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받은 날인가요, 변호사가 받은 날인가요?”
온라인 교정정보 커뮤니티에는 가족이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에 대해 질문한 사연이 올라왔다.
항소이유서를 20일 이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속된 피고인이 교정시설에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가 받은 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내용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20일’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항소장 제출일로부터 20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 생길 수 있는 오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단순히 1심 판결을 선고받은 날이나 항소장을 제출한 날부터 20일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항소법원이 소송기록을 넘겨받으면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고,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대법원도 이 원칙을 반복해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이 항소장을 제출한 날짜만 보고 항소이유서 마감일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피고인과 변호사가 각각 받았다면?
여기부터는 변호인이 언제 선임됐는지가 중요해진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법원이 기록을 받은 뒤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하고, 그 통지 전에 변호인이 선임돼 있었다면 변호인에게도 통지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가 되기 전에 변호인이 선임돼 있었다면 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하고, 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변호인이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모든 사건에서 무조건 “피고인이 받은 날” 또는 “변호사가 받은 날” 하나만 기준이라고 단정하면 정확하지 않다.
피고인이 먼저 통지를 받은 뒤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상황이 달라
반대로 피고인이 이미 적법하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이후 변호인을 새로 선임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후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 새 변호인에게 다시 같은 통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런 경우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피고인이 통지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변호사를 나중에 선임했으니 변호사가 사건을 맡은 날부터 다시 20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사건은 어떻게 될까?
구속된 피고인의 항소심에서는 국선변호인 문제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형사소송규칙은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항소법원이 기록을 받은 당시 변호인이 없다면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기 전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해 법원이 변호인을 선정한 경우에도 해당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한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이 있는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언제 통지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국선변호인의 선정 시점과 소송기록접수통지 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선에서 사선으로 바꾸면 새로운 20일이 생길까?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항소법원이 이미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한 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중 사선변호인이 새롭게 선임돼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된 경우, 새 사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변호사를 교체했다고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자동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항소심 도중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한다면 기존 제출기한이 언제까지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0일을 놓치면 어떻게 될까?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단순한 권고기간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이 법정기간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항소장에도 항소이유가 적혀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항소기각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최근 대법원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적법하게 받고 항소이유서를 기간 내 제출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항소기각결정이 내려진 사례가 확인된다. 다만 직권조사사유가 있는 등 법률상 예외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늦게 내도 재판부가 받아주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소심에서 무엇을 다툴 것인지 못지않게 항소이유서를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20일이 지나기 전에 재판을 해버릴 수도 있을까?
대법원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게 보고 있다.
항소심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정기간 안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토대로 심판하는 구조이므로 법원은 원칙적으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사건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끝나기 전에 변론을 종결하고 이후 기간 내 새로운 항소이유서가 제출됐는데도 이를 심리하지 않은 사건에서 원심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내 사건 검색’만 보지 말고 실제 송달일을 확인해야
가족이 항소심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인터넷의 ‘나의 사건검색’에 표시되는 날짜만 보고 제출기한을 예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에서 중요한 것은 법률상 적법한 소송기록접수통지의 송달 시점이다.
특히 피고인이 구속돼 있고 국선 또는 사선변호인이 함께 있는 사건이라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각각 언제 통지가 이루어졌는지, 당시 변호인이 이미 선임된 상태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송달관계가 복잡하다면 담당 변호인이나 항소법원 형사과를 통해 제출기한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결국 핵심은 ‘누가 먼저 받았나’만이 아니다
“피고인이 받은 날부터 20일인가, 변호사가 받은 날부터 20일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답은 변호인의 선임 시점과 소송기록접수통지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 전에 이미 선임돼 있었다면 변호인에게도 통지가 이루어져야 하고, 변호인의 제출기간은 자신이 통지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문제될 수 있다. 반면 피고인이 적법하게 통지를 받은 이후 변호인을 새로 선임했다면 새 변호인에게 다시 통지하고 20일을 새로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따라서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이라면 항소장 제출일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소송기록접수통지 송달일, 변호인 선임일, 항소이유서 제출 마감일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