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도 없었는데 갑자기 사임했다고 합니다”
항소심을 기다리는 한 가족이 상대방 국선변호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피고인 측은 1심을 담당했던 변호사 대신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했다. 새 변호사가 상대방 국선변호사에게 이메일로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고, 이후 해당 변호사가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항소심 공판기일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가족은 합의나 재판 절차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했다.
‘상대방 국선변호사’가 누구인지 먼저 확인해야
형사재판에서 법률상 피고인의 상대방은 검사다. 피해자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권익과 의견진술을 지원하지만 검사를 대신해 공소를 유지하는 당사자는 아니다.
따라서 사건조회에 나타난 국선변호사가 공동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인지, 성폭력·아동학대 사건 등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두 경우는 사임 절차와 후속 조치가 서로 다르다.
공동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라면 법원 허가 필요
피고인이나 공동피고인을 담당하는 국선변호인은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사건에서 바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규칙상 질병이나 장기간 여행, 피고인과의 이해관계 충돌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 허가를 받아 사임할 수 있다. 법원이 사임을 허가하면 기존 국선변호인 선정도 취소된다.
구속 피고인이나 법률상 필요적 변호사건처럼 변호인 없이 재판할 수 없는 사건이라면 법원은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대법원도 국선변호인의 사임을 허가한 필요적 변호사건에서는 법원이 지체 없이 새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동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사임했다면 새 변호인이 선정될 때까지 일부 절차가 늦어질 수는 있지만, 항소 자체가 취소되거나 사건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라면 검사가 사임 허가
성폭력·아동학대 등 일정한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될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사임하려면 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검사가 사임을 허가하면 국선변호사 선정을 취소한 뒤 피해자와 기존 변호사 등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새로운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반드시 즉시 선정되는지는 사건 유형과 피해자의 연령·의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피해아동처럼 법률상 국선변호사 선정이 의무인 경우에는 새로운 지원 절차가 이어져야 하지만, 모든 성인 피해자 사건에서 동일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임했다고 합의를 거부한 것은 아냐
기존 국선변호사가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거나 사임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임은 변호사의 건강이나 업무 사정, 이해관계 충돌, 사건 당사자와의 관계 등 여러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아 사임한 것이라고 추측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다만 피해자와의 합의를 기존 국선변호사를 통해 논의하고 있었다면 새 변호사가 선정되거나 새로운 연락 창구가 확인될 때까지 협상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
피고인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반복적으로 연락하기보다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새로운 대리인 선정 여부와 적절한 합의 연락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소심 기일이 없는 이유가 사임 때문이라고 단정 못 해
항소심은 1심 기록이 항소법원으로 넘어간 뒤 소송기록접수 통지가 이뤄지고,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거쳐 공판기일이 지정된다.
항소인이나 변호인은 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과 상대방의 답변 준비 등이 남아 있다면 공판기일이 바로 정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아직 재판일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국선변호사 사임 때문에 사건이 멈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 변호사가 새로 선임되고 관련 서류가 법원에 제출되면 법원은 해당 변호사에게 공판기일을 통지하고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
현재 변호인을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
우선 사건조회에 표시된 사임서가 누구의 변호사에 관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공동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라면 새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는지, 변론 분리나 기일 변경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라면 검사가 사임을 허가해 선정취소가 완료됐는지, 새로운 변호사가 선정됐는지와 합의를 위한 연락 창구가 마련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면 기존 이메일과 연락 내용, 제시했던 합의 조건 등을 새 변호사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재판과 합의 준비는 계속해야
상대방 변호사의 사임은 피고인 측이 항소이유서와 양형자료 준비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단의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 1심 이후 피해회복이나 반성·재범방지 노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정해진 기간 안에 제출해야 한다.
새로운 상대방 변호사가 정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피고인 측은 합의 가능 금액과 지급 방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준비할 피해회복 자료 등을 담당 변호인과 정리할 수 있다.
안기모카페에는 항소심 사건번호와 변호인 변경, 피해자와의 합의 창구가 갑자기 끊기면서 불안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교정시설 안쪽과 바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서로 다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사임 이유를 추측하기보다 법원 기록과 담당 변호인을 통해 현재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상대방 국선변호사’가 공동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인지 피해자 국선변호사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임하며, 필요적 변호사건에서는 새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사임은 검사가 허가하고 선정취소 사실을 피해자 등에게 통지한다.
변호사 사임만으로 항소심이 취소되거나 상대방의 합의 거부 의사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판기일이 아직 없는 것은 기록 송부와 항소이유서 제출 등 일반적인 준비절차 때문일 수 있다.
합의 연락은 가족이 직접 반복하기보다 새 대리인 선정 여부를 확인한 뒤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