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를 포기하면 가석방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나요?”
2심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며 바로 법정구속되면 가족들은 상고를 준비해야 할지, 형을 확정하고 교정생활을 시작하는 편이 나을지 고민하게 된다.
한 수형자 가족도 2심 법정구속 뒤 “가석방을 받으려면 상고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형량을 다시 다툴 기회와 조금이라도 빠른 출소 가능성 사이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고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가석방 심사에서 특별히 유리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고하지 않고 검사도 상고하지 않으면 판결이 비교적 빨리 확정돼 미결수용자에서 수형자로 신분이 바뀌고, 수형자 분류와 가석방 관련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차이는 있다.
판결 확정 전에는 가석방 대상인 ‘수형자’가 아냐
형집행법은 징역형 등의 선고를 받아 형이 확정돼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을 ‘수형자’로 규정한다. 반면 재판이 계속 중인 구속 피고인은 ‘미결수용자’에 해당한다. 가석방은 형의 집행 중인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상고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일반적으로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상고 제기기간은 2심 판결 선고일부터 7일이다. 피고인이 상고하지 않더라도 검사의 상고기간이 남아 있다면 즉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기간이 지나야 판결이 확정된다.
따라서 상고하지 않으면 절차상 형 확정과 수형자 분류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석방을 유리하게 만드는 감경요소가 아니라, 판결 확정 시점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절차상의 차이다.
상고심 동안 구속된 기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냐
상고를 진행하면 그 기간만큼 복역일수가 인정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최종적으로 선고된 징역형 등에 전부 산입된다. 또한 형기에 산입된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는 가석방을 판단할 때에도 형을 집행한 기간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2심 법정구속 뒤 상고심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구금됐다면, 그 기간이 단순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종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미결구금일수도 형기와 가석방 요건기간 계산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상고하면 가석방 시점이 상고기간만큼 그대로 뒤로 밀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판결 확정 전에는 수형자 분류와 교정처우, 가석방 예비심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어 실제 행정절차의 시작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형기의 3분의 1은 ‘자동 석방일’이 아냐
형법상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뒤 가석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법률상 최소요건에 가까우며, 해당 기간을 채우면 반드시 가석방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석방심사에서는 수형자의 나이와 범죄동기, 죄명과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출소 후 생계와 생활환경,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교정기관도 범죄 내용과 횟수, 피해자 합의 여부와 수용생활 태도 등을 예비심사한 뒤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신청한다.
공식 심사 기준에는 ‘상고하지 않은 사실’이 독립적인 유리한 요소로 제시돼 있지 않다. 실제 가석방에는 판결 확정 이후의 교정성적과 피해회복, 재범 방지 노력, 출소 후 생활계획 등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상고 여부는 가석방만 보고 결정해선 안 돼
상고하지 않기로 하면 2심 판결을 대법원에서 다툴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상고기간이 지난 뒤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단순히 가석방 절차가 빨리 시작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2심 판결문을 확인해 법률 적용이나 재판절차에 다툴 부분이 있는지, 상고를 통해 판결이 달라질 실익이 있는지를 변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받아야 한다. 반대로 상고할 법률상 이유가 사실상 없고 선고형과 남은 형기, 미결구금 산입일수를 고려해 형을 확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도 사건에 따라 가능하다.
가족은 변호인에게 ▲검사의 상고 여부 ▲상고할 구체적인 이유 ▲상고심 예상 기간 ▲미결구금일수와 남은 형기 ▲판결 확정 예상일 ▲가석방 심사 가능 시점과 준비자료를 각각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형 확정 뒤에는 교정생활과 출소 계획 준비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해 판결이 확정되면 수형자 분류와 교정처우가 시작된다. 이후 작업과 교육·교화 프로그램 참여, 피해회복 노력, 수용생활 태도와 출소 후 주거·취업 계획 등이 가석방 심사자료가 될 수 있다.
상고를 진행하더라도 가족은 피해변제나 합의, 치료·교육과 출소 후 생활계획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법률상 불복절차와 가석방 준비를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선택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안기모카페에서는 항소와 상고, 법정구속과 가석방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족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형을 줄일 가능성과 판결 확정 뒤의 교정생활을 함께 검토하되, 되돌리기 어려운 상고 포기 결정은 현재 사건의 판결문과 변호인의 구체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