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기일, 보통 한 달 뒤인가요?”
최근 교정생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심 선고 이후 항소심 첫 심리기일이 언제 잡히는지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1심에서 범행을 인정했고 피해자와 합의도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궁금한 것은 항소심 첫 공판이 한 달 뒤에 열리는지, 두 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지였다.
또 항소심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공판이 몇 차례 열리는지, 판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궁금해했다.
특히 항소심 기간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1심 선고일부터 항소심 첫 공판까지 ‘몇 개월’이라는 고정 기준은 없어
항소심 첫 공판이 반드시 1심 선고 한 달 뒤 또는 두 달 뒤에 열린다는 식의 고정된 기간은 없다.
사건마다 기록의 분량과 쟁점, 항소이유, 피고인의 구속 여부, 변호인 선임 상황, 추가 증거 신청 여부, 재판부 일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사건에서 한 달 만에 첫 공판이 열렸다고 해서 자신의 사건도 같은 일정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
반대로 두 달 이상 걸렸다는 경험담 역시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항소장을 내면 바로 공판기일부터 정하는 것은 아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려면 먼저 항소기간을 지켜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항소 제기기간은 7일이고 항소장은 원심법원에 제출한다.
적법한 항소가 제기되면 원심법원에서 항소법원으로 소송기록과 증거물이 송부되고 항소법원이 기록을 접수하면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소송기록접수 사실을 통지한다.
따라서 항소장을 제출한 날과 항소심 첫 공판일 사이에는 기록이 항소법원으로 넘어가고 항소심 사건이 본격적으로 준비되는 과정이 존재한다.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으면 중요한 20일이 시작돼
항소심에서 가족이 공판 날짜만큼 주의해야 하는 것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다.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항소이유서에는 왜 1심 판결에 불복하는지가 담긴다.
사실오인이나 법리문제를 다투는 사건도 있고, 범죄사실은 인정하면서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사건도 있다.
따라서 항소 직후에는 “첫 재판이 언제 잡힐까”만 기다리기보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과 항소이유를 먼저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1심에서 인정하고 합의했다면 항소심에서는 무엇을 할까
1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했고 피해자와 합의까지 이루어진 사건이라면 항소심에서는 양형부당이 주요 쟁점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즉 범죄사실 자체를 다시 전면적으로 다투기보다 1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로 다투는 것이다.
다만 ‘인정하고 합의한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항소심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도 항소했는지, 피고인이 어떤 항소이유를 주장했는지,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합의했어도 항소심에서 추가로 준비할 것이 있을 수 있어
1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중요한 피해회복 자료가 이미 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항소심에서 더 이상 준비할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1심 선고 이후 추가 피해변제가 이루어졌거나 새로운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됐을 수도 있다.
구속 이후 반성의 태도나 생활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치료·상담, 가족의 보호계획, 취업계획 등 새로운 양형자료가 생길 수도 있다.
항소심에서는 이처럼 1심 선고 당시에는 없었던 사정을 추가로 설명할 수 있다.
반성문과 탄원서도 항소심에서 다시 제출할 수 있어
1심에서 반성문과 탄원서를 냈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다시 제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보다 1심 선고 이후의 변화를 담는 것이 좋다.
피고인의 반성문이라면 구속 이후 무엇을 돌아보게 됐는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지, 출소 후 재범방지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정리할 수 있다.
가족 탄원서 역시 단순히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뿐 아니라 가족이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될까
구체적인 진행은 사건마다 다르지만 재판부는 항소이유와 이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한 심리를 진행한다.
피고인 측에서 새로운 증거나 양형자료를 제출했다면 이를 살펴볼 수 있고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있다면 심리가 이어질 수 있다.
피고인신문이나 증거조사가 필요한 사건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쟁점이 복잡하지 않고 추가로 조사할 사항이 많지 않은 사건이라면 비교적 간결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첫 공판이라고 해서 반드시 장시간 재판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첫날에 반드시 판결까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공판은 보통 몇 번 열릴까
이 역시 정해진 횟수가 없다.
쟁점이 단순하고 추가 증거조사가 거의 없다면 적은 횟수의 공판으로 심리가 마무리될 수 있다.
반면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증인신문이 필요하고 추가 증거가 많다면 여러 차례 속행될 수 있다.
새로운 합의가 진행 중이거나 피해회복 상황을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 재판이 한 차례 더 이어지는 사례도 생각할 수 있다.
결국 ‘항소심은 보통 몇 번 한다’는 숫자보다 자신의 사건에 추가로 심리해야 할 쟁점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 공판이 곧 선고일이라는 의미도 아냐
항소심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도 구분해야 한다.
첫 공판에서 필요한 심리가 모두 끝나면 변론이 종결되고 별도의 선고기일이 지정될 수 있다.
추가로 확인할 내용이 있다면 다음 공판기일을 정해 속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건조회에서 첫 공판기일이 확인됐다고 해서 그날 바로 항소심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항소심이 오래 걸렸으면 좋겠다”는 가족들
구속된 피고인의 가족 중에는 항소심이 최대한 길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생기면 추가 합의나 피해변제를 할 수 있고 반성문과 탄원서 등 양형자료도 더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사회복귀 계획이나 경제적인 준비를 할 시간을 확보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소심이 오래 걸리는 것 자체가 감형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기간이 길다고 형이 더 줄어드는 것은 아냐
‘항소심을 오래 끌면 형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가 보는 것은 단순히 몇 개월이 흘렀는지가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피해변제가 진행됐는지,
피고인의 반성과 재범방지 계획이 구체화됐는지,
가족의 보호·취업·치료 계획 등이 마련됐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재판기간만 길어진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재판기간이 곧 구금기간이기도 해
특히 1심에서 법정구속됐거나 이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면 항소심 기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은 계속 구금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재판이 오래 걸리면 좋다”고 판단하기보다 그 기간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보완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합의나 피해변제처럼 시간이 필요한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변호인과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도 항소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항소심을 준비할 때는 누가 항소했는지도 중요하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과 검사도 함께 항소한 사건은 검토해야 할 위험이 다를 수 있다.
특히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는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반면 검사도 독립적으로 항소했다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사건조회 등을 통해 검사 항소 여부와 제출된 항소이유를 확인하고 변호인과 대응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공판 전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챙긴다.
그다음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항소심에서 다툴 부분을 정한다.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양형부당을 주장한다면 1심 이후 새롭게 발생한 양형사정을 정리한다.
추가 피해변제나 합의가 있다면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반성문·탄원서·치료자료·취업계획 등 제출할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과 제출 시점을 상의하는 것이 좋다.
‘한 달이냐 두 달이냐’보다 중요한 질문
안기모카페에서는 1심 선고가 끝난 직후 “항소심 첫 재판은 언제 잡히나요”라는 질문이 반복해서 나온다.
가족에게는 한 달과 두 달의 차이도 매우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항소심에는 모든 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1심 선고 후 몇 개월째 첫 공판’이라는 일정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마다 기록과 쟁점, 제출자료와 재판부 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 공판이 늦게 잡힌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빨리 잡혔다고 반드시 불리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기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느냐다.
이미 합의가 끝난 사건이라면 추가 피해회복이나 반성, 가족의 보호계획 등 1심 이후 새롭게 설명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소심에서 시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만들어진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