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계좌가 안 나온다고 하는데, 수용자는 먼저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소 중인 가족의 질문이 올라왔다.

1심에서 추징금이 선고됐지만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가족은 추징금을 지금이라도 먼저 납부하고 싶었지만 변호인으로부터 “아직 납부할 계좌가 나오지 않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반면 수용자는 교정시설 안에서 “추징금은 미리 낼 수 있다고 들었다”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건마다 다를 수 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1심 판결문 주문에 ‘추징’ 외에 ‘가납’이라는 문구가 있는지다.

추징금은 원칙적으로 재판의 집행 문제

추징은 범죄와 관련해 몰수해야 할 재산을 몰수할 수 없는 경우 그 가액을 금전으로 거두는 재산형적 처분이다.

형사소송법은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재판을 검사의 명령에 의해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판결에 따라 납부명령을 내리고 납부절차를 진행하는 구조다.

따라서 일반적인 추징금 납부는 법원에 돈을 직접 내는 절차와는 다르다.

항소했다면 1심 추징금이 최종 금액은 아닐 수 있어

1심에서 예를 들어 5천만원 추징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나 검사가 항소했다면 그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항소심에서 추징 판단이 유지될 수도 있지만 금액이 변경되거나 일부가 파기될 수도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추징액 산정방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는 사건들을 계속 다루고 있다.

최근에도 피고인이 실제 취득하지 않은 이익을 어떻게 공제할 것인지, 압수물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경우 추징액을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지 등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1심 추징액이 곧 최종적으로 확정된 국가채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결문에 ‘가납을 명한다’고 적혀 있다면 얘기가 달라져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가납명령’이다.

형사소송법 제334조는 법원이 벌금·과료 또는 추징을 선고하면서 판결 확정 후에는 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그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가납판결은 즉시 집행할 수 있다.

즉 항소해서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1심 주문에

“피고인으로부터 ○○원을 추징한다.”

와 함께

“위 추징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는 문구가 있다면 가납 부분은 확정 전에도 집행 가능한 재판이다.

따라서 “항소 중이면 추징금을 절대 낼 수 없다”는 설명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 주문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같은 ‘추징금’ 이야기라도 판결문이 어떻게 돼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첫 번째는 단순히 추징만 선고된 경우다.

두 번째는 추징과 함께 추징금 상당액의 가납까지 명령한 경우다.

두 경우의 집행 시점은 같지 않다.

따라서 가족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터넷 경험담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1심 판결문 주문을 확인하는 것이다.

‘가납’이라는 표현이 있는지를 찾아보면 된다.

가납명령이 있으면 항소 중에도 낼 수 있다는 뜻

형사소송법은 가납판결을 즉시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가납을 실제 집행한 뒤 나중에 추징재판이 확정되면 이미 납부한 금액의 범위에서는 추징이 집행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추징금 3천만원과 함께 같은 금액의 가납이 명령됐고 3천만원을 가납했다면, 이후 추징금 3천만원이 그대로 확정됐을 경우 그 범위에서는 다시 같은 돈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가납집행 후 본형이 확정되면 그 금액 범위에서 이미 집행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계좌로 먼저 송금할 수 있는 것은 아냐

가납명령이 있다고 해서 피고인이나 가족이 임의로 검찰청 계좌를 찾아 돈을 보내면 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형과 가납 재판의 집행 역시 검사의 명령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실제 납부를 하려면 해당 사건의 재산형 집행을 담당하는 검찰청에서 납부방법을 안내받아야 한다.

변호인이 “아직 계좌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면 현재 검찰 집행 단계에서 납부고지나 가상계좌 등의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 부분은 판결문과 검찰청 집행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가납명령 있음’과 ‘당장 계좌가 있음’도 같은 말은 아냐

법적으로 가납재판을 즉시 집행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피고인에게 납부용 계좌가 이미 발급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판결 선고 직후에는 법원에서 검찰로 관련 자료가 넘어가고 집행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시간차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판결문에 가납명령이 있다면 변호인이나 해당 검찰청 재산형 집행 담당 부서에

“가납명령이 있는데 현재 납부 가능한 상태인지”

“납부번호나 계좌가 발급됐는지”

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가납명령이 없다면 상황은 달라져

1심 판결문에 단순히

“피고인으로부터 ○○원을 추징한다”

고만 돼 있고 가납명령이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소 중에는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일반적인 확정 추징금 집행절차가 아직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추징금을 먼저 내고 싶다”고 해도 당장 국가가 확정 추징금 납부계좌를 발급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변호인이 “계좌가 없어 낼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재판 중 미리 냈다’는 사례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혼란이 많이 생긴다.

누군가는 “우리도 항소 중에 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확정 전에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절차를 같은 ‘추징금 선납’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가납명령에 따라 돈을 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피해자나 피해 회사에 범죄수익을 반환한 경우도 있다.

피해회복을 위해 공탁한 돈일 수도 있다.

압수·보전된 범죄수익이 국가에 확보돼 있었던 경우도 있다.

이들을 모두 ‘추징금을 미리 냈다’고 표현하면 서로 다른 경험담이 충돌하게 된다.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과 추징금 납부는 전혀 다른 절차

특히 피해금 반환과 추징금 납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에게 범죄피해액을 돌려주는 것은 피해회복의 문제다.

