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약을 먹고 있는데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구치소에 수용된 가족의 건강이 나빠지면 바깥의 가족에게 재판 못지않게 큰 걱정이 생긴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미결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족의 건강 문제를 걱정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수용자는 여러 사건이 병합돼 다음 공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의 더 큰 걱정은 재판 일정이 아니었다.

수용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시설 내부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수용되기 전에도 수술이 필요했던 상태였지만 치료를 마치지 못한 채 구속됐다고 가족은 설명했다.

수술이 필요했던 질환, 가족은 외부진료부터 고민했다

가족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담석과 관련한 질환으로 외부에서 진료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은 과거 병원기록과 의사의 소견서를 준비해 어떻게든 외부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교정시설에 수용됐다고 해서 모든 진료가 시설 내부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소장이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에서 진료받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결수용자라고 해서 외부병원 진료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외부진료는 가족이 병원을 정해 바로 데려가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가족이 외부병원 예약을 잡고 수용자를 직접 데리고 나와 진료받게 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다.

수용자는 구금 상태에 있기 때문에 외부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정시설의 관리와 계호 아래 외부의료시설 진료가 진행된다.

핵심은 외부진료가 필요한 의학적 사정이 있는지를 교정시설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상태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다.

시설 내부 진료를 계속 받고 있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기존에 수술 권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러한 진료 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해질 수 있다.

과거 병원기록과 의사 소견서는 왜 중요할까

이번 사연의 가족은 수용되기 전 병원기록과 의사 소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진료기록에는 질환의 종류와 검사 결과, 과거 치료 과정 등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수용 전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나 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면 관련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 영상검사 결과 등의 자료도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가족이 제출한 소견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특정 병원 진료나 수술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수용자의 상태와 교정시설 내 의료진의 판단 등을 거쳐 외부진료 필요성이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결수라면 ‘형집행정지’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가족은 건강상태가 심각한 경우 향후 형량을 줄이거나 형집행정지 등의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사연 속 수용자는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용자’다.

형집행정지는 징역·금고 또는 구류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그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다.

따라서 아직 미결 상태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면 현재의 구금과 확정된 자유형의 집행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미결 상태에서는 건강 문제로 석방 필요성을 검토할 경우 형집행정지와는 별도로 구속집행정지나 보석 등 현재 구속 상태에 맞는 형사절차를 살펴봐야 한다.

구속집행정지라는 별도의 제도가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구속된 피고인에게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법원이 결정으로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구속집행정지는 구속 자체를 없애는 것과는 구별된다.

법원이 정한 조건과 사정 아래 구속의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절차다.

질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구속집행정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 건강상태와 치료 필요성 등 구체적인 사정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중대한 질환으로 외부 수술이나 장기간의 전문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변호인에게 현재 의료기록을 전달하고 구속 상태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절차가 무엇인지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형집행정지는 형을 선고받은 뒤 검토하는 제도

반면 형집행정지는 그 대상과 절차가 다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징역·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으로 건강을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경우 등을 형집행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질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집행정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의 집행을 계속할 경우 건강을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 보전에 문제가 생길 정도인지 등이 중요한 판단 대상이 된다.

이번 사연처럼 아직 미결 상태라면 현재 단계에서는 외부진료와 필요한 치료를 우선 확인하면서 구속집행정지 등 미결구금 상태에서 가능한 절차를 구분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형량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가족은 건강이 많이 나쁜 상황이 향후 형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피고인의 건강상태에 관한 자료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술이 필요하거나 질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형량이 일정하게 줄어드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의 양형은 범죄의 종류와 내용, 범행 경위, 피해 정도, 전과관계, 피해회복과 피고인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건강자료를 ‘감형을 위한 자료’로만 접근하기보다 우선 현재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의료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준비한다면 의료자료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이번 사연과 같은 상황에서는 가족이 가지고 있는 의료자료를 먼저 정리할 수 있다.

수용 전 어느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 정확한 진단명이 무엇이었는지, 수술을 권유받았는지, 당시 검사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뿐 아니라 검사결과지나 영상검사 자료 등 현재 질환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가 있다면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자료가 교정시설 의료진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변호인에게도 같은 자료를 제공해 현재 재판과 구속 상태에서 별도로 검토해야 할 절차가 있는지 상담할 수 있다.

외부진료와 석방은 서로 다른 문제

가족들이 특히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외부병원에서 진료받을 정도로 건강이 나쁘다면 곧바로 석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외부의료시설 진료와 구속집행정지는 별개의 절차다.

수용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외부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구속집행정지를 검토하려면 단순히 외부진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넘어 구속의 집행을 계속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별도로 판단받아야 한다.

따라서 ‘외부진료 승인 = 석방’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재판보다 먼저 걱정되는 가족의 건강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형량과 합의, 항소뿐 아니라 수용자의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글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밖에 있을 때 치료받던 질환이 구속 이후 악화되거나 시설에서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족 입장에서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건강부터 크게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사연 역시 다음 공판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가족의 관심은 재판보다 수용자의 치료에 먼저 향하고 있었다.

미결수용자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외부의료시설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 다만 외부진료와 구속집행정지, 형 선고 이후의 형집행정지는 각각 다른 절차다.

따라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면 먼저 과거 병원기록과 현재 진료상태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교정시설 의료진과 변호인을 통해 외부진료 필요성과 현재 구속 상태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절차를 각각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과 필요한 치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