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상담 전에 사건기록부터 가져가고 싶은데요”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첫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 측에서 사건기록 열람·등사 방법을 묻는 사연이 올라왔다.
교정·형사재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에 따르면 사건은 9월 말 기소됐으며 첫 공판기일은 11월로 지정됐다.
아직 변호인은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작성자는 사선변호사를 알아보면서 여러 변호사와 상담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사건기록을 확보하려고 했다.
법원 사건번호까지 부여된 만큼 법원에 가야 할 것 같기도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첫 공판 전에는 기록이 검찰에 있으므로 검찰에서 열람·등사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접했다.
작성자는 “검찰청에 열람·등사 신청을 하는 게 맞는지, 법원 열람·등사실에 신청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질문했다.
기소됐다고 모든 수사기록이 법원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기소됐다’는 말을 들으면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기록이 법원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소제기 단계에서는 검사가 공소장을 관할 법원에 제출한다.
법원은 공소가 제기되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한다.
그렇다고 수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사건기록이 공소장과 동시에 그대로 법원의 재판기록이 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은 별도로 ‘공소제기 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 등의 열람·등사’ 절차를 두고 있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검사에게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물건의 목록과 공소사실 인정 또는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한 자료에 대해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첫 공판 전이라도 검찰에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어
따라서 이번 사연처럼 이미 기소됐지만 첫 공판을 앞두고 있고, 변호사 상담을 위해 수사 및 증거기록을 확인하려는 경우라면 ‘법원 사건번호가 나왔으니 무조건 법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공소제기 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에 대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에게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상에는 검사가 증거로 신청할 서류, 검사가 신청할 증인의 공판 전 진술이 담긴 자료, 해당 증거의 증명력과 관련된 자료,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법률상·사실상 주장과 관련된 자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지는 사건의 진행 상태와 신청 대상 기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원 기록’과 ‘검사 보관 기록’을 구분해야
결국 중요한 것은 “기록이 어디 있느냐”를 하나의 답으로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다.
기소 이후 법원에는 공소장이 제출되고 법원의 형사재판 절차가 시작된다.
반면 공소제기 이후에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사건 관련 서류와 증거가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열람·등사 절차가 마련돼 있다.
따라서 필요한 자료가 공소장 등 법원에 있는 재판기록인지,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증거 관련 자료인지에 따라 신청해야 할 곳이 달라질 수 있다.
처음 형사재판을 경험하는 피고인이나 가족이 가장 많이 혼동하는 부분 중 하나다.
사선변호사 상담 전 기록 확보하려는 경우도 많아
변호사를 아직 선임하지 않은 상태라면 사건기록 확보는 더욱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단순히 “이런 혐의로 기소됐다”고 설명하는 것과 실제 공소사실과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상담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진술을 했는지,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검사가 무엇을 근거로 기소했는지 등에 따라 상담 내용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피고인 입장에서도 자신의 기억만으로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기록을 토대로 쟁점을 정리할 필요성이 커진다.
“퇴근하고 어디부터 가야 하나”…절차를 모르면 시간도 부담
이번 사연에는 형사절차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담겨 있다.
작성자는 오후 5시에 조기 퇴근한 뒤 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하러 갈 계획이었다.
검찰과 법원이 가까운 곳에 있더라도 잘못 찾아갔다가는 업무시간 안에 다시 이동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급하게 질문을 올렸다.
사건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열람·등사’라는 말 자체도 낯설지만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부터 부담이 된다.
더욱이 변호사를 아직 선임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절차를 피고인이나 가족이 직접 알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소 후 첫 공판까지, 기록 확인은 재판 준비의 시작
형사사건에서 기소됐다는 것은 수사가 끝났다는 의미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재판 대응이 시작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소장에 어떤 범죄사실이 기재됐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사건기록을 살펴본 뒤 어떤 부분을 인정하고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연처럼 사선변호사 선임을 고민하고 있다면 상담 전에 확보 가능한 기록을 준비하는 것도 사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록마다 보관 기관과 열람·등사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열람·등사가 제한되는 자료도 있을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기관에 신청 대상 기록과 접수 방법,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 재판을 앞둔 사람에게 ‘사건기록이 어디에 있느냐’는 단순한 행정절차에 관한 질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피고인에게는 자신의 사건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재판에 넘겨졌는지를 확인하고 방어를 준비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