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항소심인데 제가 준비해서 말하라고 하셨어요”
자녀의 형사재판을 지켜보는 부모에게 법정은 익숙해지기 어려운 공간이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긴장되는 상황에서 직접 재판부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교정생활 정보공유 커뮤니티 안기모카페에는 항소심을 하루 앞둔 한 어머니의 고민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자녀는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사가 어머니에게 직접 법정에서 이야기할 내용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준비하긴 했는데 너무너무 떨린다”며 비슷한 경험을 한 가족이 있는지 물었다.
변호사가 부탁한 것은 ‘진실한 마음의 표현’
사연에서 변호사는 어머니가 법정에서 이야기할 내용을 준비하도록 하면서 진실한 마음을 표현해 달라는 취지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가 법정에서 전하는 내용은 변호사가 준비하는 최후변론 의견서에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가족 입장에서는 어떤 말을 해야 재판에 도움이 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잘못 말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도 뒤따른다.
그러나 이번 사연에서 변호사가 강조한 부분은 어려운 법률용어나 거창한 표현이 아니라 가족이 가진 진실한 마음이었다.
재판을 하루 앞둔 어머니는 “우황청심환을 먹고 가야겠다”고 표현할 정도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피고인의 ‘최후진술’과 가족이 법정에서 하는 말은 구분해야
다만 형사재판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부는 증거조사와 검사의 의견진술, 변호인의 최종 의견진술 등이 끝난 뒤 피고인에게 최종적으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를 피고인의 ‘최후진술’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법률상 피고인에게 보장되는 최후진술 자체를 어머니가 대신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연처럼 변호사가 가족에게 법정에서 직접 이야기를 준비하도록 한 구체적인 이유와 어떤 절차에서 발언하게 되는지는 해당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 재판부에 전달하려는 내용 역시 변호인과 미리 상의해 사건의 변론 방향과 맞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소심 앞둔 가족에게도 재판은 함께 견뎌야 하는 시간
형사재판은 피고인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이어지는 경우 가족들은 접견과 서신, 변호사 상담을 이어가며 선고 결과를 기다린다. 항소심까지 진행되면 기다림은 더욱 길어진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배우자 등 가족이 탄원서를 작성하거나 피고인의 생활환경과 가족관계, 향후 지원계획 등을 설명하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연 역시 항소심을 앞두고 자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려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말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자신의 상황에서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 변호인과 충분히 상의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너무 떨려요”…같은 시간을 지나온 가족들에게 묻다
사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법률적인 질문보다 어머니의 솔직한 감정이었다.
“이런 경우 있으셨을까요?”
항소심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같은 경험을 먼저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질문이었다.
안기모카페에는 이처럼 재판과 양형, 항소심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법률절차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법정에 들어가기 전의 긴장과 선고를 기다리는 불안까지 서로 나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법률정보 게시판과는 다른 모습이다.
재판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법정에서 보내는 몇 분은 짧을 수 있지만 그 시간을 준비하기까지의 고민은 결코 짧지 않다.
자녀의 항소심을 하루 앞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준비한 한 어머니의 사연은 형사재판이라는 과정이 피고인뿐 아니라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에게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