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은 법원이 내린 결론과 이유를 기록한 문서
형사재판 선고가 끝난 뒤 피고인과 가족들은 가장 먼저 징역기간이나 벌금액, 집행유예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형사 판결문에는 선고 결과 외에도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과 유죄 판단에 사용한 증거, 적용한 법률,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과 형량을 정한 이유가 담길 수 있다.
특히 항소를 검토할 때는 “형이 무겁다”는 결과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 가운데 법원이 실제로 인정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피고인이 제기한 핵심 주장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피해액과 범행 횟수·공범 역할 등을 정확히 인정했는지 살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유죄로 형을 선고하는 판결의 이유에 범죄될 사실과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도록 규정한다. 이 가운데 하나를 전부 누락하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으로 파기사유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판결문 첫 부분에서 사건과 당사자 확인
판결문 상단에는 일반적으로 선고 법원과 사건번호, 죄명, 피고인, 검사와 변호인, 선고일 등이 표시된다.
사건번호는 사건이 접수된 연도와 사건의 종류를 나타내는 문자, 개별 번호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지방법원 형사단독 제1심 사건에는 ‘고단’, 합의부 제1심 사건에는 ‘고합’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형사항소심에서는 ‘노’, 대법원 형사상고심에서는 ‘도’ 등의 사건부호가 사용된다.
다만 사건번호만 보고 혐의의 중대성이나 유죄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여러 사건이 병합됐거나 피고인이 여러 명인 경우,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경우에는 사건명과 실제 심판대상을 판결문 본문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공개된 판결문과 당사자가 받은 판결문은 표시되는 개인정보 범위도 다를 수 있다. 법원이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판결서는 당사자와 피해자의 성명·주소 등 개인정보를 원칙적으로 비실명 처리한다.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부분은 ‘주문’
주문은 법원이 사건에 대해 내린 최종 결론이다.
유죄판결이라면 징역·금고·벌금 등 주된 형과 집행유예 여부가 표시되고, 사건에 따라 보호관찰과 사회봉사·수강명령, 몰수·추징, 노역장 유치, 배상명령과 소송비용 부담 등의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
무죄판결이면 “피고인은 무죄”라는 내용이, 법률상 사유로 실체판단 없이 절차를 끝내는 경우에는 면소나 공소기각의 결론이 표시된다.
주문은 반드시 마지막 문장까지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앞부분에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고 적혀 있더라도 뒤에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문장이 이어진다면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 판결이다.
벌금형도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의 노역장 유치기간과 몰수·추징, 가납명령 등이 함께 선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는 서로 다른 제도
판결문에 ‘유예’라는 표현이 있다고 모두 같은 의미는 아니다.
선고유예는 일정한 형을 정하면서도 그 형의 선고 자체를 유예하는 제도다. 반면 집행유예는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을 선고하되 일정 기간 실제 집행을 미루는 제도다.
따라서 판결문 주문에 ‘선고를 유예한다’고 적혀 있는지,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적혀 있는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이 붙었다면 해당 기간과 이행사항도 주문에서 함께 확인해야 한다.
미결구금일수는 형기에 어떻게 반영될까
구속된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실형이 확정되면 판결 전 구금기간이 형기에 반영된다.
현행 형법은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를 전부 유기징역·유기금고·구류 또는 벌금·과료 미납에 따른 유치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실제 출소예정일은 판결문에 적힌 선고형만으로 단순 계산하기 어렵다.
판결 확정일과 각 심급의 미결구금기간, 다른 사건의 형과 병합·경합 여부, 형 집행기관의 계산 등이 함께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출소예정일을 확인할 때는 판결문의 징역기간만 보고 날짜를 확정하기보다 교정기관의 형기 계산과 가석방 가능성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유죄판결의 핵심인 ‘범죄사실’
유죄판결의 이유에는 법원이 증거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인정한 범죄사실이 적힌다.
이는 검사가 공소장에 작성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부분과 반드시 같지는 않다.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이 변경됐거나 일부 피해액과 범행 횟수만 인정된 경우, 더 가벼운 죄명이 인정된 경우에는 판결문의 범죄사실이 최초 공소장과 달라질 수 있다.
범죄사실에는 일반적으로 범행의 일시와 장소, 피해자 또는 상대방, 행위의 방법, 고의와 목적, 피해액이나 결과 등 해당 범죄의 구성요건에 필요한 사실이 포함된다.
항소를 검토할 때는 피고인이 실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내용보다 법원이 어떤 사실을 인정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검사는 피해액을 1억 원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이 5천만 원만 인정했다면, 판결문의 범죄사실과 양형이유·추징금·배상명령에 그 차이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펴야 한다.
