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형사부(다)로 정해졌는데 어떤 재판부인가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족이 항소하면 사건조회 화면을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항소장이 접수됐는지, 항소법원 사건번호가 나왔는지, 담당 재판부가 어디인지 하나씩 변화가 생길 때마다 가족들은 그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교정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항소심 재판부가 ‘제8형사부(다)’로 정해졌다며 해당 재판부가 어떤지, 배당된 뒤 언제 첫 재판을 하게 되는지를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그러나 ‘제8형사부(다)’라는 표시만으로 해당 사건의 결과가 유리하거나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재판부 명칭만 보고 ‘잘 걸렸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온라인에서는 특정 재판부를 두고 “형량을 잘 줄여준다”, “엄격하다”는 식의 경험담이 공유되기도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항소심에서 조금이라도 감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정보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건에서 나온 결과만으로 자신의 사건도 같은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같은 재판부가 담당하더라도 범죄 유형과 피해 정도, 범죄 전력, 피해회복 여부, 1심의 판단과 항소이유 등 사건별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판부 명칭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1심 판결의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판부가 정해졌다고 바로 첫 공판이 열리는 것은 아냐
항소심 재판부가 배당되면 가족들은 곧바로 재판 날짜가 정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재판부 배당과 첫 공판기일 지정은 같은 절차가 아니다.
항소가 제기된 뒤에는 사건기록이 항소법원으로 넘어가고 항소심에서 기록을 접수한 뒤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소송기록접수통지와 항소이유서 제출 등 확인해야 할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건조회에 담당 재판부가 표시됐는데 공판기일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
항소심에서는 ‘첫 재판이 언제냐’만큼 항소이유서가 중요
가족 입장에서는 재판 날짜가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정보지만, 항소심에서는 그 전에 확인해야 할 중요한 절차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항소이유서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은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항소이유서에는 1심 판결의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가 구체적으로 담기게 된다.
따라서 첫 공판 날짜만 기다리다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구속 피고인이라면 변호인 선정 상황도 확인해야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면 가족은 변호인 상황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1심에서 선임했던 사선변호사가 항소심까지 담당하는지, 항소심에서 새로 변호인을 선임하는지,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사건인지 등에 따라 준비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다면 변호인이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피고인과 접견한 뒤 항소심 변론을 준비할 수 있다.
가족이 전달하고 싶은 피해회복 자료나 추가 양형자료가 있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도 변호인과 상의할 수 있다.
첫 공판기일까지 걸리는 기간은 사건마다 달라
“재판부가 정해지고 며칠 뒤 첫 재판을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하나의 날짜를 답하기 어렵다.
사건기록의 분량과 재판부 일정, 변호인 선정 여부, 항소이유서 제출과 상대방의 대응 등 여러 사정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나는 배당 후 한 달 만에 재판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사건도 정확히 같은 기간 안에 기일이 잡힌다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법원의 사건 진행내역을 살펴보고 변호인을 통해 현재 기록 검토와 기일 지정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재판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준비할 것은 있어
첫 공판기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가족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항소 이유가 양형부당이라면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피해회복이나 합의, 생활환경 변화, 재범방지 노력 등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제출할 사정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을 주장한다면 어떤 부분을 항소심에서 다툴 것인지 변호인과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탄원서나 자료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자신의 항소이유와 연결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부 이름보다 ‘우리 사건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야
구속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담당 재판부가 정해졌다는 소식은 항소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재판부 이름을 검색하고 과거 판결이나 다른 가족들의 후기를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재판부 이름만으로 결과를 예상하는 것보다 자신의 사건이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기모카페에서도 항소심을 처음 경험하는 수형자 가족들이 재판부 배당, 국선변호인 선정, 항소이유서 제출, 첫 공판기일과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 등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정해졌다면 ‘좋은 재판부인지’를 먼저 판단하기보다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뤄졌는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은 언제인지, 변호인은 정해졌는지, 첫 공판기일이 지정됐는지를 차례대로 확인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준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