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구속됐는데 아직 첫 재판 날짜도 모릅니다”
최근 교정·형사절차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 구속된 남편의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남편은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기소됐고 공소장도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가족이 확인하기로는 담당재판부 배당이나 첫 공판 날짜에 관한 소식이 없었다.
가족은 구속된 피고인의 사건은 비교적 빨리 재판날짜를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불안해졌다고 했다.
기소됐다고 그날 바로 공판기일이 정해지는 것은 아냐
검사가 피고인을 정식기소하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법원에서는 사건을 접수한 뒤 담당재판부에서 재판을 진행하게 되고 재판장이 공판기일을 정한다.
따라서 기소됐다는 사실과 첫 공판 날짜가 정해졌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공소장까지 받았지만 아직 첫 공판기일이 나오지 않는 기간이 생길 수 있다.
며칠 동안 기일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진행에 문제가 생겼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구속사건이면 무조건 며칠 안에 재판해야 하는 것은 아냐
구속 피고인의 사건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구속기간 관리가 중요하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피고인 구속기간을 원칙적으로 2개월로 정하고 있고,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범위에서 기간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소 후 2주 안에 첫 공판”, “한 달 안에 무조건 재판”과 같은 방식으로 첫 공판 날짜를 정해 놓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건의 내용과 기록, 피고인 수, 재판부 일정 등에 따라 실제 기일은 달라질 수 있다.
공소장을 받았다면 이미 재판 준비절차는 시작된 상태
법원은 공소가 제기되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송달해야 한다.
공소장에는 검사가 어떤 범죄사실로 피고인을 기소했는지가 기재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장을 받았다면 변호인은 첫 공판이 잡힐 때까지 단순히 기다리는 것만이 아니라 공소사실과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면서 재판에서 취할 입장을 준비할 수 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절차도 거치게 된다.
첫 공판은 단순히 판사가 피고인을 심문하는 날은 아냐
첫 공판을 “판사가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을 물어보는 날”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형사공판은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성명과 연령 등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부터 시작한다.
이후 검사가 공소사실 등을 밝히고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또는 다투는지를 밝히는 절차가 진행된다.
증거에 관한 의견을 확인하고 사건에 따라 증거조사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첫 공판은 단순히 “죄를 인정합니까?”라는 질문만 하고 끝나는 절차라고 볼 수는 없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 재판이 빨리 끝날 가능성은 있어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도 특별한 다툼이 없다면 쟁점이 많은 사건보다 재판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증인을 불러 신문하거나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혐의를 인정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두 번의 공판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진행상황이나 양형자료 제출,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 등이 있다면 재판부가 기일을 추가로 지정할 수도 있다.
첫 공판 다음에 바로 구형한다는 공식도 없어
검사의 구형은 일반적으로 필요한 증거조사가 끝나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이뤄진다.
검사가 형에 관한 의견을 밝힌 뒤 변호인이 최종변론을 하고 피고인도 최후진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심리를 마치는 것을 흔히 ‘결심’이라고 표현한다.
사건이 단순하고 다툼이 거의 없다면 비교적 이른 기일에 결심까지 진행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하다면 여러 번의 공판을 거친 뒤 구형이 이뤄질 수 있다.
“두 번째 공판에서 구형한다”는 것도 사건마다 달라
인터넷이나 주변 경험담을 보면 “첫 공판에서 인정하고 두 번째 공판에서 구형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는 사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모든 형사사건의 표준 일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건은 첫 공판에서 상당 부분 심리가 진행될 수 있고, 어떤 사건은 두 번째·세 번째 이후에도 증거조사가 계속될 수 있다.
특히 공소사실을 다투거나 증인신문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재판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구형과 선고는 같은 날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냐
검사가 징역 몇 년이나 벌금 얼마 등의 의견을 밝히는 구형은 판결이 아니다.
