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해자와 합의를 했네요”
형사재판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에는 항소심을 앞두고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처음에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탁을 했지만 이후 피해자가 요구한 금액에 맞춰 추가 협의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합의금의 절반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공증도 마쳤으며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까지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가족은 전했다.
항소심 공판기일은 7월 22일로 예정돼 있었다.
가족에게 남은 고민은 ‘보석’이었다.
공탁 당시 한 차례 보석이 기각됐다면
사연에 따르면 피고인은 앞서 한 차례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당시에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탁만 해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와 실제 합의가 이뤄지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되면서 이전 보석 신청 당시와 비교하면 사실관계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94조는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 본인뿐 아니라 변호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등도 법원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에 ‘한 번 보석이 기각되면 다시 청구할 수 없다’는 식의 제한이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전에 보석이 기각됐다는 사실만으로 재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신청하면 재판부가 안 좋게 볼까
가족이 가장 걱정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국선변호인은 이미 한 차례 보석이 기각됐기 때문에 다시 신청하면 재판부에서 좋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석을 다시 청구할 것인지는 단순히 ‘두 번째 신청이니까 불리하다’는 문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보석 결정 이후 어떤 사정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사연에서는 당시 공탁만 이뤄졌던 상황에서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했고, 합의금 일부가 실제 지급됐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한 분할지급 약정과 공증,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 제출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이 해당 사건의 보석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결국 사건기록과 구속사유 등을 살펴본 재판부가 판단한다.
따라서 ‘합의했으니 이번에는 보석이 된다’고 단정하는 것도, ‘한 번 기각됐으니 다시 신청해서는 안 된다’고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도 어렵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항소심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회복 여부는 사건에 따라 양형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특히 1심에서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항소심에 이르러 합의가 성립했다면 이는 1심 판결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된다.
이번 사연에서는 단순히 공탁금을 걸어둔 상태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직접 합의 조건을 정하고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다는 점에서 1심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
다만 합의와 처벌불원서가 제출됐다고 해서 반드시 감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죄명과 범행 내용, 피해 규모, 전과, 범행 가담 정도, 피해회복 정도, 반성 여부 등 사건마다 고려되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분할지급 합의라면 약속 이행도 중요하다
이번 합의에서는 피해자가 요구한 금액 전부를 한 번에 지급한 것이 아니라 절반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는 분할해서 지급하기로 했다.
가족은 이에 대한 공증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할지급을 전제로 합의했다면 합의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후 약속한 지급 일정도 중요하다.
특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지급기일이 도래한다면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합의를 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 합의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보석과 항소심의 형량 판단은 같은 문제는 아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피해자와 합의가 됐으니 보석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석 결정과 항소심의 최종 형량 판단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일정한 조건 아래 석방할 것인지 판단하는 절차다.
형사소송법은 보석과 관련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 피해자나 사건 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 등 여러 사정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항소심의 최종 판결에서는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이유와 함께 범행 및 양형에 관한 여러 사정이 검토된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실이 두 절차에서 검토될 수는 있지만, 합의 하나만으로 보석과 항소심 결과가 동시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 선고 때는 데리고 나올 수 있겠죠?”
가족의 마지막 질문에는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기대가 그대로 담겨 있다.
피해자와 어렵게 합의까지 마쳤기 때문에 항소심 선고일에는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선고 당일 석방 여부를 미리 확정할 수는 없다.
항소심에서 어떤 판결이 선고되는지, 선고되는 형과 이미 구금된 기간이 어떠한지, 집행유예가 선고되는지 등 구체적인 결과에 따라 실제 신병처리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계속 구금할 다른 사유가 없다면 석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되고 계속 수감해야 하는 형기가 남아 있다면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고 당일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합의했으니 선고날 반드시 나온다”고 기대하기보다는 항소심 판결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보석 재청구 전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리해야
이번 사연처럼 첫 보석 신청 이후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재청구를 검토하면서 이전 신청 당시와 현재 상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된 시점, 실제 지급한 금액, 향후 분할지급 계획, 공증 여부, 합의서와 처벌불원서 제출 여부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의 주거와 가족관계, 재판 출석 가능성,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된 사정 등도 사건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보석을 다시 청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현재 사건기록을 확인하고 있는 변호인과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판기일과 선고 가능 시점이 가까운 사건이라면 보석 신청의 실익과 항소심 변론 전략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까지 달려온 가족에게 남은 기다림
안기모카페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공탁부터 직접 합의, 처벌불원서 제출까지 진행하는 가족들의 경험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수용된 당사자가 직접 피해자와 연락하고 합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족이 변호인과 연락하고 합의금을 마련하며 필요한 서류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연에서도 처음에는 공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피해자가 원하는 조건을 확인하고 일부 금액을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에 대한 분할지급 약정과 공증까지 진행했다.
그 과정을 마친 가족에게 이제 남은 것은 항소심이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1심 이후 달라진 중요한 사정이 될 수 있지만, 보석이나 감형, 선고 당일 석방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석을 다시 신청할지 여부 역시 이전 결정 이후 달라진 사정과 현재 재판 진행 상황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합의라는 큰 산을 넘은 뒤에도 가족에게는 다시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