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도 힘들지만 최대한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형사재판을 앞둔 가족에게 피해회복은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다.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직접 변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형사공탁을 알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공탁을 준비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도대체 얼마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공탁금을 피해액의 몇 % 정도로 해야 하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공탁금 자체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가족의 고민이었다.
피해액의 ‘몇 %’라는 법정 기준은 없어
먼저 형사공탁금에는 피해액의 30%, 50%, 70%처럼 일률적으로 정해진 비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공탁법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 “피해액의 몇 % 이상을 공탁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금액을 정해놓지는 않았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최소 몇 %는 해야 한다”, “절반 이상 해야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보더라도 이를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되는 공식 기준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같은 1천만원이라도 사건마다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공탁금의 의미를 단순한 액수만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해액이 1천만원인 사건에서 500만원을 공탁한 경우와 피해액이 1억원인 사건에서 500만원을 공탁한 경우는 피해회복 정도가 다르다.
같은 피해액이라도 이미 일부 금액을 변제한 사건과 전혀 변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 역시 상황이 다르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각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액과 피해회복 상황도 따로 살펴봐야 할 수 있다.
결국 “다른 사람은 얼마를 공탁했다”는 사례만 보고 자신의 공탁금액을 정하기는 어렵다.
공탁은 합의와 같은 의미일까
가족들이 특히 구분해야 할 부분이다.
피해자와 합의한 것과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위해 돈을 공탁한 것은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합의는 피해자와 피고인 측이 일정한 내용에 대해 의사를 합치한 것이지만, 형사공탁은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실제로 수령했는지, 공탁에 대해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도 사건에 따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합의가 안 되면 공탁만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탁했다고 처벌불원으로 바뀌는 것도 아냐
피해자를 위해 공탁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자동으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것도 아니다.
처벌불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고, 공탁은 피해회복을 위해 일정한 금전을 맡겨두는 절차다.
서로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공탁금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했다거나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공탁금액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사건에서 확인되는 피해액부터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이미 지급한 금액이 있는지, 보험 등을 통해 회복된 피해가 있는지, 현재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지 등을 함께 정리해볼 수 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피해자별 피해액과 변제상황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담당 변호인과 공탁금액을 상의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무리하게 인터넷에서 본 특정 비율을 맞추는 것보다 자신의 사건에서 공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적은 금액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
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해액 전액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일부밖에 공탁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금액 이하의 공탁은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는 식의 기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피해액에 비해 공탁액이 어느 정도인지, 그 밖에 어떤 피해회복 노력을 했는지 등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함께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사정 때문에 전액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현재 마련할 수 있는 금액과 추가적인 피해회복 가능성 등을 변호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
형편이 어렵다는 사정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피고인이나 가족이 충분한 자력이 없어 피해액 전부를 당장 마련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돈이 없어서 이것밖에 못 했다”고 주장하는 데서 끝내기보다 실제 경제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자료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수입과 재산, 채무, 부양가족 등 실제 상황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달라진다.
다만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는 사정 자체가 피해회복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능한 범위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탁하기 전까지 합의 노력은 계속해야 할까
피해자와 적절한 방법으로 합의를 시도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공탁을 이유로 합의 노력을 바로 중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하거나 직접 접촉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반복적인 연락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변호인을 통해 가능한 합의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라면 그때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 정보를 몰라도 가능한 경우가 있어
과거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면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 자체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현재 공탁법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형사공탁 특례가 마련돼 있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 사건명, 기록에 나타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 등을 이용해 공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형사공탁 특례는 ‘재판이 계속 중인 형사사건’을 전제로 하는 제도이므로 아직 수사단계에 있는 사건과는 구분해서 확인해야 한다.
공탁금을 나중에 마음대로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돼
공탁을 할 때는 돈을 일단 맡겨놓았다가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다시 가져오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현행 공탁법은 형사사건 피해자를 위한 변제공탁의 경우 공탁자의 회수를 제한하고 있다.
피공탁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수령 거절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한 경우, 해당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일정한 불기소 결정이 있는 경우 등 법에서 정한 사정이 있어야 회수가 가능한 구조다.
따라서 형사공탁은 실제 피해회복을 위해 돈을 제공한다는 전제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공탁금이 크면 무조건 형이 줄어드는 것도 아냐
공탁금액이 많다고 해서 일정한 비율로 형량이 줄어드는 공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해당 범죄의 내용과 피해 정도, 피고인의 역할, 전과, 피해회복 정도, 피해자의 의사 등 사건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한다.
공탁은 그 가운데 피해회복과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사정이다.
따라서 “피해액의 절반을 공탁하면 집행유예가 나온다”거나 “몇 % 이상이면 감형된다”는 식으로 결과를 예상해서는 안 된다.
공탁했다면 재판부에 관련 자료가 반영되는지도 확인
공탁을 완료했다면 그것으로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기보다 담당 변호인과 이후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공탁 사실과 금액, 공탁 시점, 피해회복을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검토할 수 있다.
이미 일부 피해를 변제했다면 그 내용도 함께 정리할 수 있다.
특히 항소심에서 새롭게 공탁했다면 1심 판결 이후 발생한 피해회복 사정이라는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몇 %가 정답인가’보다 실제 피해회복이 얼마나 이뤄졌는지가 중요
공탁금을 준비하는 가족에게 가장 알고 싶은 것은 결국 숫자다.
피해액의 30%인지, 절반인지, 전액인지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그만큼이라도 마련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형사공탁에는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적정 공탁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피해액과 이미 변제된 금액, 피해자 수, 합의 진행상황,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 등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탁금 마련 자체가 어려운 가족이라면 더욱 무리해서 인터넷에서 본 숫자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현재 자신의 사건에서 확인되는 피해액이 얼마인지, 지금까지 어느 정도 피해회복이 이뤄졌는지, 추가로 어느 정도까지 마련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정리해 담당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형사공탁은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한 숫자를 만드는 절차가 아니라 실제 피해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돈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