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판사 이름을 검색했더니 기각 사건만 나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 사건은 항소심 법원으로 넘어가고 담당 재판부가 정해진다.
사건검색을 하다 보면 ‘형사1부’, ‘형사2부’뿐 아니라 ‘형사2-3부’처럼 익숙하지 않은 재판부 명칭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교정생활과 형사재판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항소재판부가 정해진 뒤 담당 판사들의 이름을 찾아봤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판사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눈에 들어오는 판결들이 대부분 ‘항소기각’이었다는 것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우리 사건도 기각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검색 결과만으로 항소심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형사2-3부’처럼 표시되는 재판부는 무엇일까?
재판부 명칭은 각 법원의 조직과 사무분담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형사1부’에서 재판받았는데 자신의 사건은 다른 형태의 재판부에 배당됐다고 해서 그것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재판부 번호가 아니라 해당 재판부에 사건이 적법하게 배당돼 항소심 심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정 번호의 재판부에 배당됐다는 이유만으로 감형 가능성이 높다거나 항소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판사 이름 검색했더니 ‘기각’만 나오는 이유는?
인터넷에서 판사 이름을 검색하면 검색엔진에 노출된 일부 판결이나 언론보도만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검색 결과가 해당 판사가 담당했던 모든 사건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형사사건은 죄명만 같다고 같은 사건이 아니다.
범행 경위와 피해 정도, 전과, 피해회복, 합의 여부, 1심에서 선고된 형량, 항소인이 주장하는 내용 등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이 판사가 다른 사건에서 항소를 기각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항소기각은 ‘재판부가 엄격하다’는 뜻과 달라
항소심에서 말하는 ‘기각’의 의미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없다고 인정하면 판결로 항소를 기각한다.
반대로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하게 된다.
실제 판례에서도 항소심은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피해 정도, 피고인의 전과와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살핀 뒤 1심의 형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한 사례가 확인된다.
따라서 ‘기각’이라는 결과만 보고 재판부가 무조건 엄격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항소심에서 더 중요한 것은 ‘왜 1심 판결을 바꿔야 하는가’
피고인이 항소했다면 재판부 이름을 검색하는 것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항소이유다.
1심 판결에 사실오인이 있는지, 법률 적용에 문제가 있는지, 형이 지나치게 무거운지 등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 정리해야 한다.
특히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면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도 중요할 수 있다.
피해자와 추가로 합의했는지, 피해회복이 이루어졌는지, 처벌불원서를 받았는지, 반성이나 재범방지를 뒷받침할 새로운 자료가 있는지 등을 사건에 맞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도 놓치지 않아야
재판부 검색에 신경을 쓰느라 실제 항소절차에서 중요한 기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행 규정과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되는 제출기간은 20일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기간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항소장에도 항소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다면 항소가 결정으로 기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만 필요적 변호사건 등에서는 국선변호인 선정과 관련한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판결 검색은 ‘참고자료’ 정도로 봐야
담당 재판부의 과거 판결을 찾아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죄명의 사건에서 어떤 쟁점이 다뤄졌는지 살펴보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건의 판결을 보고 “이 판사는 무조건 기각한다”, “이 재판부는 감형을 잘 안 해준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검색되는 사건은 전체 재판 중 일부에 불과하고 각각의 사실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기각이냐 기적이냐’보다 준비할 수 있는 부분부터 확인해야
구속된 가족의 항소심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담당 판사 이름 하나, 재판부 번호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검색 결과에서 ‘항소기각’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는 단순히 재판부의 이름이나 과거 검색 결과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1심 판결에서 무엇을 다투는지, 항소이유가 법적으로 설득력 있게 정리됐는지, 1심 이후 피해회복이나 합의 등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
담당 재판부의 과거 기각 사례를 계속 찾아보며 불안해하기보다 변호인과 항소이유서의 내용과 추가로 제출할 자료를 점검하는 것이 항소심을 준비하는 보다 실질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