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됐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변호사를 찾았습니다”

가족이 갑자기 체포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디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지, 어떤 혐의를 받는지,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사이 이미 첫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도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는 가족의 사연이 올라왔다.

가족은 남편이 보이스피싱 관련 대면 이체 업무를 하다가 긴급체포됐고, 처음에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정도로 알고 했을 뿐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초기 조사 과정이었다.

사연에 따르면 처음에는 범행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답변이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변호사를 선임했고 현재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인식 여부를 다투고 있다는 것이 가족의 설명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알고 가담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어

보이스피싱 사건이라고 해서 단순히 현금을 전달하거나 이체에 관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사건의 결론이 동일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달책이나 수거책 등으로 관여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재판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사연에서도 가족은 정상적인 회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와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결국 구체적인 업무 제안 과정과 지시 내용, 보수, 연락 방식, 실제 수행한 업무, 당시 피고인이 알고 있었던 사정 등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

초기 진술과 이후 진술이 다르다면 ‘왜 달라졌는지’도 중요

가족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이미 이뤄진 초기 진술이다.

처음 조사에서 한 진술과 이후 주장이 달라졌다고 해서 나중의 주장이 자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단순히 “처음에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기존 진술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진술이 변경됐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달라졌는지, 최초 조사 당시 어떤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사연처럼 조사 과정에서 답변을 유도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당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 실제 수사기록의 내용과 본인의 기억을 변호인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의 기억만으로 조사 과정을 판단해서는 안 돼

체포 직후에는 피의자 본인도 긴장과 불안이 큰 상태일 수 있다.

가족에게 전달되는 내용 역시 피의자가 기억하는 조사 상황을 다시 전해 듣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수사기록과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강압적으로 인정하게 했다”거나 “진술을 번복했다”는 표현만으로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는 실제 조서에 어떤 내용이 기재됐는지, 진술 과정에서 어떤 절차가 진행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변호인이 선임됐다면 이러한 부분을 사건기록과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영장실질심사 뒤 구속됐다면 이제는 재판 준비 단계도 살펴야

사연 속 피고인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현재 구치소에 수용돼 있고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구속된 순간부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수사 대응에 정신이 없는 사이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되고, 이후 사건이 기소되면 법원에서 재판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막연히 첫 재판 날짜만 기다리기보다 현재 사건이 기소됐는지, 공소장에는 어떤 범죄사실이 적혀 있는지, 변호인이 어떤 부분을 다툴 예정인지 등을 차례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호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보다 대응 방향을 물어봐야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해서 가족이 모든 법률절차를 직접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라면 현재 변호인이 어떤 사실관계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초기 진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무죄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추가로 확보하거나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 피고인과 가족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해볼 수 있다.

가족이 인터넷에서 발견한 특정 절차나 용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현재 사건에 실제로 필요한 절차인지부터 담당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터넷에서 본 ‘부적격심사’, 정확한 절차인지부터 확인해야

사연에서는 ‘부적격심사를 요청해야 스탠스를 유지하기 좋다’는 정보를 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실제 형사절차의 정확한 명칭과 일치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절차를 의미하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다른 사건의 대응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무죄를 다투고 있는 사건이라면 현재 적용된 혐의와 공소사실, 수사기록, 증거관계에 따라 필요한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특정 용어를 발견했다면 “이 사건에도 이것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단정하기보다 그 절차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변호인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보이스피싱 전문 변호사가 아니어서 그런가’라는 불안도 생겨

형사사건을 처음 겪는 가족은 변호사의 설명이 많지 않으면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다른 사건의 가족들이 “우리 변호사는 이것을 했다”, “이런 자료를 냈다”는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건에서는 같은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건마다 혐의와 증거, 피고인의 진술, 가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건에서 사용한 대응 방법이 자신의 사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명칭이나 광고 문구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건의 핵심 쟁점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가족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

구속된 가족을 대신해 바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건과 관련해 알고 있는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경로로 일을 소개받았는지, 처음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연락했는지, 어떤 업무를 지시받았는지, 보수는 어떻게 설명됐는지 등 가족이 알고 있는 자료가 있다면 임의로 해석하기보다 변호인에게 전달해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대화, 구인광고 등 사건과 관련된 자료가 남아 있다면 삭제하거나 임의로 가공하지 않고 원래 상태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구속은 가족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긴급체포와 구속을 처음 겪는 가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모든 것이 진행됐다’는 불안이다.

사연을 남긴 가족 역시 “현명하게 대처할 시간도 없이 막 흘러가는 게 불안하다”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심정을 전했다.

안기모카페에서도 이처럼 갑작스러운 체포와 구속, 첫 재판을 경험하는 가족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안기모는 교정시설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재판과 구치소 생활 등 자신이 겪은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다만 비슷해 보이는 보이스피싱 사건이라도 피고인의 역할과 인식 정도, 초기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가 모두 다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은 절차를 이해하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사건 결과를 예측하는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형사절차 속에서 가족이 모든 법률지식을 익힐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대응 방법을 하나씩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건에서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는지, 초기 진술을 어떻게 검토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자료와 주장이 필요한지를 담당 변호인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