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지금이라도 바꿔야 할까요?”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구형을 듣고 나면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은 가족에게 더욱 길게 느껴진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에는 첫 공판을 마친 뒤 변호사 선임 문제를 고민하는 가족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국선변호인이 사건을 맡고 있지만 검찰 구형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오면서 선고 전에 사선변호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시작됐다고 했다.

가족은 “선고 전에 변호사를 사설로 바꾸기도 하나요?”라며 지금 선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항소하게 될 경우 그때 사선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나은지를 물었다.

경제적인 부담도 고민이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출하고도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는 다르다

먼저 구형과 선고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구형은 검사가 재판부에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형을 선고해 달라고 의견을 밝히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어떤 형을 선고할지는 재판부가 판단한다.

따라서 검찰이 예상보다 높은 형을 구형했다고 해서 그대로 같은 형이 선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구형보다 반드시 낮은 형이 나온다고 미리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선고 결과는 범죄사실과 법률상 쟁점, 피고인의 전과, 범행 경위와 피해회복, 반성 여부 등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가 살펴보는 여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고 전에도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재판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해서 사선변호인을 새롭게 선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역시 독립해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선변호인 선임을 검토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중요한 문제는 ‘선임할 수 있느냐’보다 선고까지 남은 기간에 새 변호인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다.

이미 변론이 끝났다면 확인해야 할 것이 달라진다

게시글에는 첫 공판을 마치고 구형까지 이뤄졌다고 적혀 있다.

일반적으로 검사의 구형과 피고인의 최후진술 등이 끝난 뒤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했다면 재판은 선고를 앞둔 단계에 들어간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사건 초기부터 선임하는 경우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새 변호사는 우선 지금까지 진행된 사건기록과 공소사실, 증거관계, 기존 변론 내용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선고 전에 추가로 주장하거나 제출해야 할 내용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상담을 받을 때는 단순히 “지금 선임하면 형이 줄어들까요?”라고 묻기보다 현재 기록을 기준으로 선고 전에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형자료를 추가한다고 무조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고를 앞둔 가족들이 사선변호사 선임과 함께 많이 고민하는 것이 추가 양형자료다.

반성문과 탄원서,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피해회복 자료, 재범방지계획, 가족의 보호계획, 치료나 교육 관련 자료 등 사건에 따라 제출을 검토할 수 있는 자료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제출된 내용을 형식만 바꿔 반복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유리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검사가 높은 형을 구형한 이유가 무엇인지,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이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국선에서 사선으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감형 요소는 아니다

가족들이 흔히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사선변호사가 국선변호사보다 결과에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하지만 국선인지 사선인지 그 자체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양형요소는 아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나 일정한 중형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고 변호인이 없다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 제도 자체가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절차인 만큼 단순히 ‘국선이니까 불리하다’, ‘사선이면 형이 줄어든다’고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재 사건에서 변호인이 어떤 부분을 검토하고 어떤 변론을 할 수 있는지다.

선고 전에 선임할지, 항소심에서 선임할지도 사건마다 다르다

가족이 고민한 또 하나의 선택지는 “지금 비용을 들이기보다 1심 결과를 보고 항소할 때 사선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이 역시 모든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답은 없다.

현재 1심에서 아직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나 자료가 있다면 선고 전에 대응할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주요 주장과 증거 제출이 마무리됐고 선고까지 남은 기간도 짧다면 새 변호사가 1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이라면 ‘선고 전 선임’과 ‘항소심 선임’ 가운데 어느 것이 무조건 낫다고 결정하기보다 현재 사건에서 남아 있는 실질적인 업무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상담에서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게시글을 작성한 가족은 일단 다른 변호사와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때 상담에서 확인할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리해 갈 수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에서 빠진 부분은 없는지, 검찰의 구형을 고려했을 때 선고 전에 추가로 주장할 내용이 있는지, 추가 양형자료가 실제로 필요한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만약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면 향후 항소하게 될 경우 어떤 부분을 항소이유로 검토할 수 있는지도 함께 들어볼 수 있다.

이렇게 상담을 받은 뒤 ‘새 변호사를 선임했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와 예상되는 비용을 비교해야 가족도 보다 현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항소심은 다시 별도의 심급이다

1심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고 해서 그 변호인이 자동으로 항소심까지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변호인 선임의 효력이 심급마다 미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으로 넘어간다면 항소심 단계의 변호인 선임 문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선고 전 사선 선임과 항소심 선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러한 점도 비용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높은 구형을 들은 뒤 시작되는 가족의 고민

안기모카페에서는 재판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검찰 구형부터 선고, 국선·사선변호인 선임, 항소 여부까지 실제 재판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처음 형사재판을 경험하는 가족에게 검사가 예상보다 높은 형을 구형하는 순간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무엇인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급하게 새로운 변호사를 알아보거나 추가 자료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번 사연 역시 높은 구형을 들은 뒤 선고까지 남은 시간에 가족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선고 전에 사선변호인을 새롭게 선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선임 자체가 형량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면 현재 사건에서 새 변호인이 선고 전 실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상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선이냐 사선이냐라는 이름보다 지금 사건에서 어떤 변론이 필요하고,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족에게는 더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