검사의 구형과 변호인의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까지 마치면 법원이 선고기일을 별도로 지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법원 안내에서도 형사공판은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 검사의 의견진술, 변호인의 최종 의견과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을 거친 뒤 심리를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가 징역형을 구형했다고 해서 그 형량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구형 후 정확히 한 달 뒤 선고”도 정해진 규칙은 아냐
이번 사연에서 가족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두 번째 공판에서 구형하고 한 달 뒤 판결이 내려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고기일을 반드시 결심공판 한 달 뒤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형사재판 절차를 안내하면서 심리를 종결한 뒤 통상 별도의 선고기일을 두고 판결을 선고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건이 2주 또는 한 달 뒤 선고됐다고 해서 자신의 사건도 같은 간격으로 진행된다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합의도 꼭 첫 공판과 두 번째 공판 사이에 해야 하는 것은 아냐
가족이 들은 또 다른 이야기는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한 뒤 두 번째 공판 전까지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합의가 중요한 사건이라면 피해회복을 위해 가능한 시기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반드시 첫 공판이 끝난 다음에야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고 변호인이 합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첫 공판 전에도 관련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에게 가족이 직접 연락하는 것은 신중해야
가족은 재판날짜가 늦어지면 “그동안 우리가 피해자를 찾아가서 합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접촉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건 유형에 따라 접촉 방식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변호인이 선임돼 있다면 피해자와의 합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지 먼저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알아내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변호사가 “합의할 때 연락하겠다”고 했다면 확인할 것은 있어
가족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기다리라고만 하면 답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막연하게 기다리는 대신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다.
현재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재판부가 확인됐는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방향인지, 수사기록 검토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피해자 합의는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도할 계획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첫 공판기일이 지정된 뒤에야 합의를 시작할 계획인지도 물어볼 수 있다.
첫 공판 전부터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있어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라면 첫 공판날짜가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회복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합의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고 피고인의 재범방지 노력이나 치료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관련 계획도 준비할 수 있다.
부양가족이나 경제상황 등 양형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설명할 자료가 있다면 변호인과 상의할 수 있다.
다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 채 반성문과 탄원서만 무조건 많이 준비하는 방식보다는 변호인에게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혐의를 다툰다면 재판 진행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어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건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해 다투고 피고인 측에서도 증거를 신청할 수 있다.
증인을 법정에 불러 신문하거나 디지털 자료 등 증거의 의미를 다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건에서는 여러 차례 공판이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첫 공판→두 번째 공판 구형→선고”라는 예상 자체가 맞지 않을 수 있다.
공판 횟수보다 현재 사건의 쟁점을 아는 것이 중요해
가족들은 재판이 몇 번 열리는지를 알면 출소 시점이나 선고 결과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공판 횟수 자체보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는지가 더 중요하다.
혐의를 인정한다면 피해회복과 양형자료를 어떻게 준비할지가 중요할 수 있고, 혐의를 다툰다면 검찰의 증거와 피고인 측 주장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핵심이 된다.
따라서 가족이 변호사에게 가장 먼저 물어볼 질문도 “재판 몇 번 하나요?”보다 “현재 사건에서 다투는 부분이 무엇인가요?”가 될 수 있다.
구속 중이라 가족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뿐
남편이나 자녀가 구치소에 있는 상황에서는 기소 후 하루가 지나도 가족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사건검색을 계속 확인하면서 담당재판부나 공판기일이 나타나지 않으면 혹시 사건이 방치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속사건이라고 해서 기소 직후 즉시 첫 공판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재판장은 공판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을 소환하며 검사와 변호인에게 기일을 통지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첫 공판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 가족이 확인하면 좋은 것은 세 가지
첫째, 법원 사건번호와 담당재판부가 정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 변호인이 공소장과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공소사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예정인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피해자와의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합의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단순히 재판날짜만 기다리는 것보다 현재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첫 공판→두 번째 구형→한 달 뒤 선고’는 하나의 사례일 뿐
형사재판을 처음 경험하는 가족에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른 사건의 일정이 자신의 사건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다음 공판에서 결심한 뒤 선고받는 사건도 있을 수 있지만 한 번의 공판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도, 여러 차례 증거조사를 하는 사건도 있다.
합의 역시 첫 공판이 끝난 뒤에만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은 다른 사람의 ‘몇 번째 공판에서 구형받았다’는 경험에 맞춰 일정을 예상하기보다 현재 사건의 공소사실과 증거관계, 합의 필요성을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속된 가족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재판날짜가 정해져야 비로소 무언가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공소장을 받은 순간부터 피고인과 변호인에게는 이미 1심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