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도 전인데 반성문을 세 번 제출했어요”
형사재판을 앞둔 수용자와 가족들이 가장 많이 준비하는 양형자료 가운데 하나가 반성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서 반성문을 많이 제출하는 것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두 개의 혐의 가운데 하나는 인정하고 다른 하나는 인정하지 않는 사건에서 수용자가 반성문을 제출해 걱정된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에 따르면 수용자는 현재 미결 상태로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변호인과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반성문을 세 차례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변호인 “반성문 내면 인정하는 꼴 될 수 있다”
가족이 걱정하게 된 것은 변호인의 말을 들은 뒤였다.
작성자에 따르면 변호인은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이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족은 “그냥 흘려서 하는 이야기인지 걱정된다”며 커뮤니티에 질문을 남겼다.
이번 사연에서 중요한 부분은 혐의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이고, 각각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나는 인정하지만 다른 하나는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반성문의 내용에 따라 재판에서 취하는 입장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혐의를 부인하면서 “범행을 깊이 반성한다”고 썼다면?
반성문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생각과 피해에 대한 인식, 재범하지 않겠다는 다짐 등이 담긴다.
문제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재판에서는 특정 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제출한 반성문에는 해당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전제로 사과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면 두 입장이 충돌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재판에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서면에서는 “제가 저지른 범행을 깊이 반성합니다”라고 적었다면 가족 입장에서도 걱정할 만한 상황이다.
따라서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단순히 ‘반성문을 제출했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반성문에 실제로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부 인정 사건이라면 더 세밀하게 구분해야
이번 사연처럼 여러 혐의 중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하는 사건은 더욱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정하는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취지를 밝히면서도, 부인하는 혐의까지 인정하는 것처럼 읽히는 표현은 재판 전략과 맞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 일 전체에 대해 모두 제 잘못을 인정한다’는 식의 포괄적인 표현은 실제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다투고 있다면 변호인이 우려할 수 있다.
반대로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반성문이라는 문서의 제목보다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미 세 번 냈다면 내용부터 확인할 필요
가족 입장에서는 이미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연에는 실제 반성문의 내용이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부인하던 혐의까지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선 지금까지 제출한 반성문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를 변호인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부인하는 혐의까지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있는지, 현재 준비하고 있는 변론 방향과 충돌하는 내용은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성문 많이 내면 좋다”는 말만 믿어선 곤란
수용자와 가족들은 주변에서 “반성문은 많이 제출할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용자가 반복적으로 반성문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건마다 상황은 다르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양형만을 다투는 사건과 범죄 성립 자체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반성문의 의미가 같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여러 혐의 가운데 일부만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반성문을 비롯한 양형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변호인과 내용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가족에게는 “도움 되라고 한 행동인데 불리해질까” 걱정
이번 사연에는 재판을 앞둔 가족들이 흔히 겪는 또 다른 고민도 담겨 있다.
수용자는 자신의 재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반성문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가족은 뒤늦게 변호인의 설명을 듣고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됐다.
구치소에 있는 수용자와 밖에서 사건을 챙기는 가족, 변호인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첫 재판을 앞둔 단계라면 어떤 혐의를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 것인지, 반성문과 의견서 등 제출자료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서로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안기모카페에서도 반성문과 탄원서 등 양형자료를 언제, 얼마나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연은 반성문이 단순히 ‘선처를 받기 위해 많이 제출하는 서류’가 아니라 현재 재판에서 취하고 있는 입장과 내용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자료라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