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만 봐서는 부족…‘증거목록’도 확인해야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재판기록은 사건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다.
공소장에는 검사가 재판에 넘긴 혐의가 담겨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함께 검토될 수 있다.
공범이나 참고인의 진술조서부터 계좌거래내역, 통화내역, 압수물,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처음 기록을 확인한다면 증거목록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증거목록을 통해 어떤 자료가 존재하는지, 검사가 어떤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는지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람’과 ‘복사’는 서로 다른 개념
재판기록을 확인하기 전에는 열람과 복사의 차이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열람’은 기록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고, ‘복사’ 또는 ‘등사’는 해당 기록의 사본을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신청인의 지위나 기록 내용에 따라 열람만 가능하거나 일부 자료의 복사가 제한될 수도 있다.
피해자나 증인의 개인정보,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면 이름이나 주소, 연락처 등을 가린 상태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법원 기록과 검찰 기록…신청하는 곳도 달라
모든 형사기록이 한 기관에 보관되는 것도 아니다.
공소장과 공판조서, 법원에 제출된 의견서와 증거, 판결문 등 법원이 보관하는 기록은 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에 신청한다.
반면 피의자신문조서와 참고인 진술조서, 압수수색 자료, 계좌·통신자료 등 수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록 가운데 검찰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는 담당 검찰청을 통해 확인해야 할 수 있다.
공소가 제기됐다고 해서 수사기록 전체가 곧바로 법원 기록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법원 기록에 포함될 수 있지만 아직 제출하지 않은 수사기록은 검찰이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 기록에서 원하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변호인은 어떻게 신청하나
피고인과 변호인은 방어권 행사를 위해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복사할 수 있다.
법원 기록을 확인하려면 일반적으로 사건번호와 담당 재판부를 확인한 뒤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기록의 범위를 기재해 신청하게 된다.
법원에 따라 방문이나 팩스, 이메일 등 접수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허가와 기록 준비가 완료되면 안내를 받은 뒤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해 기록을 확인하거나 사본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의 경우에는 공소제기 후 형사소송법에 따른 증거개시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변호인이 선임돼 있는 피고인의 검찰 보관 서류 열람·등사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실제 사건에서는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가 기록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신청했다고 모든 기록이 곧바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증인 보호나 증거인멸 우려, 관련 사건 수사에 미치는 영향 등 일정한 사유가 있다면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법원에 열람·등사 허용을 신청하는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기록의 중요성, 증인 보호나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구치소·교도소에 있다면 기록은 어떻게 확인할까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면 직접 법원이나 검찰청을 방문하기 어렵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변호인이 기록을 확보한 뒤 접견 등을 통해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수용 상태에서 가능한 신청 절차를 확인하거나 국선변호인에게 기록 확인을 요청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피고인이 공소사실 가운데 피해금액이나 수수료, 범행 가담 정도 등을 다투고 있다면 어떤 증거를 근거로 기소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할 수 있다.
가족이라고 자동으로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냐
교도소나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을 대신해 가족이 기록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체 형사기록을 자유롭게 열람·복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가족이 신청할 경우 피고인의 위임장과 본인 확인 관련 서류, 가족관계증명서, 신청인의 신분증, 사건번호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위임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형사기록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거나 열람·복사가 제한될 수 있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필요한 서류를 받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수 있어 신청 전 해당 법원의 기록열람·복사 담당 부서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도 일정 범위에서 신청 가능
피해자 역시 형사재판 기록을 무조건 전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피해자와 법정대리인,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가족이나 변호사는 재판장에게 공판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재판장은 피해자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범죄의 성질, 재판 진행 상황, 피고인과 증인의 권리 등을 고려해 허가 여부와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등사를 허가하면서 사용 목적을 제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
신청할 때는 ‘기록 전부’보다 구체적으로
열람·복사 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필요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소장, 증거목록, 피고인신문조서, 공범·참고인 진술조서, 계좌거래내역, 압수조서와 압수목록, 디지털포렌식 보고서, 통화내역, 공판조서, 증인신문조서, 검사·변호인 의견서, 판결문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매체 자료가 있다면 녹음이나 영상, CD 등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록의 양이 많은 사건이라면 자신이 다투는 쟁점과 직접 관련된 자료가 무엇인지 먼저 정리해 신청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록 받았다고 끝 아냐…서로 맞춰보는 작업 필요
재판기록을 확보한 뒤에는 기록 사이의 내용이 서로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공소장에 적힌 일시·장소·금액이 객관적인 자료와 맞는지, 피고인이나 공범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달라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진술을 뒷받침하는 계좌·통화·위치자료가 존재하는지, 피해금액이나 범죄수익 산정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공범이 있는 사건이라면 한 사람의 진술만 따로 보는 것보다 여러 사람의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를 시간순으로 비교하는 것이 사건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재판 임박해서 신청하기보다 미리 준비해야
재판기록은 신청 즉시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정보를 가리는 작업이나 재판장의 허가가 필요한 기록이라면 준비에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기록의 양이 많을수록 처리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공판기일이나 선고기일이 임박한 뒤 서둘러 신청하기보다는 필요한 기록이 있다면 가능한 한 일찍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법원마다 접수 방식이나 사전예약 여부 등이 다를 수 있어 해당 법원의 안내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형사재판 대응의 출발점은 ‘무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형사재판에서 기록은 단순히 지난 수사 과정을 모아둔 자료에 그치지 않는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도 피해금액과 가담 정도, 범죄수익이나 양형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해야 할 수 있고, 공소사실을 다투는 사건이라면 기록 검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피고인과 가족, 피해자 등 누가 신청하는지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범위와 필요한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법원에 있는 기록과 검찰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 역시 구분해야 한다.
결국 형사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록을 많이 확보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검사가 무엇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자료가 실제 사실관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