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서울 민사재판인데 20만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용 중인 가족의 민사재판 출석비용을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형사재판 때는 교정시설에서 법원까지 호송해줬는데 별도로 진행되는 민사재판에 출석하려면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다음 주 서울에서 민사재판이 예정돼 있는데 약 20만원을 내야 한다는 설명까지 들었다며 실제 이런 제도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처음 수용생활을 경험하는 가족이라면 충분히 의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민사재판 출정비용에 관한 별도 지침이 있어
법무부에는 ‘민사재판 등 소송 수용자 출정비용 징수에 관한 지침’이 있다.
이 지침은 교도소·구치소 등에 수용 중인 사람이 민사재판 등의 소송을 수행하기 위해 출정할 때 필요한 비용의 납부절차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용자가 민사재판 때문에 다른 지역 법원으로 출정하면서 일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 자체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민사재판에 무조건 적용되는 것은 아냐
중요한 부분은 적용범위다.
지침은 수용자가 교정시설의 관할지역 밖에 있는 법원 등에 출정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민사·행정·가사소송 출석과 해당 소송기록의 열람·복사를 위해 출정하는 경우다.
따라서 단순히 ‘민사사건이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수용자에게 똑같은 금액이 부과되는 구조는 아니다.
현재 수용시설과 법원의 위치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형사재판과 무엇이 다를까
가족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수용 중인 피고인의 형사재판 출정은 해당 형사절차의 진행을 위한 호송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수용자가 별도의 민사·행정·가사소송을 수행하기 위해 관할지역 밖 법원 등에 출정하는 경우에는 법무부 지침에 따라 차량운행비를 수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수용생활에서는 “형사재판 갈 때는 별도 비용 이야기가 없었는데 민사재판 때문에 다른 지역 법원에 가려니 비용을 내라고 한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민사재판이라고 교정시설에서 아예 데려가지 않는 것은 아냐
“민사재판은 호송을 해주지 않는다”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법무부 지침 자체가 수용자의 민사·행정·가사소송 출정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가 민사소송 출석을 위해 출정을 신청하는 경우 소장은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문제는 ‘민사재판에는 데려가지 않는다’가 아니라 어떤 절차로 출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다만 선고기일은 예외가 있을 수 있어
민사재판의 선고기일이라면 조금 다르다.
법무부 지침은 선고기일 출정신청의 경우 반드시 출석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계호인력 부족 등으로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출정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당일 판결 결과를 수용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민사재판이면 모든 기일에 반드시 직접 출정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20만원은 법으로 정해진 민사재판 출정료가 아냐
사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무부 지침에는 민사재판 한 번 출정할 때 일률적으로 20만원을 낸다는 규정이 없다.
출정비용으로 청구하는 것은 차량운행비다.
따라서 실제 금액은 출정거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량운행비는 어떻게 계산할까
지침에서 말하는 차량운행비는 크게 두 가지다.
연료비와 통행료다.
연료비는 총 운행거리를 해당 차량의 연비로 나눈 뒤 리터당 경유가격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여기에 실제 필요한 통행료가 더해진다.
따라서 교정시설과 법원이 멀수록 운행거리가 늘어날 수 있고 이에 따라 비용도 달라질 수 있다.
‘서울까지 20만원’이라는 금액은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사연에서는 서울에 있는 법원에 출정하기 위해 약 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 금액이 실제 해당 수용자의 출정비용으로 산정된 것인지는 교정시설이 발급한 출정비용 납부 청구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어느 시설에서 어느 법원까지 이동하는지,
총 운행거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통행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등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수용자가 “나는 10만원 냈다”거나 “나는 30만원 냈다”고 말한 경험을 그대로 비교할 필요는 없다.
교도관 인건비까지 수용자가 부담하는 것은 아냐
가족 입장에서는 20만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교도관의 출장비나 인건비까지 모두 수용자가 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침에서 수용자에게 청구하도록 규정한 것은 차량운행비다.
구체적으로 연료비와 통행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도관 여러 명이 따라가니 그 사람들의 인건비까지 전부 수용자가 낸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침 내용과 다르다.
비용을 미리 내야 하나
교정시설에서 출정비용 납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수용자에게 출정비용 납부 청구서를 통해 비용 납부를 청구한다.
지침상 비용을 청구받은 수용자는 출정예정일 전일까지 비용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가족에게 갑자기 “민사재판 때문에 출정비용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정확한 금액과 납부방법을 교정시설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돈이 없으면 민사재판에 못 가는 걸까
이 부분은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한다.
