료는 준비됐는지,
탄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작성했는지,
준비한 자료가 실제로 언제 법원에 제출될 예정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탄원서 역시 단순한 ‘장수 채우기’가 아니라 항소심 양형자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몇 장이나 모아야 하나요?”보다 중요한 질문
안기모카페에서는 항소심을 앞둔 가족들이 탄원서를 몇 장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형사재판에는 탄원서를 몇 장 이상 제출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기준이 없다.
많은 사람에게 탄원서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숫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감형되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을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어떤 관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아왔는지, 범행 이후 피고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출소 이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복귀를 도울 것인지 등을 사실에 맞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이라면 여기에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양형사정도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탄원서를 준비하면서 가족이 세어야 할 것은 ‘몇 장이 모였는가’만이 아니다.
그 탄원서들이 재판부에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다른 양형자료와 모순되지 않는지, 그리고 선고 전에 실제 재판기록에 제출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