여러 혐의가 있으면 유죄와 무죄가 함께 나올 수도 있어
여러 개의 공소사실이 함께 기소된 사건에서는 일부 혐의는 유죄, 다른 혐의는 무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주문에 유죄로 인정된 형이 먼저 표시되고 별도의 무죄 주문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과 일죄 관계에 있는 일부 내용은 주문에 따로 무죄라고 표시하지 않고 판결 이유에서만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를 실무상 ‘이유무죄’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일부 혐의를 다툰 사건에서는 주문만 보고 모든 공소사실이 유죄가 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판결 이유에서 검사가 기소한 범위와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증거의 요지’에는 유죄 판단에 사용한 자료 표시
형사소송법은 유죄판결 이유에 증거의 요지를 기재하도록 한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의 법정진술, 증인의 법정진술, 수사보고서, 계좌거래내역, 감정서, 압수물, 영상자료 등 법원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사용한 증거가 표시될 수 있다.
증거의 요지는 각 증거의 내용을 판결문에 모두 옮기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어떤 증거로 어떤 범죄사실을 인정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정도로 중요한 내용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판결문에 특정 증거가 적혀 있다고 법원이 그 자료에 포함된 모든 내용을 전부 믿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진술은 받아들이고 다른 부분은 배척했을 수도 있으므로 범죄사실과 쟁점 판단, 공판기록을 함께 살펴야 한다.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한 사건에서는 별도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객관적 증거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자백사건은 판결 이유가 비교적 간략할 수 있어
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간이공판절차로 재판한 사건은 부인사건보다 판결문의 증거와 이유가 간략하게 작성될 수 있다.
그렇다고 피고인의 자백만 있으면 언제나 유죄판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자백이 자신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라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자백보강법칙이 적용된다.
판결문 분량이 짧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가 사건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증거에 어떤 의견을 밝혔고 어떤 절차로 재판이 진행됐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법령의 적용’에서 죄명과 형량 계산 확인
법령의 적용 부분에는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어떤 법률과 조문을 적용했는지가 적힌다.
하나의 범죄에 징역과 벌금이 선택형으로 규정돼 있다면 어떤 형을 선택했는지, 여러 범죄가 함께 인정됐다면 경합범 가중을 어떻게 했는지, 누범이나 법률상 감경사유가 적용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처벌조항
징역·벌금 등 형의 선택
여러 범죄에 대한 경합범 처리
누범 등 형의 가중
법률상 감경 또는 작량감경
집행유예·보호관찰·사회봉사 근거
몰수·추징과 노역장 유치 근거
법령의 적용은 조문이 연속돼 있어 일반인이 읽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법정형을 잘못 선택했거나 경합범·누범 관계를 잘못 판단하고, 필요한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리오해나 법령 위반의 항소 쟁점이 될 수 있다.
범죄사실과 적용 조문을 서로 대조해 법원이 인정한 행위가 해당 범죄의 구성요건과 실제로 연결되는지 살펴야 한다.
피고인의 주장이 모두 판결문에 적히는 것은 아냐
피고인과 변호인이 재판 중 주장한 모든 문장에 대해 판결문이 하나씩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률상 범죄 성립을 부정하는 사유나 형을 반드시 가중·감면해야 하는 사실을 주장했다면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판결 이유에 명시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도 이러한 판단 의무를 규정한다.
예를 들어 정당방위와 공소시효 완성, 법률상 책임조각사유, 필요한 감면사유처럼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주장을 했는데 판결문에 판단이 전혀 없다면 판단 누락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반면 피해회복이나 가족부양처럼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에 반영되는 사정은 판결문에 하나씩 모두 기재되지 않았다고 곧바로 위법한 판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양형의 이유’에서 유리·불리한 정상 확인
양형의 이유는 법원이 왜 해당 형량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법원은 범행 수법과 기간, 피해자 수와 피해액, 계획성, 피고인의 역할, 범죄 전력과 재범 여부 등을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초범 여부와 피해변제, 합의·공탁, 반성, 치료·상담과 재범방지 노력, 가족과 직업관계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검토될 수 있다.
양형의 이유에서는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피해액과 범행 횟수를 정확히 인정했는지
피해변제와 합의·공탁이 반영됐는지
초범·동종전과·누범 관계에 오류가 없는지
공범별 역할과 형량 차이를 적절히 평가했는지
치료·상담과 직업·주거계획을 검토했는지
양형기준 권고범위와 실제 선고형이 어떻게 다른지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상에 사실오인이 없는지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그 서류가 판결문에 모두 열거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양형에 의미가 있다고 본 내용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가족의 보호가 기대된다’는 방식으로 종합해 표현될 수 있다.