지침은 수용자가 출정비용을 납부하지 않고 출정을 희망하는 경우에도 수용자를 출정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교정시설이 출정비용 상환청구권과 수용자의 영치금 반환채권을 상계하는 절차를 둘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비용을 당장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재판에는 절대 못 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도 예외
법무부 지침에는 더 중요한 예외가 있다.
해당 수용자가 출정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차량운행비를 청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용자라면 자신의 사정을 교정시설에 알리고 적용 가능한 절차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 무조건 돈을 마련해야만 재판에 출석할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수용자가 민사재판의 원고인지 피고인인지도 확인해야
민사재판이라고 모두 같은 상황은 아니다.
수용자가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일 수도 있고, 피해자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된 경우도 있다.
어떤 사건이고 어떤 기일인지에 따라 수용자가 직접 법정에 나갈 필요성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은 먼저 민사사건의 사건번호와 법원, 기일의 종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민사재판은 모든 기일에 당사자가 반드시 직접 나가야 하는 것은 아냐
민사소송에서는 변호사 등 소송대리인이 선임돼 있다면 대리인을 통해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또 재판의 진행단계와 법원의 명령에 따라 당사자 본인의 출석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수용자가 민사소송을 진행한다고 해서 매 기일마다 반드시 장거리 출정을 해야 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장거리 출정비용이 큰 사건이라면 담당 변호사 또는 법원에 직접 출석이 필요한 기일인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변론기일과 선고기일도 구분해야
가족이 “다음 주 재판이 있다”는 말만 듣고 있다면 어떤 기일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변론기일이라면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반면 선고기일은 법원이 판결을 선고하는 날이다.
앞서 살펴본 법무부 지침도 민사소송의 선고기일에 대해서는 직접 출석해야 할 사정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출정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별도의 예외를 두고 있다.
따라서 기일 종류에 따라 준비도 달라질 수 있다.
수용 중이라고 민사소송이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아
형사사건으로 구속되거나 형을 복역 중이라고 해서 자신과 관련된 민사소송이 자동으로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사건 피해자가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수용 전에 진행되던 채권·채무나 가족관계 관련 소송이 계속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원에서 소장이나 준비서면, 기일통지서 등이 도착했다면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해야 한다.
“교도소에 있으니 민사재판은 나중에 알아서 처리되겠지”라고 방치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대신 법정에 가면 되는 것도 아냐
가족이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용자를 대신해 자유롭게 민사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송대리에는 별도의 법적 요건이 있다.
따라서 수용자가 직접 출정하기 어렵거나 장거리 출정 부담이 큰 경우에는 변호사 등 적법한 소송대리인을 통한 대응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다.
단순히 배우자나 부모가 대신 법정에 가서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수용 중 민사소송이라면 서류 관리가 특히 중요
교정시설에 있는 당사자는 밖에 있는 사람보다 소송서류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사건번호와 재판부, 다음 기일 등을 알고 있다면 관련 내용을 정리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호인이 있다면 수용자와 변호인 사이에 필요한 서류가 제때 전달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은 무료, 민사재판은 유료”라고만 외우면 안 돼
수용생활에서는 경험을 간단한 공식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는 나라에서 데려가고 민사는 돈 내야 한다”는 설명도 큰 틀에서 경험을 표현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규정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법무부 지침은 교정시설 관할지역 밖 민사·행정·가사소송 등에 출정하는 경우 차량운행비를 수용자에게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정액이 아니라 연료비와 통행료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부담능력이 없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예외도 있다.
20만원을 요구받았다면 가족이 확인할 것은 네 가지
첫 번째는 다음 주 기일이 실제 어떤 민사재판 기일인지다.
두 번째는 현재 교정시설에서 서울의 어느 법원까지 출정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교정시설이 산정한 차량운행비가 실제 얼마인지 납부 청구내용을 확인하면 된다.
네 번째는 수용자에게 비용 부담 능력이 없다면 예외 적용이나 사후 상계절차가 가능한지 문의해볼 수 있다.
민사재판 출정비용이 있다는 말 자체는 맞지만 ‘무조건 20만원’은 아냐
결국 사연에서 들은 설명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수용자가 교정시설의 관할지역 밖에 있는 법원에서 민사·행정·가사소송을 수행하기 위해 출정하면 차량운행비를 수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법무부 지침이 실제 존재한다.
따라서 민사재판 때문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민사재판 한 번에 20만원이라는 고정된 출정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비용은 차량의 총 운행거리와 연비, 경유가격, 통행료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비용을 당장 내지 않았더라도 출정을 희망하면 출정 후 영치금 반환채권과 상계하는 절차가 규정돼 있고,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비용청구의 예외도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다른 수용자의 경험담만 듣고 20만원을 먼저 준비하기보다 교정시설에서 발급한 출정비용 납부 청구내용과 다음 민사재판의 기일 종류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