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장은 냈는데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배우자의 항소심을 준비하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가족은 선고 당일 항소장을 접수했고 다음 날 첫 접견을 다녀왔다.
하지만 항소장을 내고 나니 오히려 고민이 더 커졌다.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3명이다. 여러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아봤지만 조언도 달랐다.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비용을 피해자 합의금에 보태고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고, 피해자 3명 모두에게 합의서나 처벌불원서를 받지 못하면 집행유예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족은 “피해자 한 명이라도 합의하면 도움이 되는지, 모두 합의하지 못하면 공탁이나 탄원서라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항소장을 제출했다면 다음 절차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곧바로 항소심 공판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1심 법원에서 항소법원으로 소송기록이 넘어가고 항소법원이 기록을 접수하면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법정기간이 시작된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항소장을 제출하면 3~4주 뒤 등기가 온다”는 경험담만 믿고 기다리기보다 실제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언제 이루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건마다 기록이 넘어가는 기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심 판결문을 확인해야 항소 방향도 정할 수 있어
가족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자료 중 하나는 1심 판결문이다.
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는지를 알아야 항소심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피해금액을 무겁게 본 것인지, 피해회복이 부족했던 것인지, 범행 방법이나 기간을 중하게 평가했는지, 피고인의 역할이나 전과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계속 다툴 것인지, 범죄사실은 인정하면서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중심으로 주장할 것인지도 판결문과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 3명 모두와 합의하지 못하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할까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반대로 피해자 전원과 합의했다고 반드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도 아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의 종류와 피해규모, 범행 방법, 피고인의 역할과 전과, 피해회복 정도, 범행 후 태도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본다.
다만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 특히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는 실제 피해회복 여부가 중요한 양형사정이 될 수 있다.
피해자 한 명과의 합의도 의미가 없지는 않아
피해자가 3명이라고 해서 세 명 모두와 합의해야만 피해회복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한 피해자와 실제 합의가 이루어지고 피해가 회복됐으며 해당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그 자체도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이다.
그러나 이를 “한 명과 합의하면 몇 개월 감형된다”는 식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실제 회복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합의한 피해자의 피해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남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금액이 큰 피해자와 합의하면 더 유리할까
전체 피해액 가운데 실제 피해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는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규모가 큰 피해자에게 상당한 피해변제가 이루어졌다면 전체적인 피해회복 정도를 설명하는 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액이 가장 큰 피해자와 합의하면 자동으로 가장 큰 감형효과가 발생한다는 공식은 없다.
피해자의 의사와 실제 지급된 금액, 전체 피해규모, 나머지 피해자들의 피해회복 상황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자는 받은 것이고 원금을 모두 줘야 합의한다”는 요구는
피해자가 어느 금액에 합의할지는 기본적으로 협상의 문제다.
피고인 측이 원하는 금액에 피해자가 반드시 합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
반대로 피해자가 요구하는 금액을 가족이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피해원금이 얼마인지, 그동안 지급된 돈이 원금 또는 이자 중 어떤 성격인지, 기존 변제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등을 사건기록과 금융자료를 토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합의가 급하다는 이유로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추가로 부담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1심에서 무죄를 주장했던 피해자에게 이제 합의를 시도한다면
사연에서는 피해자 3명 중 한 명에 대해서는 1심에서 무죄를 주장해 별도의 합의 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유죄가 선고되면서 항소심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가족이 먼저 연락하기보다 항소심 변론방향을 변호인과 정하는 것이 좋다.
항소심에서도 해당 범죄사실을 계속 다툴 것인지, 1심 유죄판단을 받아들이면서 양형을 중심으로 다툴 것인지에 따라 접근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 시도 자체가 곧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법적인 자백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존 주장과 충돌하지 않도록 전략을 정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반복적으로 연락해서는 안 돼
합의가 절실하더라도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찾아가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다면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있다면 양측 변호인을 통해 금액과 조건을 협의하는 방법도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거나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합의를 위한 행동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합의가 어렵다면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어
피해자가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합의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 형사공탁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다.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현실적으로 마련한 금액을 공탁하고 그 사실을 항소심 양형자료로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형사공탁과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구별해야 한다.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공탁한 경우를 동일하게 평가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면 공탁하면 똑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탁도 ‘얼마 넣으면 몇 개월 감형’이라는 기준은 없어
가족에게는 공탁금액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그러나 피해액의 일정 비율을 공탁하면 몇 개월 감형된다는 공식은 없다.