무죄 판결문은 유죄판결과 구성이 달라
형사소송법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면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범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사가 주장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법률상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위법성·책임이 부정되는 경우를 포함할 수 있다.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것은 범행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선언하는 의미라기보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무죄 판결문에는 일반적으로 공소사실의 요지와 검사가 제출한 증거, 그 증거만으로 범죄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설명된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공소기각과 면소는 무죄와 달라
형사판결의 결과는 유죄와 무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면소는 동일 사건에 확정판결이 있거나 사면이 이뤄지고, 공소시효가 완성됐거나 범죄 후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는 등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 선고한다.
공소기각은 법원에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돼 무효이고, 동일 사건에 다시 공소가 제기됐거나 친고죄의 고소가 취소되는 등 소송조건에 문제가 있을 때 선고될 수 있다.
면소와 공소기각은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체적인 무죄판단을 내린 것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
판결 결과를 확인할 때는 ‘사건이 끝났다’는 사실에 그치지 말고 주문과 이유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 중 어떤 사유로 종결됐는지 구분해야 한다.
판결문을 읽는 순서
형사 판결문은 다음 순서로 읽으면 핵심을 파악하기 쉽다.
사건번호와 죄명, 선고 법원을 확인한다.
주문에서 유·무죄와 형량, 집행유예·부수처분을 확인한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공소장과 비교한다.
증거의 요지에서 유죄 판단에 사용된 자료를 확인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핵심 주장에 대한 판단을 살핀다.
법령의 적용에서 처벌조항과 가중·감경을 확인한다.
양형의 이유에서 유리·불리한 정상이 정확한지 검토한다.
검사 또는 피고인이 항소했는지와 판결 확정 여부를 확인한다.
판결문만으로 증거의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변호인을 통해 공판기록과 증거목록, 증인신문조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항소기간은 판결문을 받은 날부터가 아냐
형사사건의 항소 제기기간은 판결 선고일부터 7일이다. 판결문 정본이나 등본을 받은 날부터 새로 7일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판결문을 아직 받지 못했더라도 항소 의사가 있다면 기간 안에 먼저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항소장은 제1심 판결을 선고한 원심법원에 제출한다. 구체적인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유는 판결문과 기록을 검토한 뒤 항소이유서에서 정리할 수 있다.
항소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다음 사항을 살펴야 한다.
법원이 중요한 증거를 잘못 해석하거나 누락했는지
증인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모순이 있는지
고의·공모·피해액 등 범죄사실을 잘못 인정했는지
정당방위나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제대로 판단했는지
적용 법조와 가중·감경에 오류가 있는지
양형의 전제가 된 전과·피해액·범행 횟수가 사실과 다른지
선고 이후 합의·변제·치료 등 새로운 사정이 생겼는지
검사도 무죄판결이나 선고형이 가볍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할 수 있다.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았더라도 검사의 항소 여부를 확인해야 판결이 확정됐는지 알 수 있다.
수용자는 교정시설에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어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된 피고인은 항소기간 안에 상소장을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 또는 그 직무대리자에게 제출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에 실제로 도착한 날짜가 늦더라도 법정기간 안에 교정시설에 제출했다면 기간 안에 상소한 것으로 본다. 이를 재소자에 대한 상소 특칙이라고 한다.
피고인이 직접 상소장을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이 소속 공무원에게 대서하도록 해야 한다.
가족에게 편지로 항소장을 보내 대신 제출하게 하는 경우에는 수용자가 가족에게 편지를 건넨 날짜가 법률상 제출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항소 의사가 분명하다면 수용자가 직접 교정시설의 정식 절차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하고 접수일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판결문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피고인과 변호인 등 사건관계인은 담당 법원에서 판결문 정본이나 등본의 교부·발급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구속된 피고인에게는 교정시설을 통해 판결문이 전달될 수 있다. 가족이나 제3자가 대신 발급받으려면 사건관계와 위임 여부, 신분증 등 구비서류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담당 법원 형사과나 종합민원실에 확인해야 한다.
사건관계인이 아닌 일반인도 일정한 확정 형사사건의 판결서는 법원의 판결서 인터넷열람 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는 비실명 처리되고, 모든 판결서가 제한 없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판결서 사본 제공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일부 내용이 삭제되거나 제공이 제한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