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기일이 첫 재판이라는 뜻인가요?”
형사재판을 처음 겪는 가족에게 법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낯설 수밖에 없다.
공판기일, 변론종결, 구형, 최후진술, 선고기일이라는 말을 하나씩 접하다 보면 무엇이 실제 ‘재판’이고 양형자료는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워진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왔다.
가족은 양형자료 제출 시기를 찾아보던 중 어떤 곳에서는 ‘재판 2주 전’, 다른 곳에서는 ‘선고 2주 전’이라는 설명을 접했다.
그러다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법원에서 알려주는 ‘공판기일’이 흔히 말하는 재판 날짜인지, 첫 공판기일이라면 그날부터 재판이 시작되는 것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공판기일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판하는 날’
공판기일은 쉽게 말하면 법정에서 형사사건의 공판절차가 실제로 진행되는 날짜다.
형사소송법도 재판장이 공판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을 소환하며 검사와 변호인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말하는 “재판 날짜가 잡혔다”는 표현은 보통 공판기일이 지정됐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지정된 공판기일이라면 제1회 공판기일, 이후 계속 재판이 진행되면 제2회·제3회 공판기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첫 공판기일에 무엇을 할까
첫 공판기일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똑같은 절차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 내용과 피고인의 입장 등에 따라 진행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공소사실과 이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 등이 진행될 수 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이후 증거조사나 증인신문 등을 위해 추가 공판기일이 지정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사실관계에 큰 다툼이 없고 추가로 조사할 증거가 많지 않은 사건은 비교적 빠르게 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첫 공판기일 = 구형하는 날’ 또는 ‘첫 공판기일 = 재판이 끝나는 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은 같은 말이 아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구분이 있다.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이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사건을 심리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 증거조사 등이 이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
필요한 심리가 마무리되면 검사가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해 달라는 의견을 밝히는 구형이 이뤄질 수 있고, 변호인의 최종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이 이어진다.
이렇게 더 이상 심리할 내용이 없으면 변론이 종결된다.
그리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지를 밝히는 날이 선고기일이다.
‘구형’과 ‘선고’도 완전히 다른 절차
가족들이 특히 혼동하는 용어가 구형과 선고다.
검사의 구형은 검사가 재판부에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해 달라는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판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형이 아니다.
실제 형은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선고한다.
따라서 “구형이 나왔다”와 “형이 선고됐다”는 전혀 다른 의미다.
구형 이후 별도의 선고기일이 지정되는 사건이라면 피고인과 가족은 다시 선고 날짜를 기다리게 된다.
그렇다면 양형자료는 언제 제출해야 할까
이번 사연의 핵심 질문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재판 2주 전에 제출해야 한다”, “선고 2주 전에 내야 한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반성문·탄원서 등 일반적인 양형자료에 대해 모든 형사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공판 2주 전’ 또는 ‘선고 2주 전’이라는 법정 제출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진행 단계와 자료의 내용, 변호인의 변론계획에 따라 제출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본 ‘2주’라는 숫자만 기준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변호사가 지금 양형자료를 달라고 했다면 이유가 있을 수 있어
이번 사연에서는 담당 변호사가 이미 가족에게 양형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본 제출 시점보다 담당 변호인의 요청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변호인은 공판 진행상황과 피고인의 입장, 어떤 양형사정을 재판부에 설명할 것인지 등을 토대로 자료를 정리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전달한 반성문과 탄원서, 피해회복 자료 등을 검토한 뒤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제출하거나 필요한 시점에 정리해서 제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자료를 요청했다면 “선고 2주 전까지 기다렸다가 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보다 요청한 시점에 준비해 전달하는 것이 좋다.
첫 공판 전에 내는 자료도 있을 수 있어
사건에 따라 첫 공판기일 전부터 양형자료를 준비해 제출할 수도 있다.
혐의를 인정하고 양형을 중심으로 변론하는 사건이라면 초기부터 피고인의 반성과 피해회복 노력, 가족 상황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양형자료를 어떤 방식과 시점에 제출할지 변호인의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피고인이 첫 재판 전에 반성문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사건에서도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구형 전에 양형자료를 정리하는 이유
공판절차가 진행돼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을 앞두고 있다면 그동안 준비한 양형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피해회복이나 합의가 이뤄졌는지, 반성과 재범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가족의 부양상황이나 사회복귀 계획은 어떤지 등 사건에 따라 재판부에 설명할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도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종변론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정을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변호사가 최종변론 전에 가족에게 필요한 자료를 미리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변론이 끝났다면 양형자료를 더 이상 못 내는 걸까
반드시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대법원은 변론이 종결된 뒤 선고기일까지 피고인에게 유리한 합의서 등 양형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보장하는 문제를 피고인의 방어권과 관련해 중요하게 판단한 사례가 있다.
해당 사건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변론종결 당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제출할 기간을 고려해 선고기일을 정했는데, 이후 예정된 날짜보다 앞당겨 판결을 선고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선고기일이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 변론이 끝났다고 해서 선고 전 새롭게 발생한 중요한 양형사정을 무조건 전달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선고를 앞두고 합의가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최종변론 당시까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는데 선고를 앞두고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피해변제가 추가로 이뤄지거나 다른 중요한 사정이 새롭게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변론이 끝났으니 늦었다”고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즉시 변호인에게 알려야 한다.
새로운 자료를 어떻게 재판부에 제출할 것인지,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한지는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인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선고 직전까지 일부러 기다릴 필요는 없어
반대의 오해도 주의해야 한다.
“선고 직전에 내야 판사가 기억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미 준비된 중요한 양형자료를 일부러 보관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법원에 정식으로 제출된 자료는 사건기록을 통해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자료를 언제 제출할지는 ‘판사가 언제 가장 잘 기억할까’를 기준으로 정하기보다 재판 진행과 변호인의 변론계획에 맞추는 것이 좋다.
이미 제출한 자료를 단순히 선고일이 가까워졌다는 이유만으로 반복 제출할 필요도 없다.
양형자료 준비는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닐 수도 있어
형사재판이 여러 차례 진행된다면 양형자료 역시 사건 진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반성문과 가족 탄원서를 준비했다가 이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재범방지 교육이나 치료를 시작해 새로운 자료가 생길 수도 있고 가족의 출산이나 건강 문제처럼 새로운 사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모든 자료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현재 존재하는 중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이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면 추가자료 제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재판 용어를 순서대로 놓으면 조금 쉬워져
처음 형사재판을 겪는 가족이라면 용어를 하나씩 외우기보다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는 편이 쉽다.
공판기일이 지정되면 법정에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필요한 경우 여러 차례 공판이 이어진다.
심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검사의 구형, 변호인의 최종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이 진행되고 변론이 종결될 수 있다.
이후 선고기일이 정해지면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한다.
물론 실제 진행은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을 알고 있으면 ‘공판기일’, ‘구형’, ‘선고’가 모두 같은 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용어가 너무 생소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요”
안기모카페에서 형사재판을 처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공판기일이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 어느 순간 항소이유서와 양형자료, 구형과 선고까지 낯선 법률용어를 계속 접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절차를 한꺼번에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연처럼 변호사가 양형자료를 요청했다면 우선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전달하면 되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법원에서 공판기일이 지정됐다면 그 날짜가 어떤 절차인지, 첫 공판인지, 추가 공판인지 확인하면 된다.
양형자료도 인터넷에서 본 ‘2주 전’이라는 숫자에 맞추기보다 현재 자신의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기준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판기일은 재판이 진행되는 날이고, 선고기일은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는 날이다.
이 두 가지 차이만 알아도 처음 형사재판을 기다릴 때 느끼는 혼란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