전체 피해규모와 실제 변제액, 공탁금액, 피고인의 피해회복 노력과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사정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큰 금액을 마련하기보다 현재 가능한 피해회복 방법을 변호인과 검토하는 것이 좋다.
반성문은 항소심에서도 추가로 준비할 수 있어
1심에서 반성문을 제출했더라도 항소심에서 다시 제출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반성문의 문장을 반복하기보다 1심 선고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담는 것이 좋다.
구속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돌아봤는지, 피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출소 후 재범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사실에 맞게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범죄사실을 계속 다투고 있다면 반성문의 표현이 항소심 주장과 충돌하지 않도록 변호인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족 탄원서는 ‘힘들다’보다 ‘앞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가 중요
배우자와 가족이 작성한 탄원서 역시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힘들다는 내용만 반복하기보다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가족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출소 후 거주할 곳이 있는지,
취업이나 경제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남은 피해변제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가족이 재범방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을 사실에 맞게 적을 수 있다.
배우자가 임신 중이라는 자료도 양형자료가 될 수 있을까
사연에서는 배우자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도 제출할 수 있는지 물었다.
배우자의 임신이나 출산을 앞둔 가족상황 역시 피고인의 생활환경과 부양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로 제출을 검토할 수 있다.
임신 사실과 출산 예정일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신확인서 한 장이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족이 처한 상황과 피고인이 가정에서 담당했던 역할, 출산 후 가족의 생활계획 등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
합의·공탁·반성문·임신자료는 서로 역할이 달라
항소심 양형자료를 준비할 때는 각각의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구분하는 것이 좋다.
합의와 피해변제는 피해회복을 보여준다.
공탁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피해를 회복하려 했다는 사정을 보여줄 수 있다.
반성문은 피고인의 범행 후 태도와 재범방지 의지를 설명하는 자료다.
배우자의 탄원서와 임신자료 등은 가족관계와 사회적 유대관계, 구금으로 인한 가족상황 등을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한 가지 자료가 다른 자료를 완전히 대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선변호사를 선임할까, 그 비용을 합의금으로 사용할까
가족들이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선변호사를 선임한다고 감형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 비용을 모두 합의금에 사용한다고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1심의 사실인정이나 법리판단을 적극적으로 다퉈야 하는 복잡한 사건이라면 변호인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
반면 범죄사실 자체보다 피해회복과 양형이 항소심의 핵심이라면 제한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이라고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냐
국선변호인은 국가가 선정하는 형사변호인이다.
국선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소심에서 불리하다고 볼 수 없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이유만으로 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사선변호사 선임을 고민한다면 단순히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설명보다 1심 판결의 어떤 부분을 문제 삼을 것인지, 항소이유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피해회복 자료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에서 중요한 것은 ‘1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미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면 항소심에서는 기존 자료를 반복해서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1심 이후 피해자와 새롭게 합의했다면 변화다.
추가 피해변제를 했다면 그것도 새로운 사정이다.
공탁을 했다면 피해회복을 위한 추가 노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속 이후 피고인의 태도가 달라졌거나 구체적인 치료·취업·사회복귀 계획이 마련됐다면 역시 정리할 수 있다.
항소심을 준비할 때는 “탄원서를 몇 장 더 낼까”보다 “1심 선고 당시와 비교해 지금 실제로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가족이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첫째, 1심 판결문을 확보해 실형이 선고된 이유를 확인한다.
둘째,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계속 다툴지 양형부당을 중심으로 갈지 변호인과 방향을 정한다.
셋째, 소송기록접수통지 날짜를 확인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놓치지 않는다.
넷째, 피해자 3명의 피해액과 기존 변제액, 합의 가능 여부를 각각 정리한다.
다섯째, 가능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고 합의가 어려운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탁 등 다른 피해회복 방법을 검토한다.
여섯째, 반성문과 가족 탄원서, 임신·부양가족·취업·치료 등 실제 존재하는 양형자료를 정리한다.
“피해자 3명 모두와 합의 못 하면 끝”이라고 단정할 필요 없어
가족 입장에서는 세 피해자 모두에게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막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항소심 결과를 합의서 숫자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피해자 한 명이라도 실질적인 피해회복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것도 하나의 양형사정이 될 수 있다.
합의가 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해서도 가능한 피해회복을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공탁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 일부와 합의했다고 해서 곧바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결국 출발점은 1심 판결이다.
재판부가 왜 실형을 선택했는지를 확인한 뒤 그 이유 가운데 항소심에서 실제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항소장 제출은 항소심 준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