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뒤에 붙은 ‘의견서’,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숙제
가족이 구속된 뒤 처음 공소장을 받아보면 적용된 죄명과 공소사실을 읽는 것만으로도 막막할 수 있다. 그런데 공소장 뒤에 의견서 양식까지 붙어 있고,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법원으로 제출하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면 가족의 불안은 더 커진다.
최근 안기모카페에는 수용 중인 가족에게서 공소장을 전달받아 살펴보다가 뒤늦게 의견서와 제출기한을 발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가족은 “7일 이내라 얼마 안 남았어요”라며 의견서를 제출하면 양형에 도움이 되는지 다급하게 도움을 구했다. 처음 형사재판을 겪는 가족에게는 의견서가 탄원서인지, 반성문인지,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서류인지조차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의견서는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초 서류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공판준비절차에 관해 어떤 의견이 있는지 등을 적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려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적어 제출할 수도 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을 보낼 때 정해진 의견서 양식을 함께 송달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제출된 의견서는 검사에게도 전달된다.
따라서 이 의견서는 단순한 가족 탄원서가 아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하는지, 일부만 인정하는지, 부인하거나 진술을 유보할 부분이 있는지 등 형사재판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서류다.
제출했다고 자동으로 감형되는 것은 아냐
의견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줄어들거나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의견서 한 장이 아니라 공소사실과 증거, 피해회복 여부, 범행 이후의 태도, 전과와 생활환경 등 사건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
다만 의견서에 마련된 양형 관련 항목이 있다면 피고인의 생활환경, 부양가족, 치료 필요성, 피해회복 진행 상황 등 사실에 근거한 사정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재판부가 사건의 쟁점과 향후 제출될 자료를 미리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양형자료는 이후 변호인을 통해 별도로 보완할 수 있다.
특히 공소사실을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은 재판의 방어 방향과 직접 연결된다. 감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사실과 다른 반성 내용을 쓰거나, 다투어야 할 공소사실까지 모두 인정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임의로 작성하기보다 피고인의 의사가 우선
의견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주체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다. 가족이 양식을 전달받았더라도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신 내용을 정해서는 곤란하다.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먼저 변호사 사무실에 공소장과 의견서가 송달된 날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범위, 변호인이 직접 제출할 예정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국선변호인 선임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거나 담당 변호인과 연락이 어려운 경우에는 수용자에게 의견서를 작성해 시설을 통해 제출하도록 안내하거나, 해당 법원 형사과에 제출 방법과 도달 여부를 문의할 수 있다. 다만 법원 직원은 제출 절차는 안내할 수 있어도 어떤 내용을 인정하거나 부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7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제출 여부부터 즉시 확인
형사소송법에는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이라는 제출기간이 명시돼 있다. 가족이 공소장을 전달받은 날짜가 아니라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실제로 송달된 날짜가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송달일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한이 임박했다면 가족이 서둘러 내용을 만들어 보내기보다 담당 변호인에게 의견서 제출 여부를 바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기간이 지났거나 정확한 송달일을 알 수 없다면 그대로 포기하지 말고 변호인과 담당 재판부에 제출 가능 여부와 방법을 문의해야 한다.
안기모카페에서는 공소장과 의견서, 국선변호인 선임, 첫 공판 준비처럼 수용자 가족이 처음 마주하는 형사절차에 관한 질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류 한 장의 의미를 몰라 제출기한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감형 기대보다, 피고인의 의사와 변호인의 재판 방향을 정확히 맞추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