반면 추징은 국가가 범죄로 얻은 이익 등을 박탈하기 위해 집행하는 제도다.

수취인도 다르고 법적 성격도 다르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돈을 반환했다고 해서 그 금액이 자동으로 추징금 납부액으로 처리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추징액을 계산할 때 이미 반환된 재산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적용 법률과 범죄유형, 반환 시기 등에 따라 별도의 법률문제가 될 수 있다.

형사공탁 역시 추징금 선납과는 달라

형사공탁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와 직접 합의가 되지 않을 때 피해회복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형사공탁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국가에 추징금을 납부하는 절차와 동일하지 않다.

“공탁했다 = 추징금을 미리 냈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탁은 피해회복 및 양형과 관련된 절차이고, 추징은 범죄수익 박탈을 위한 재산형 집행 문제다.

돈을 먼저 내면 항소심 형량이 줄어들까

가족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수 있다.

범죄수익을 실제로 반환하고 피해를 회복하거나 불법이익을 스스로 내놓으려는 노력은 사건에 따라 범행 후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추징금을 빨리 납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형량이 줄어드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납은 법원이 이미 내린 재산형 집행을 미리 확보하는 절차이므로, 그 사실 자체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회복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양형자료로 활용하려 한다면 왜 돈을 마련했고 어떤 피해회복 노력을 했는지 등 전체적인 사정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추징금과 피해회복을 동시에 준비하는 사건도 있어

범죄수익이 발생한 사건에서는 피해자 배상과 추징이 동시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이 마련할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사건에 가장 효과적인지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 합의나 피해금 반환에 사용할지, 법원이 명한 가납을 이행할지, 향후 추징금 집행에 대비할지는 사건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큰 금액을 움직이기 전에는 변호인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1심 추징액을 다투고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항소이유에 ‘추징금 산정이 잘못됐다’는 주장까지 포함돼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피고인이 실제 취득한 범죄수익이 얼마인지, 공동피고인과의 관계에서 누구에게 얼마가 귀속됐는지, 이미 반환한 금액을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이 항소심 쟁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도 추징액 산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하급심 판단이 파기되는 사례가 있다.

따라서 추징액 자체를 다투고 있는 사건이라면 임의로 1심 금액 전체를 먼저 납부하는 것이 소송전략상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납했다고 추징액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는 것은 아냐

반대로 가납명령에 따라 돈을 냈다고 해서 반드시 추징액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는 뜻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가납은 확정 전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형사소송법상의 별도 제도다.

항소심에서 추징액이 달라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형사소송법은 1심 가납을 집행한 뒤 2심에서 다시 가납재판이 있는 경우의 조정방법과, 이후 본형이 확정됐을 때의 처리방법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즉 법 자체가 항소 중 가납집행과 이후 판결 변경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다.

가족이 확인할 것은 세 가지

항소 중 추징금을 미리 내고 싶은 가족이라면 우선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첫째, 1심 판결문 주문에 ‘추징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가납명령이 있다면 해당 검찰청 재산형 집행 담당 부서에 실제 납부가 가능한 상태인지와 납부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 가납명령이 없다면 현재 단계에서 국가에 추징금을 임의로 납부할 수 있는지 변호인과 검찰청에 확인하고, 피해금 반환이나 공탁 같은 별도의 방법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변호사에게는 이렇게 물어보면 정확해

단순히 “추징금 먼저 낼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판결문을 놓고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1심 판결 주문에 추징 ○○원 외에 가납명령이 있나요?”

“가납명령이 있다면 현재 검찰청에서 납부할 수 있나요?”

“없다면 항소심 중에 국가에 임의 납부할 다른 절차가 있나요?”

“지금 돈을 마련했다면 피해회복과 가납 중 어느 쪽을 우선하는 것이 사건에 적절한가요?”

이 정도를 확인하면 혼란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추징금 먼저 냈다’는 말만 듣고 따라 해서는 안 돼

안기모카페와 같은 교정생활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사건을 겪은 가족들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추징금 문제는 판결 주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누군가는 가납명령에 따라 판결 확정 전 납부했을 수 있고, 누군가는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반환한 것을 ‘추징금을 먼저 냈다’고 표현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압수된 범죄수익이 이미 확보돼 있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험담의 ‘먼저 냈다’는 말만 보고 자신의 사건도 똑같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결국 답은 판결문 속 ‘가납’ 두 글자에서 시작돼

항소 중 추징금 납부 문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판결문이다.

항소 중이라 추징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심 판결에서 추징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했다면 그 가납판결은 즉시 집행할 수 있다.

반대로 가납명령 없이 추징만 선고된 사건이라면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적인 추징금 납부절차가 마련되지 않았을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아직 납부계좌가 없다”고 한 말과 수용자가 “먼저 낼 수도 있다”고 들은 말이 반드시 서로 모순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건은 가납이 가능하고, 어떤 사건은 아직 확정 추징금 집행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정확한 순서는 1심 판결문의 주문을 확인한 뒤 가납명령이 있다면 해당 검찰청의 재산형 집행 담당 부서에 납부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가납명령이 없다면 변호인과 항소심 전략 및 피해회복 방법을 별도로 검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